[사회] 25%가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사회경제

05966745_P_0.JPG » 올들어 전국을 뒤흔들었던 성폭력 추방 '미투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한겨레 이종근 기자

 

얼마나 많은 소수가 결집해야 뒤집을 수 있을까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는 역사의 본질이다. 하지만 소수가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 과거에 익숙한 다수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과정은 너무나 지난하다.
소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흔히들 거론하는 것이 체노웨스의 `3.5% 법칙'이다. 인구의 3.5%가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비폭력 집회나 시위를 이어갈 경우 정권이 이를 버텨내지 못한다는 이론이다. 미 덴버대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가 2013년 테드 강연에서 주장한 것으로, 1900년에서 2006년까지 일어났던 세계의 시민저항들을 분석해 얻은 결론이다. 2016년 겨울 전국을 뒤흔든 한국의 촛불시위는 체노웨스의 3.5%법칙을 증명해준 사례로 꼽힌다. 인구의 3.5%(185만명)가 넘는 시민들이 몇달에 걸쳐 지속적으로 전국의 광장과 거리에서 평화적 시위를 이어간 끝에 결국 권력자를 끌어내렸다.

정치 권력이 아닌 해묵은 사회적 관행이나 고정관념의 경우에도 소수의 견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매우 좁다. 그러나 최근 적극적인 행동파 소수들이 움직이면서 양성평등, 동성결혼 문제 등 기존 가치관에 도전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소수가 결집해야 그런 일이 가능할까? 지난 50년간 이뤄진 사회 및 조직 변화 연구들은 그 티핑포인트(임계점)를 10~40%로 추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관찰 결과를 토대로 한 추정일 뿐, 과학적인 근거는 부족했다. 베일 속에 싸인 그 비밀의 한자락을 과학적으로 파헤쳐 본 연구 결과가 나왔다.

B2.jpg » 소수의견 그룹이 25%가 됐을 때 급속한 파급력이 생겼다. 유튜브 갈무리

24%까진 아무런 변화도 없어


미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익숙한 고정관념이나 가치관을 바꿀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하려면 몇%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발견한 티핑포인트는 정확히 25%였다. 이 비율, 또는 이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소수집단은 소속 그룹의 72~100%에 이르는 사람들을 바꿀 수 있었다. 소수그룹이 움직이기 전까지 사람들은 원래의 것에 100% 동의한 상태였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가한 194명을 한 그룹당 20~30명씩 모두 10개의 "독립적 온라인 그룹"으로 무작위로 나눴다. 연구진은 우선 각 그룹 멤버들에게 하나의 얼굴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것에 이름을 붙이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모두가 하나의 이름에 동의할 때까지 짝을 바꿔가며 서로 의견을 나눴다. 연구진은 그런 다음 각 그룹에 소수의 공모자들을 투입했다. 이들에겐 새로운 이름으로 각 그룹 멤버들이 동의한 이름, 즉 기존 관행을 뒤집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소수 그룹의 크기는 15%에서 시작해 점차 35%까지 높여갔다. 결과는 어땠을까? 15%까지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24%까지도 기존 이름은 제자리를 유지했다.

B3.jpg » 전체를 변화시키는 데 과반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유튜브 갈무리

 

티핑포인트에선 한 사람의 차이가 결정적


기존 멤버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매직넘버, 즉 티핑포인트는 25%였다. 논문엔 이런 사례가 소개돼 있다. 20명으로 구성된 그룹 중 하나엔 4명의 반대자들이 있었다. 다른 그룹에는 20명의 멤버와 5명의 반대자가 있었다. 이 한 사람의 차이가 모든 걸 달라지게 했다. 4명 그룹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5명 그룹에서는 새 이름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5명은 전체 그룹의 25%다. 연구를 이끈 데이먼 센톨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얻은 가장 흥미로운인 통찰의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임계점 바로 아래인 24%에서도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25%보다 작은 그룹은 평균적으로 전체 멤버의 6%에 대해서만 영향을 끼쳤다.

이 숫자는 그동안 당연시해 온 균형안정성 이론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 고전적 경제 모델은 일단 균형이 이뤄지면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51%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연구는 그것이 틀렸다고 반기를 든 셈이다. 연구진이 컴퓨터 모델을 돌려본 결과, 25%룰은 최대 10만명의 사회집단에 적용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기업 조직과 온라인 공간에서 잘 먹혀들어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25%는 높은 벽일까 아닐까? 센톨라 교수는 "헌신적인 소수가 `버려야 할 관행'을 흔들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중지하라고 요구한다. 물론 이들은 언제 임계점에 이를지 알 도리가 없다. 티핑포인트에 이르는 것은 매우 느릴 수도 있고, 오히려 더 멀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그것을 넘어서면 커다란 변화와 파급력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부족, 소수 그룹내의 경쟁 심리 등이 개입되면 임계점을 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는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티핑포인트는 50%를 밑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 법칙이 잘 들어맞는 조직으로 기업을 꼽았다. 직장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관행을 따라한다. 자신들도 회사의 좋은 구성원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심리에서다. 따라서 직장에선 소수 그룹의 강력한 영향력을 목격할 수 있다.
연구진은 25% 룰이 적용되는 또다른 환경으로 온라인을 꼽았다. 그런데 온라인 공간에선 불청객이 하나 끼어들 수 있다. 로봇이다. 로봇도 `행동하는 소수' 그룹이 될 수 있을까? 로봇을 포함한 `행동하는 소수'가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까? 센톨라 교수는 사람과 로봇이 구별할 수 없는 공간에서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에너지 절약, 성희롱 추방 같은 사회 개선 운동이나 캠페인에도 25% 룰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를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에밀리 에릭슨 예일대 사회학 교수는 "어떤 점에서 보면 극단의 주장이 여론을 빠르게 접수할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고 말한다. 인터넷 왕따나 인종 차별 같은 반사회적 행동을 촉발하거나 친정부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 악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론 형성의 이런 메카니즘을 자각한다면 그에 대항해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물이나 행위엔 양면이 있다. 그것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밝은 면이 나올 수도, 어두운 면이 나올 수도 있다.

 

출처

https://www.asc.upenn.edu/news-events/news/research-finds-tipping-point-large-scale-social-change
https://scienceblog.com/501413/research-finds-tipping-point-hint-its-25-for-large-scale-social-change/?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8/06/180607141009.htm
http://newspeppermint.com/2018/06/13/tippingpoint/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the-25-revolution-how-big-does-a-minority-have-to-be-to-reshape-society/?
논문 보기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60/6393/1116.full
http://dx.doi.org/10.1126/science.aas8827
습관을 깨는 데 걸리는 시간
https://www.sciencealert.com/how-long-it-takes-to-break-a-habit-according-t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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