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얼굴, 잔인한 야생성…예봉산 족제비를 만났다 윤순영의 시선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황금빛 혼인색, 물 흐르듯 매끄럽고 빠르게 이동
안마당 출몰해 쥐 없애던 ‘복덩이' 이젠 드물어

크기변환_YSY_5585.jpg » 당당하게 서있는 족제비. 꼬리털이 몸통만큼이나 무성하다.

지난 317, 남양주시 예봉산에서 20여년 만에 족제비를 만났다. 족제비는 계곡물이 흐르는 바위 사이를 오가며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여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지곤 한다.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숨을 죽이고 족제비가 다시 나타나기를 수차례 기다렸다.

크기변환_YSY_5519.jpg » 바위틈 사이로 물 흐르듯 몸을 숨기고 은밀하게 이동하는 족제비.

필자가 어릴 적에는 울타리 안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족제비를 보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족제비가 있으면 집주변의 쥐들이 사라지고 뜰 안에 들어온 족제비를 사람들은 복 족제비라 부르며 해를 가하지 않았다. 이로운 점이 더욱 많아서였다. 그러나 야간을 틈타 닭장 털이를 하는 녀석도 족제비였기 때문에 미움도 많이 받았다.

기변환_YSY_558.jpg » 바위구멍의 어두운 곳으로 이동해가며 갑자기 나타났다.

크기변환_YSY_5573.jpg » 빈틈이 없어 보이는 얼굴이다.

옛날 부잣집 아주머니가 멋을 부리며 목도리를 만들어 두르던 것도 족제비다. 붓글씨를 쓰던 시절 붓을 만들 때도 족제비 털은 최고의 재료였다. 그 시절 농촌엔 초가집도 많았다. 족제비는 시골의 돌담이나 인가 근처 농작물 경작지, 냇가의 큰 돌 밑 같은 곳에 구멍을 파고 서식했지만 1970년대 새마을 사업 등으로 서식 환경이 변하면서 농촌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기변환_YSY_5543.jpg » 혀로 입주변을 핥는 족제비.

야행성인 족제비의 몸길이는 수컷 2840, 암컷 1632이고, 꼬리길이는 수컷 1222, 암컷 820이다. 예봉산에서 만난 족제비는 크기로 보아 수컷으로 추정된다. 짝짓기 철을 맞이하여 족제비의 털이 황금색처럼 곱게 빛나고 살도 제법 올라 있었다. 암컷한테 멋지게 보여 구혼을 청 할 셈인 것 같다.

크기변환_YSY_5544.jpg » 몸을 바짝 움츠려 등을 활처럼 굽힌다.

다리가 겉으로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짧아 족제비가 움직일 때는 바위의 곡선에 따라 물결치는 것처럼 움직인다. 족제비는 땅 뿐만 아니라 물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인다. 무엇을 찾는지 이곳저곳을 두루 다니며 바위 구멍을 들여 다 보기 바쁘다. 족제비가 가던 길을 멈추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필자를 잠깐 동안 빤히 쳐다본다.

크기변환_YSY_5545.jpg » 움츠렸던 몸을 펼치며 탄력을 이용해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족제비는 야무지고 귀여운 얼굴이지만 동시에 민첩한 행동과 사납고 잔인한 야생성도 지니고 있다. 작지만 탐욕스러운 포식자로서 활동적이고 용감하며 일반적으로 밤에 혼자 사냥하는 습성이 있다. 어류, 개구리, , 새알뿐만 아니라 생쥐, 집쥐 등을 먹고 사는 영리한 동물이다. 검은 눈동자가 아주 영특하게 보인다. 작은 귀는 둥근 쪽박모양으로 위로 서있어 소리를 듣기에 제격으로 생겼다. 주둥이 검은 갈색에 위아래 입술과 턱의 흰색이 귀여움을 더한다.

크기변환_YSY_5574.jpg » 순식간에 자리를 이동해 다시 나타난 족제비.

크기변환_YSY_5582.jpg » 너무 빨라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혹여 족제비의 이름이 생길 때 제비처럼 날렵하고 민첩하여 발 족자()를 써 발 달린 제비 족제비라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예로부터 족제비는 사람들과 친근한 동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변화로 인해 보기 힘들어져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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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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