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만난 한강은 바다처럼 넓고 거셌다 윤순영의 시선

어로한계선 넘어 중립수역 직전까지…한국전쟁 후 첫 답사

김포시 남북정상회담 1돌 기념 '한강 하구 물길 열기' 행사 예정

 크기변환_DSC_8355.jpg » 바다처럼 펼쳐진 김포시 시암리 앞 한강하구의 모습. 역류한 예성강물과 임진강, 한강의 물이 여기서 모두 만나는 세물머리이다. 건너편 산들이 황해도 개풍군이다.

늘 보던 한강이 아니었다. 황톳빛 물은 바다처럼 펼쳐졌고 세찬 바람에 파도가 높게 일었다. 황해도 개풍군의 나지막한 산들이 코앞에 펼쳐졌다. 태백산 금대봉에서 발원해 490여㎞를 달려온 한강물은 서해 바다와 만나기 앞서 여기에서 임진강과 합류한다. 

강화도 북쪽 철산리 앞바다로 흘러드는 북한의 예성강 물이 조류에 떠밀려 이곳으로 역류하니 여기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 물이 모두 만나는 세물머리인 셈이다. 민간 선박이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 앞 세물머리까지 온 것은 65년 만의 일이다.

 1일 김포시가 주관한 '한강하구 물길 열기 사전답사' 행사에 참가했다. 바람이 세차고 물결이 높아 쉽지 않은 항해였지만 역동적인 한강하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정하영 김포시장을 비롯한 환경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태운 배 10여 척은 김포시 전류리에서 출발해 한강하구 중립 수역 앞 시암리 습지까지 '물길을 열고' 돌아왔다. 민간인이 한강하구 어로한계선을 넘어 중립수역 직전까지 간 것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이다.

크기변환_DSC_8004.jpg » 한강하구 중립 수역 앞 하성면 시암리 습지까지 물길을 열기 위해 한강 최북단 전류리 포구에서 배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한강하구 남북 공동조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민간에게 자유항행을 허용하기로 합의한 이후 첫 번째 항행 시도였다. 김포시는 이번 사전답사를 바탕으로 오는 27일 다시 한강하구 물길 열기 행사를 열 예정이다.

크기변환_DSC_8052.jpg » 한강하구 중립 수역 앞 하성면 시암리 습지를 행해 달려가는 배.

크기변환_DSC_8060.jpg » 오두산 전망대가 앞에 보인다.

이번 행사는 오는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고, 한강하구의 자유항행을 축하하기 위해 벌이는 '평화의 물길 열기 행사'의 사전 답사였다. 김포시는 애초 전류리 포구부터 유도까지 왕복 45㎞ 구간을 운행할 예정이었으나 최근의 남북 관계를 고려해 중립수역 입구까지 구간을 축소했다.

크기변환_DSC_8252.jpg » 한강하구 중립 수역 앞 하성면 시암리 습지 앞을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크기변환_DSC_8156.jpg »  한강을 가로막아 선 듯이 앞에 북한의 개풍군 산이 펼쳐져있다.

한강하구는 1953년 정전협정에서 남북의 민간 선박이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민감 수역’으로 분류돼 사실상 어로한계선 이북으로는 민간선박 출입이 제한되어 왔다.

크기변환_DSC_8328.jpg » 이번 답사에는 정하영 김포시장과 환경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남과 북은 지난해 11월 5일부터 한 달간 강화도 말도∼파주시 만우리 구역에서 수로측량·조석관측 등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이달 1일부터 민간선박의 자유항행을 허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김포시는 특히 중립지역에 위치한 유도에 대한 생태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한강하구의 유일한 섬으로 생태적 가치가 큰 이 섬에 대한 생태조사는 앞으로 비무장지대(DMZ) 생태보전을 위한 남북협력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크기변환_DSC_8375.jpg » 하성면 시암리 습지까지 물길을 열고 전류리포구로 돌아오는 선박들.

 정하영 김포시장은 “한강 최북단 전류리 포구를 출발해 어로한계선을 넘어 민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강하구 중립 수역까지 다녀왔다. 비록 한강과 임진강, 조강이 만나는 세 물머리 중립수역을 넘어가지는 못했지만 김포의 한강하구에, 대한민국에, 봄이, 평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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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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