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돔 도입, 정치논리로 움직이는 뒷손 있나


아이언 돔 도입, 정치논리로 움직이는 뒷손 있나
이스라엘 방산 수출 위해 아이언 돔 대응구매 움직임 포착돼

올해 초 이스라엘에서는 한국이 이스라엘제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 체계 아이언 돔을 도입하려 한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노후한 미제 A-4 스카이호크를 대체할 훈련기를 찾고 있던 이스라엘이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도입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구매로 한국 측이 제시한 항목들에 아이언 돔이 포함돼 있었던 것. 이후 경쟁 기종인 이탈리아 M-346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T-50은 패했고, 한국의 아이언 돔 도입도 물 건너간 듯 했다. 그러나 최근 한 이스라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또 다른 무기 수출을 위해 아이언 돔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이스라엘 군사전문지 <이스라엘 디펜스>는 ‘한국 아이언 돔 방어 체계 주목하다(S.Korea eyes Iron Dome defense system)’ 기사를 통해 현재 한국이 아이언 돔 방공 체계의 첫 해외 고객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 북한의 포격 위협에 대비해 아이언 돔이 적절한 대응 체계인지 검토 중이며 포대를 서울 주요 시설 인근에 배치 가능한지도 탐색 중이라고 한다. 

한국이 아이언 돔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위협 대응에 적절한 무기체계라는 게 검증돼야 함은 물론 이스라엘의 획득 계획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이스라엘 디펜스>는 전했다. 한국의 아이언돔 도입 여부가 걸린 이스라엘의 획득 계획은 이스라엘 해군이 추진 중인 신형 전투함 도입 사업이다. 이스라엘이 한국산 전투함을 도입할 경우 절충구매로 아이언 돔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18일 이란 군함 두 척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거쳐 지중해로 진출해 시리아 타르투스 항에 도착했다. 이 사건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크게 자극했고 이스라엘 해군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새로운 전투함을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국내외로 여러 문제가 겹쳐 이스라엘 해군이 원하는 성능의 전투함을 도입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이스라엘 무기수출에 대한 대응 구매로 아이언 돔을 도입하려 한다는 사실은 <이스라엘 디펜스>외에 미국 방위산업 전문지 <디펜스 인더스트리 데일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T-50 수주전이 치열했던 올해 1월에는 다수의 이스라엘 언론에서 한국이 T-50 수출에 대한 대응 구매로 아이언 돔을 제안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T-50 수출사업 당시 이스라엘과 방산협력 증진에 관한 논의를 한 적은 있으나 아이언 돔을 비롯한 방산물자 대응구매를 제안한 적은 없다”며 대응구매 제안 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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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을 비롯한 해외 언론들이 한국이 함정 수출과 아이언 돔을
맞바꾸려한다는 소식을 보도했지만 방사청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 한국제 전투함 도입할까

이스라엘이 원하는 전투함은 현재 운용 중인 배수량 1,200톤급 사르 5(Saar 5) 초계함보다 큰 미사일 함정으로 이란 해군의 지중해 활동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서 긴급히 필요한 전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7월 9일 로스버그 이스라엘 해군 제독은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전투함이 필요한 이유로 “경제 수역과 유정, 파이프라인 등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초 이스라엘은 미국의 연안전투함(LCS) 도입을 고려했으나 치솟는 가격 문제로 포기했다. 차선책으로 독일제 전투함도 주목했지만 독일이 사업에 자금을 투자할 의향이 없어 무산됐다. 지난 2월 16일 이스라엘 공군 훈련기 도입 사업에서 T-50의 탈락으로 고배를 마신 한국은 이 기회를 이용해 이스라엘 방산수출의 포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현대중공업을 주 계약업체로 내세워 이스라엘 해군과 접촉하며 전투함 수주를 위한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한국 정부와 현대중공업 협상단은 이미 올해 4월 전부터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와 함께 사업에 대해 논의해왔다. <이스라엘 디펜스>에 따르면 한국 측은 이스라엘 해군에 배수량 1,300톤급 함정을 제안했다고 한다.  또 이스라엘 해군은 배를 도입하더라도 레이더와 미사일 등 핵심 장비는 이스라엘 제품을 탑재하기 위해 빈 배를 원하고 있고, 한국 측도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스라엘 내에서도 아직 사업 관련 예산이 승인받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지금도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해군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한 문의에 현대중공업 측은 “현재 사업 수주를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라는 답변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대답했다. 

한편, 이스라엘 내 하이파 조선소에서 전투함을 자체 생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 경우 자국 방위산업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테지만 전투함의 성능 저하 우려가 있고 추가 비용 부담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돼 현대중공업 같은 해외 업체가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스라엘 함정 사업에 대해 “현재 현대중공업이 이스라엘 해군 함정도입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스라엘 해군과 수출협상을 진행하는 단계는 아니다”며 이스라엘 언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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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삼(Qassam)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무장세력

이스라엘 당면 안보 과제 해결해준 아이언 돔

2006년 레바논-이스라엘 전쟁 당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지역에 4,000여 발에 달하는 카투사 로켓 공격을 퍼부었다. 인구 밀집 지역에 무작위로 떨어지는 로켓으로 인해 44명이 사망했고 100만 명이 넘는 이스라엘 인들이 수시로 방공호로 대피해야 했다. 주민들의 삶은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2000년에서 2008년 사이 이스라엘 남부에는 하마스가 발사한 4,000발의 로켓과 4,000발의 박격포탄이 떨어졌다. 이러한 무장단체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아이언 돔이다. 2007년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여러 단거리 방공 무기체계 중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RAFAEL)사가 개발한 아이언 돔이 가장 적절한 무기체계라고 판단해 실전 배치를 결정했다. 

아이언 돔은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 대공포 체계에 속하는 무기다. C-RAM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지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반군의 로켓, 박격포 공격 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체계로 미군이 함정에서 사용하던 팰렁스 근접방어시스템(CIWS)을 육상형으로 개조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2005년 바그다드의 그린존에 처음 배치된 뒤 성능을 인정받아 지금도 반군의 박격포 공격을 막아내는 데 요긴하게 쓰고 있다. 고에너지 레이저를 이용하는 THEL(Tactical High Energy Laser) 체계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개발을 통해 점점 실전 배치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이언 돔은 20밀리 벌컨포를 이용하는 팰렁스와 달리 단거리 요격 미사일을 이용한다. 아이언 돔 한 포대는 탐지·추적 레이더, 전투통제장치, 세 대의 미사일 발사대로 구성된다. 작동원리는 간단하다. 레이더가 발사된 로켓을 탐지하면 정보를 전투통제장치로 보내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타미르(Tamir)' 요격 미사일이 목표물을 격추시킨다. 사정거리는 4~70킬로미터 정도다. 가자 지구나 국경 외곽에서 로켓이 발사되면 탐지레이더가 이를 발견하고 로켓의 유형을 확인한 뒤 추적 레이더가 궤적을 감시한다. 레이더의 표적정보는 실시간으로 전투통제장치로 전송돼 위협강도를 분석한다. 인구밀집 지역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로켓은 즉시 타미르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격추시키고 무인지대로 날아가는 로켓은 그냥 둔다. 

올해 3월 9일 팔레스타인 인민저항위원회(PRC)의 지도자 자히르 알 카이시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뒤 300여발이 넘는 로켓이 이스라엘로 발사됐다. 이 가운데 177발이 이스라엘 영토로 직접 날아왔지만 아이언 돔이 인구밀집 지역으로 떨어진 71발의 로켓 중 56발을 성공적으로 요격해 성능을 인정받았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아이언 돔의 요격 성공률이 80%가 넘는다고 주장한다.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이 무장단체의 로켓 공격 보복이 두려워 군사적 행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줬다. 미 하원 국방소위원회의 스티브 로스만은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테러리스트를 뿌리 뽑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짜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안보 과제였던 로켓 공격을 아이언 돔이 해결해주면서 이스라엘 국방 관계자들은 비교적 느긋하게 안보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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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 파리 에어쇼에서 소개된 아이언 돔 발사대

전 방사청 차장 아이언 돔에 관심 표명해

현재 한국군도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사용하며 효과를 톡톡히 본 C-RAM 체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국방부가 올해 초 국회에 제출한 ‘2011년도 국장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요구 사항에 대한 처리결과 보고서’ 육군본부 항목에는 올해 7월경 C-RAM형 대공포 체계에 대한 소요요청이 있을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육군 측에 확인한 결과 실제로 C-RAM 체계에 대한 소요요청이 9월경 합동참모본부로 전달될 예정이고 10월쯤 검토가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육군본부에 C-RAM 체계를 어떤 위협에 대비할 목적으로 고려중인지 묻자 “서울의 모든 장사정포 위협에 노출된 서울의 주요 시설을 방어할 목적으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대답했다. 도입될 C-RAM은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운용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그 동안 별다른 말이 없던 C-RAM 소요가 갑자기 튀어나온 데 대해 의문을 품는다. 작년부터 흘러나오는 아이언 돔 대응구매설과 시기상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 작년 3월 15일 이스라엘 영자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에 실린 한국과 이스라엘의 방산협력에 관한 기사에서는 이스라엘 국방부와 한국이 올해 연말 연평도와 백령도 해병부대에 배치될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에 관련된 협상을 벌이며 아이언 돔에 관한 논의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적고 있다. 이후 여러 이스라엘 언론을 통해 한국이 아이언 돔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포탈 사이트 <제이스페이스>의 롭 라틴 기자가 지난 4월 10일 보도한 아이언 돔 관련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부터 아이언 돔 구매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 기사는 2011년 여름 이스라엘을 방문한 권오봉 전 방위사업청 차장이 아이언 돔 제작사 라파엘에 방문해 아이언 돔 구매에 구체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당시 다수 이스라엘 언론에서 권오봉 전 방사청 차장의 방문을 보도하며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스 아로노스>는 2011년 6월 19일 ‘한국, 아이언 돔에 관심가지다’ 보도를 통해 권 전 차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권 전 차장은 라파엘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한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은 포탄, 미사일, 로켓 공격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라파엘이 소개한 방공 체계는 매우 흥미로웠고 우리는 차후 이 무기를 고려할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스라엘 언론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언론들이 한국이 아이언 돔 구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를 냈지만 방위사업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방사청에 권오봉 전 차장이 라파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아이언 돔 구매에 관심을 표명했는지 묻자 “2011년 5월 권오봉 전 방사청 차장이 이스라엘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이스라엘 국방부를 방문하고 방산업체도 돌아봤지만 특별히 아이언 돔 구매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적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방사청 답변이 사실이라면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가 허위보도를 한 셈이다.

방사청은 지난 8월 10일 <이스라엘 디펜스>의 보도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입장에서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작성한 것일 뿐 한국 정부는 아이언 돔 대응구매를 조건으로 함정을 수출하려는 계획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번 사업과 이해관계가 없는 미국 방산업계 소식지에서도 한국이 함정 수출과 아이언 돔을 연관시키고 있다는 정황을 소개한 것으로 보아 <이스라엘 디펜스>의 보도가 이스라엘에 유리한 쪽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작년부터 흘러나오는 아이언 돔에 관련된 해외 언론 보도가 사실일 경우 현대중공업이 이스라엘 전투함 사업을 수주하면 한국은 이에 상응하는 아이언 돔 도입 물량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방산 수출을 담보로 우리 전장 상황과는 맞지 않는 아이언 돔을 도입하는 건 무리한 절충교역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저가의 로켓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된 아이언 돔은 수백 문의 장사정포를 마주하고 있는 서울의 상황에 맞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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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팰렁스는 원래 해군 함정에서 근접방어체계로
이용하던 무기를 육상형으로 개조한 것이다.

비싼 가격에 이스라엘도 힘들어

우선 이스라엘과 한국이 유사한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권오봉 전 방사청 차장의 발언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1만 2,500여 문의 장사정포 중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는 약 1,000여문 정도로 알려져 있다. 2004년 10월 4일 국회 국방부 국정감사장에서 군 고위 관계자들이 확인해준 내용에 따르면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는 300여문 정도라고 한다. 일단 여기서부터 소수 무장단체의 로켓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는 이스라엘과 서울은 안보환경이 다르다. 대도시가 적의 포격에 노출된 한국과 달리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위협하는 남부와 헤즈볼라가 위협하는 북부 일부 지역만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전면전 발생 시 시간당 7,300발의 포탄이 날아올지도 모르는 서울과 산발적인 로켓 공격에 시달리는 이스라엘은 본질적으로 대화력전 개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황일도 동아일보 기자가 저서 <김정일, 공포를 쏘아올리다>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개전 초기 1시간 동안 170밀리 자주포의 3분의 1이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170밀리 자주포가 시간당 900발, 240밀리 자주포는 6,400발, 총 7,300발이 서울 시내를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3월 9일 대공세 당시 300여발의 로켓 공격을 받으며 절반 정도만 영토 내로 진입하고 요격 영역에는 71발 밖에 들어오지 않는 이스라엘과 대규모 포병세력을 상대로 하는 한국은 결코 비슷한 안보환경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또한 아이언 돔의 비싼 가격도 한국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이스라엘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참고하면, 아이언 돔 한 포대를 배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5천만 달러 정도다. 게다가 타미르 요격 미사일 한 발을 구입하는 데는 6만 2천 달러가 든다. 발사대 하나당 타미르 20발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할 때 20발의 포격을 막아내는 데 한국돈으로 15억 원 가까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군 155밀리 포탄의 가격이 30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비용 대 효과 면에서 아이언 돔은 매우 비효율적인 무기라는 점이 드러난다.      

이러한 고비용 문제는 이스라엘 내에서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로켓은 사거리 10킬로미터 카삼(Qassam)과 40킬로미터 그라드(Grad)다. 올해 3월 23일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 보도에 따르면 이 로켓들은 제조하는 데 1,000달러 이상 들지 않고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수 천발이 넘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들은 보유한 물량보다 더 많은 카삼과 그라드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어 이스라엘이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 무장단체들이 아이언 돔의 요격을 피하기 위해 단순히 발사 로켓 수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전술적 우위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주요 시설에 아이언 돔이 배치되면 발사되는 포탄의 양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만으로도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   

사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직접 로켓 공격을 하지 않아도 경제적인 면에서 이미 이스라엘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아이언 돔과 관련해서는 이스라엘도 비싼 가격 때문에 미국의 원조를 받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개발비와 배치에 든 돈 2억 5백만 달러는 모두 미국의 지원으로 충당했다. 이스라엘은 앞으로도 더 많은 아이언 돔을 배치해야하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2013년~2015년에 걸쳐 다시 6억 8천만 달러에 달하는 군사원조를 받아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예산을 검토하는 미 의회 측에서는 추가 지원에 의문을 갖고 있다. 미국이 아이언 돔에 많은 원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사업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 수출 위해 필요 없는 무기 도입해야 하나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미사일방어국에 “아이언 돔에 미국의 투자금이 많이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해 이스라엘과 아이언 돔 생산 협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위원회의 클로드 체이핀 대변인은 “아이언 돔은 ‘애로우’나 ‘다윗의 돌’과 같은 다른 미국-이스라엘 국방 협력 사업이 갖추고 있는 투명성이 없는 게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업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위원회는 예산 승인을 위해 더 자세한 정보들을 요구하고 있다. 

5월 17일 미국 잡지 <와이어드>가 운영하는 국방 전문 블로그 ‘데인저 룸’의 필자 스펜서 애커맨이 미 국방부에 아이언 돔을 국내 방어용으로도 쓸 계획이 있는지 묻자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현 단계에서는 개발 목적이 이스라엘에만 맞춰져 있다”고 답변했다. 미국도 현재로서는 아이언 돔을 도입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특히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의 특수한 전장환경에 맞게 개발된 무기인 까닭에 고층빌딩이 즐비한 미국 본토에는 잘 맞지 않아 미국이 아직 도입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의 전장 환경은 고층 빌딩 건설을 제한하는 이스라엘 국경지대와 달라 아이언 돔이 어울리지 않는다. 미군은 현재 로켓, 박격포탄 뿐만 아니라 무인기까지 격추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진 새로운 C-RAM 체계 개발을 위해 미국 방산업체들에 정보요구서를 보낸 상태다. 미 육군 정보요구서에는 새 C-RAM의 반응시간은 13초 이내여야 하고, 20초 내에 60개의 표적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하며 포대당 80~300개의 표적을 담당해야한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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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언 돔의 타미르 요격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

일각에서는 이미 군이 아이언 돔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한 육군 예비역은 아이언 돔과 관련해 “합참에 근무하는 군인들 사이에 위쪽에서 아이언 돔 도입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합참 측에 사실 여부를 질문하니 “합동참모본부는 소요군에서 소요요청이 들어오지 않는 한 이에 앞서 특정 무기체계를 검토하지 않는다”며 의혹 여부를 일체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 방산수출과 관련해 아이언 돔 대응구매 기사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미 C-RAM 소요 자체가 아이언 돔 도입으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있다는 의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특히 아이언 돔 해외 수출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여보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과 방산 수출에 혈안이 된 한국의 의지가 잘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라 더욱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  

물론 육군이 선택할 수 있는 C-RAM 체계는 아이언 돔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군이 실전에서 운용하며 그 성능을 입증한 팰렁스 육상형도 고려 대상이다. 팰렁스 육상형은 여러 면에서 아이언 돔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 우선 레이더, 전투통제장치, 발사대 등으로 구성돼 신속한 이동 배치가 어려운 아이언 돔과 달리 차량에 탑재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좁은 공간에 배치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은 아이언 돔보다 유리하다. 고층 빌딩 옥상에 고정식으로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대당 가격이 1,500만 달러 정도로 아이언 돔의 절반도 되지 않고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아이언 돔에 비해 오랜 시간 운용해와 부품수급이 수월한 것이 강점이다. 또한 미국도 제대로 정보를 얻지 못 하고 있는 아이언 돔과 달리 국내 면허 생산이나 기술 획득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방산수출을 위해 상황이 아이언 돔에 유리하게 흐르고 있는 지금 팰렁스 육상형이 고려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내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아이언 돔을 “서울의 전장 환경에 전혀 맞지 않는 무기”라며 “절대로 도입해서는 안 되는 무기”로 평가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 방산수출을 위해 정부가 무리한 대응구매를 추진하는 것 같다”며 아이언 돔 도입 의혹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설정해 둔 올해 방산수출 목표액은 30억 달러로 방위사업청 주장에 따르면 전반기에만 이미 15억 달러를 달성했다. 아이언 돔 대응구매 논란은 바로 이러한 방산수출 목표액에서부터 출발한다. 무기 수출액 목표를 정하고 이를 대외에 발표하는 바람에 나라 망신이라며 여론의 철퇴를 맞기도 했던 정부는 이미 큰소리를 쳐 놓은 탓에 어떻게든 방산 수출을 활성화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특히 2020년까지 방산 수출 40억 달러를 달성해 방위산업 G7 국가가 되겠다는 비전까지 제시했기 때문에 수출 판로를 여는 과제 해결이 시급하다. 이런 한국에게 있어 점차 국방협력을 강화하려는 이스라엘은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그러나 방산 수출을 위해 소요군이 검토하지도 않은 무기체계를 도입할 의사를 선뜻 내비치고 다른 나라 언론에까지 이러한 정황이 새어 나가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이언 돔처럼 불안정한 무기를 비싼 값에 사올지도 모르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아이언 돔이 아직은 여러 가지 이유로 도입돼서는 안 되는 무기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스라엘과의 무기 수출 협상 테이블에서 아이언 돔에 관련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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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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