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한국 정부, 미 특사 비밀 방북 지체시키고 고립된 사연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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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치 않은 소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예고되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어 있던 4월 7일 아침 6시 40분. 미국 정부의 대북 특사가 탑승한 보잉 737기가 우리 영공에 진입했다. 괌에서 출발한 이 특별기의 목적지는 평양 순안공항이었다. 건설교통부 산하 항공관제센터는 이 항공기의 목적지가 평양 순안공항이라는 사실을 일본 측으로부터 통보 받았다. 한 시간 뒤 항공관제센터는 북측에 항공 관제권을 넘겼고 이 항공기는 오전 8시쯤 평양에 도착했다. 미국 고위관리의 북한 방문은 백악관에서 청와대로 이미 통보된 터였기 때문에 우리 정부 내에서 극소수의 인사들은 미리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런 사실은 지난 5월 18일 KBS 새노조가 만드는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한국 정부가 보인 석연치 않은 태도이다.

한 소식통에 의하면 “우리 영공에 들어온 미 특별기의 고도와 항로를 관찰하던 공군의 MCRC(중앙방공통제소)에서는 미국 정체불명의 항공기가 서해를 지나 북쪽으로 향하자 비상이 걸렸다”고 증언한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 항공기에 대한 사항을 성김 미국 대사에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특별기는 북으로 가지 못하고 우리 영공에서 6번이나 선회했다. 이 때문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시간 역시 1시간 정도 지체된 오전 8시였다. 한편 이른 아침에 청와대로부터 이 항공기에 대한 사항을 문의 받은 성김 대사는 “내가 확인해줄 사항이 아니다”라며 불쾌하게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군은 “우리는 미국 특별기라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고, 이 비행기가 평양을 향하는 것을 제지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필자에게 알려왔다. 공군이나 항공관제센터 역시 미리 이를 통보받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항공관제센터 측은 “우리 측의 확인과정으로 미국 항공기가 지체된 것은 맞다”는 엇갈리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석연치 않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청와대의 비대한 안보기구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보기능이 난립하는 청와대

만약에 백악관으로부터 특사의 평양방문 사실을 청와대가 통보받았다면 그 대상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에는 이와 동격의 또 하나의 미국 라인으로는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이 있다. 외교안보사령탑에 머리가 둘인 셈이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장관급인 이희원 안보특별보좌관이 있고, 수석급인 안광찬 위기관리수석이 있다. 막상 위기가 발생하면 장관급 1명, 차관급 3명이 서로 관할권을 다툴만한 상황이다. 역대정권 중 청와대에 이처럼 안보기구가 난립했던 적은 없다.

미국 특사의 비밀 방북이라면 네 명의 청와대 고위인사들이 모두 알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 중 누가 안보정책조정회의나 안보관계장관회의, 또는 그 밖의 중요한 회의에 참여하는가에 따라 위기를 관리하는 주도권이 달라진다. 또한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에 청와대가 보여 준 혼선이 그런 사례였다. 극비사항을 주요 직위자들에게 모두 알리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위 네 명 중 필자와 통화한 모 수석급 인사는 “그 특별기 사건에 대해서는 당시에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은 바 있다”며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한편 미 특별기가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들어 온 이후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부장관과 국방부장관과 다급하게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전화를 받지 않아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안보관련 직위가 방만하게 운영되면서도 특급 정보는 극소수만 독점하기 때문에 혼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다시 드러난 통미봉남(通美封南)의 구도

한편 미 특별기에 탑승하고 있던 미 측 인사는 조지프 디트라니 국가정보국(DNI) 국가비확산센터소장으로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협상 특사를 지낸 바 있고, 2009년 8월에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여기자 석방 당시 북한과 석방교섭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가 평양을 향한 지난 4월 7일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예고된 시기로 현 정부는 북한에 대한 응징외교, 압박외교에 총력을 기울일 무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월말의 핵안보정상회의로부터 이 무렵까지 북한을 압박하는 국제적 포위망을 자신의 주도로 형성하였다는 점에 크게 만족해하며, 대북 압박을 위한 한미공조에도 한 치의 빈틈이 없는 것처럼 과시하여 왔다.

그러나 막상 4월 13일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에도 미국은 어찌된 일인지 북한과 체결한 2.29 합의가 ‘폐기’, 또는 ‘무효화’되었다는 입장이 아니라 잠시 ‘중단’되었다고 표현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여전히 중시하는 입장이다. 22일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우리는 미국 측에 그들이 제기한 우려사항도 고려하여 우리가 2.29 조미합의의 구속에서 벗어났지만 실지 행동은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수주일 전에 (미국에) 통지한 바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실지 행동이란 핵실험을 의미하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수주일 전에’라는 시점이 미국의 특사가 평양에 들어간 시점과 거의 유사하다.

이렇게 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 응징외교를 펼치는 이명박 정부만이 북한과의 대화에서 홀로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북한과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고, 북한은 이를 고려하여 핵실험을 유보해 온 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화국면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란 거의 없다. 또한 북한은 미사일 시험 이후 한국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특별행동’을 경고하는 등 한국을 대화로부터 제외시키는 치밀한 행동을 전개해 왔다. 그렇다면 “통미봉남은 없고 통중봉북이 있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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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