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미래] 녹색혁명에서 청색혁명으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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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면서 물의 97%를 품은 곳. 이름은 5곳으로 나뉘어 있지만 실제론 하나로 연결돼 있는 곳. 생물량은 지구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산소의 절반을 생산하고, 인간이 섭취하는 동물성 단백질의 17%를 책임지는 곳.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3분의 1과 온실가스에 갇힌 열의 90%를 흡수하는 곳. 그리고 국제 물동량의 90%가 오가는 곳.

 지구에서 바다가 하는 일들이다. 몇가지만 들춰봤을 뿐인데도 어머니의 품 같은 넉넉함이 다가온다. 게다가 바다의 60%는 임자가 없는 국제수역이다. 인류가 바다 자원의 잠재력에 눈을 뜬 건 20세기 후반 인구 급증이 계기였다. 지난 50년 사이에 해산물 생산량은 4배가 늘었다. 우리는 반세기 전보다 해산물을 2배 더 먹는다.

 그 시기 육지에선 녹색혁명이 일어났다. 품종 개량과 농약, 비료 기술 덕분에 농산물 생산량이 급증했다. 기성세대들은 1970년대 한국의 녹색혁명을 주도한 통일벼를 기억할 것이다. 통일벼는 불과 몇년 사이에 쌀 생산량을 거의 2배로 늘려줬다. 하지만 녹색혁명은 토양과 대기를 오염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2050년 인구 100억명을 먹여 살리려면 단백질과 영양소가 2배 더 필요하지만 이제 토지 개발은 기후와 생물다양성, 물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20세기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21세기 신인류에겐 기후변화라는 더 거대한 문제가 닥쳤다. 섣부른 대응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

 넉넉한 바다에 손을 벌려보면 될까? 최근 과학자들이 식량 문제와 기후위기의 해법을 동시에 바다에서 찾는 청색혁명을 제안했다. 노르웨이와 팔라우를 주축으로 14개국이 결성한 ‘지속가능 해양경제를 위한 고위급패널’과 함께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과학자들이 제안한 청색혁명의 핵심은 두가지다.

 첫째는 지속가능한 바다 양식업이다. 양식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많은 자원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속에서는 생물의 활동 에너지가 덜 든다. 같은 체질량을 얻는 데 필요한 사료의 양에서 어류 양식은 소 축산보다 7배 더 효율이 좋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일찍이 40년 전 ‘바다 양식’을 세계 식량 문제를 해결할 후보로 꼽았다. 사실 양식은 이미 어류 생산의 대세가 됐다. 그런 점에선 청색혁명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양식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바다에 부담을 준다. 과학자들은 사료를 줄 필요가 없는 굴, 조개 등 연체동물의 잠재력에 주목하자고 했다. 바다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해도 2050년까지 해산물 생산량을 70% 이상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둘째는 바다를 기후변화 완충지대로 삼는 것이다. 우선 바다에서는 풍력, 조력, 파력, 태양광, 해수온도차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뽑아 쓸 수 있다. 육지에서의 소음, 산림 파괴 논란도 피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40배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다른 하나는 바다의 탄소저장 능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맹그로브, 해초층, 염습지의 탄소저장 용량은 육상 생태계의 10배다.

 이렇게 하면 2050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고기 수요의 25%, 지구 기온 상승 1.5도 억제에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분의 20%를 바다가 책임질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바다의 30%를 잘 보존한다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계산대로라면 기후위기 탈출의 구원투수 후보로 손색이 없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으로선 특히 관심이 쏠리는 제안이다. 때마침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정책 목표로 삼았다. 새해부터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른 신기후체제가 시작된다. 배수진의 절박함이 필요한 때, 바다에서 돌파구를 찾아보면 어떨까?

*지면 기사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75067.html


출처

14개국, 지속가능한 해양경제 위한 고위급 패널 발족
네이처 바다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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