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김칫국물 자국’, 한국동박새 아시나요 윤순영의 시선
2019.05.21 14:13 윤순영 Edit
예민하고 보기 힘든 나그네새
» 한국동박새 부부가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있다. 동박새와는 옆구리의 붉은 밤색 무늬와 연주황 부리로 구별한다.
동박새란 이름만 들어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귀여운 새다. 동박새는 동백나무가 많은 남해안과 서해안 도서지방, 해안지대에서 흔히 번식하는 텃새여서 그럴 것이다. 다른 새들처럼 사람을 피하거나 놀라지 않고 가까이 다가와 지내는 온순한 새다. 먹이는 식물성으로 주로 꿀과 열매 그리고 작은 애벌레를 잡아먹기도 한다.
동박새는 혀끝에 붓 모양의 돌기가 있어서 꿀을 빨 때 편리하다. 특히 동백꽃의 꿀을 좋아하는데 벌과 나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인 이름 봄, 동백꽃 필 무렵에는 동백나무에서 무리 지어 꿀을 빨아먹으며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런 동박새와 다른 한국동박새도 있다.
» 한국동박새 옆구리에 붉은 밤색무늬가 뚜렷하다.
» 동박새 옆구리엔 한국동박새와 다르게 뚜렷한 붉은 밤색 무늬가 없다. 아랫부리도 회색이다.
» 한국동박새는 동박새와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는 새다.
지난 5월 12일 우리 곁에서 만나기 힘든 한국동박새를 만났다. 일반적으로 동박새는 알고 있어도 한국동박새란 이름을 가진 새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3일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다. 나그네새이기 때문에 잠시 머물다 가면 볼 수 없고 다음에 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요즘은 오전 6시면 날이 밝는다. 새들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고 한국동박새도 예외는 아니다. 봄철과 이동시기에 한국동박새는 10~20마리 정도 작은 무리를 만들기도 하고 30여 마리가 넘기도 한다. 무리들이 나뭇가지와 나뭇잎에 몸을 숨기며 오가면서 먹이를 잡아먹는다. 무리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안전한 이동 수단이다.
» 한국동박새는 옆구리 붉은 밤색깃털 무늬와 멱의 노란색이 가슴과 경계가 깔끔하고 명확하게 나누어져있다.
» 동박새는 옆구리에 전체적으로 옅은 밤색이 감돌고 멱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노란깃털 경계가 흐릿하다.
한국동박새는 오전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거의 움직임을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아주 짧은 거리도 무리를 지어 이동을 하고 혼자서 절대 무리를 이탈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위협 요인이 되는 소리가 들리거나 위협을 가할 새가 나타나면 재빨리 나뭇잎 사이로 몸을 숨기거나 피한다. 아예 움직임을 멈추고 주변이 안전한 것이 확인되면 다시 무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치밀함도 보인다.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 것이 한국동박새다. 관찰을 하는 동안에도 민첩하고 은밀하게 움직여 좀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시야에서 바로바로 사라지기 일쑤다. 일상처럼 이런 행동이 반복된다. 한국동박새가 현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정신이 없었다. 이런 행동은 천적을 교란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 은밀하게 상록활엽수 나뭇잎가지 사이를 옮겨 다니는 한국동박새.
» 맘에 드는 새순을 고르는 한국동박새.
» 상록수는 한국동박새가 몸을 숨기기 제격이다.
한국동박새를 자세히 관찰하거나 촬영하는데 애를 먹었다. 일반적인 새들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예민했다. 그러나 조심성은 한국동박새가 살아가는 유일한 방편이다. 텃새인 동박새의 친숙함과 여유 그리고 호기심이 많은 행동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동박새들은 좀처럼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 새다. 한국동박새도 동박새와 비슷하게 상록수림을 선호하지만 한국동박새와 동박새는의 생활습성이 많은 차이가 난다.
한국동박새는 울음소리가 동박새와 다르고 매우 예민하여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조심성 있게 은밀히 무리가 움직이는 것이 동박새와 크게 다르다. 한국동박새나 동박새의 애정표현은 유난히 귀엽다. 서로 곁에 앉아 몸을 치장하고 부부의 애정을 확인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앙증스러운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도록 깜찍하다.
» 나무수액을 빨아먹는 한국동박새.
» 정면에서 바라본 한국동박새 멱의 노란색과 가슴이 아주 명확하게 구분되 있다.
» 분주하게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한국동박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