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방석에 앉은 참개구리 강 곁에서

온 몸이 온통 가시로 뒤덮여 있는 동그란 모양의 가시연꽃을 볼 때마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것은 가시방석입니다. 앉아있기가 불편한 자리의 가시도 돋지 않은 가시방석이 아니라 위에 제대로 앉으면 정말 죽겠다 싶은 진짜 가시방석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아무리 큰 잘못을 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차마 가시연꽃에 앉히는 벌을 내릴 수 없겠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가시연꽃의 가시는 매섭다는 느낌도 지나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가시연꽃은 늦은 여름 피어나는 보랏빛의 작은 꽃잎을 빼놓고는 몸의 구석구석에 가시가 사납게 솟아 있어 도무지 손을 댈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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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을 처음 만났던 날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수지 가운데 쪽으로 듬성듬성 펴있는 꽃의 근접촬영을 위해 가시연꽃 밭으로 들어가고야 말았습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그것이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는 그토록 귀한 식물을 훼손하는 행동이라는 생각도 잊은 채 말입니다. 그러나 가시연꽃을 위해서도 또한 나를 위해서도 다행히 몇 걸음 들어서다 되돌아서야 했습니다. 두터운 가슴장화를 입기는 하였지만 그 두께가 무색할 정도로 가시는 장화를 지나 나의 살 깊은 곳까지 속속 파고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시연꽃 밭에서 가슴장화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은 물속을 천천히 움직이는 물체를 향해 몰려드는 거머리를 온전히 막아주는 것이 끝이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아야만 하는 것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려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입니다. 이제는 구멍까지 수없이 뚫려 물까지 스며든 가슴장화를 벗고 저수지 둑에 앉아있을 때 놀라운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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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들이 가시연꽃의 넓은 잎을 방석으로 삼아 편안한 자세로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 것입니다. 하도 신기하여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게다가 폴짝폴짝 높이 뛰었다 내려앉으며 또 다른 가시연꽃의 잎으로 옮겨 다니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이 놀라 “아니, 저 녀석들 어쩌려고 저러나…” 하며 걱정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 두 녀석이 그리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가시방석에 저리도 편하게 앉아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를 않았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물 가장자리로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 개구리의 가벼운 몸 말고도 뭔가 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시연꽃의 가시가 솟아있는 방향이 특이했습니다. 뿌리와 잎을 연결하는 줄기, 물 위로 한 뼘쯤 올라오는 꽃대, 그리고 잎의 아래쪽에 있는 가시는 모두 곧게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구리가 앉을 잎의 위쪽에 있는 가시만큼은 일정한 방향으로 많이 구부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시연꽃도 생존을 위한 전략의 하나로 온몸을 가시로 무장하고 있는 것은 가시연꽃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수면을 가득 덮고 있는 가시투성이의 가시연꽃이라 하더라도 같은 물에 사는 개구리가 앉아 쉴 쉼터마저 빼앗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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