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논쟁에 아직도 답 없는 공중급유기

“반드시 필요한 전력” vs “급한불아니다” 
20년 논쟁에 아직도 답 없는 공중급유기

공군은 이명박 정부 내내 8조원대 차기 전투기 사업은 물론 1조원이 넘는 공중급유기 사업 예산까지 반영해 달라며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노후 전투기 증가로 전력 공백이 우려돼 한시가 급한 차기 전투기 사업과 달리 공중급유기 사업은 예산 확보에 실패했다. 공군은 1993년 12월 최초로 소요가 결정된 이후 올해까지 20년째 공중급유기 도입을 위한 첫걸음조차 떼지 못 하고 있다. 공중급유기 도입이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급한 불’이 아니라는 비판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른 전력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져 굳이 우선순위에 올릴 가치가 없다는 것. 한 언론에서는 공군을‘쇼핑중독자’에 비유하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군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공중급유기 도입을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군이 이토록 공중급유기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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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135 공중급유기로부터 급유지원을 받기 위해 접근 중인 F-15K

지난 1월 26일 미국은 서아프리카 말리 사태에 개입한 프랑스 공군의 전투기를 지원하기 위해 공중급유기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말리 사태 개입 정도를 두고 고민하던 미국이 대형수송기 C-17 글로브마스터에 이어 공중 급유기까지 지원한 이유는 프랑스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었다. 1월 21일 영 국『파이낸셜 타임즈』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공중급유기 지원에 대한 입장 차 때문에 언쟁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는 보유 중인 공중급유기 편 대를 이미 작전에 투입한 상태였지만 숫자가 부족해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말리 사태 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보일 까 우려해 지원 여부를 신속히 결정 지 못했다. 결국 공중급유기를 지원하는 것으로 결론 났지만 유럽의 군사 전문가들은 국방비 지출규모 세계 5위인 프랑스가 공중급유기를 비롯해 수송기, 정찰자산 등을 미국에 의존하는 모습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만약 프랑스가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공중급유기 지원 요구는커녕 애초에 말리 사태에 개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 공군은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원활한 항공 작전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주력 전투기인 KF-16은 북한 전역에 대한 작전이 제한되고, 많은 무장량이 강점인 F-15K도 장거리 타격을 위해 연료를 가득 채울 경우 무장 장착이 제한된다. 미 공군 공중급유기로 급유 훈련을 수행하다 보니 공중급유자격증을 보유한 조종사 숫자도 3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연간 2회 이상 급유훈련을 실시해야 자격이 유지되는 조건이 있어 미 공군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언제 말소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고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도 효과적 인 장거리 작전이 어려운 것은 물론 미 국이 공중급유기를 지원해줘도 제대로 써먹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게다가 전투기의 체공시간이 짧아 다양한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일찍이 파악한 공군은 20년 전부터 줄기차게 공중급유기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착수 예산 한 번 반영하지 못한 채 올해도 우울한 새해를 맞아야 했다. 

20년째 첫걸음도 떼지 못해 

‘하늘을 나는 주유소’인 공중급유기는 1993년 12월 최초로 소요가 결정된 이후 1994년 12월『1996~2000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에 처음으로 반영됐다. 그러나 수차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를 거듭한 공중급유기 사업은 올해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순연을 반복했다. 공군에 따르면 순연된 이유는 모두‘가용 국방재원 부족’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권 말 공중급유기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 공군이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는 방위사업청이 요청한 공중급유기 예산 467억 원을 통과시켜 사업이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12월 말 국회 심의에서는 탈락해 결국 2013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고 공군은 늘 그랬듯 고배를 마셔야 했다. 왜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것일까. 공중급유기 사업이 매번 뒤로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급한 전력이 아니라는 비판 때문이다.

공중급유기 도입을 막아온 주요 반대논리로는 ▲ 당장 도입하지 않아도 공군 전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 한반도 전장과 공역이 협소해 불필요하다 ▲ 공군이 대형 항공기인 공중급유기의 운영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 4대 도입은 숫자가 적어 무의미하다 등이 있다. 지난해 11월『중앙일보』의 기자 칼럼에서도“공군이 당장 급하게 꺼야 할 불이 많다”며 긴요 전력이 아닌 공중급유기 도입을 재고하라며 비판했다. 이 칼럼은 고가의 무기체계를 사들이는 공군을‘쇼핑중독자’ 에 비유하기도 했다. 공중급유기 도입을 반대하는 한 민간 군사전문가는 2004년 6월 미 의회 회계감사국(GAO)이 낸 공중급유기 관련 보고서(DOD Needs to Determine Its Aerial Refueling Aircraft Requirements)를 인용해 공중급유기 도입의 허구성을 짚어줬다. 

먼저 공중급유기 관련기사에 자주 인용되는‘대당 20여 대의 전투기 도입효과’가 신빙성 있는 주장인지 확인해봤다. 이 보고서에서 는 미 공군이 1991년 걸프전부터 2003년 이라크전까지 4개의 전쟁에서 공중 급유기를 운용하며 기록한 통계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다. 

KF-16으로 종심 깊숙한 목표 타격까지 가능

미 공군은 1991년 이라크에서 소티(Sortie, 전투기가 출격하는 횟수)당 3대, 1.2시간당 1대의 항공기에 급유를 지원했으며 1999년 코소보에서는 소티당 4.4대, 2.2시간 당 1대를 지원했다. 2001년 아프간에서는 소티당 3.2대, 2.2시간당 1대, 2003년 이라크에서는 소티당 4.6대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번 출격할 때마다 많아야 5대를 지원하고 시간으로 보면 길게는 2시간당 겨우 1대를 지원한 것이다. 한눈에 봐도‘전투기 20대 효과’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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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15K는 많은 무장량이 강점이지만 공중 급유를 받지 않으면 중무장과 가득 찬 연료 중 한가지만 택해야 한다.

이 자료를 소개한 군사전문가는“공군이 주장하는 공중급유기의 능력과 실제 작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은 큰 차이가 있다”며 “공중급유기를 도입하기 위해 그 효과를 과장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군도 이러한 반대논리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공군은 먼저 미 회계감사국 보고서만으로는 급유기와 피급유기의 관계를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미 공군의 공중급유기는 전투기 급유뿐만 아니라 전구(Theater) 간 이동 지원, 수송 임무 등에도 투입되기 때문에 보고서의 수치를 곧 전투기 지원 능력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걸프전 당시 미 본토에서 걸프 지역까지 1,000대 이상의 항공기 전개를 위해 공중급유기가 투입된 사례가 있다. 또한 B-52 전략폭격기가 3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을 통해 작전을 수행한 것도 공중급유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러한 작전들을 종합하면 자연히 소티·시간당 지원 항공기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회계감사국 자료를 토대로 한국 전장에서의 공중급유기 운용 유형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공군의 주장이다. 

공군은 한국 전장에서 공중급유기를 운용할 경우“시간당 15대의 전력에 공중급유가 가능하고 소티당 지원 대수는 탑재연료량과 작전형태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전투기 기준 10대 이상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전장과 공역이 협소해 공중급유기가 필요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은 북한 전역에 대한 공격이 제한되나 공중급유를 통해 북한 전역을 무대로 작전을 펼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KF-16의 전투행동반경은 외부연료탱크를 달지 않은 상태에서 공대공 임무의 경우 360km, 공대지 임무의 경우 490km 정도로 알려져 있다. 370갤런 외부연료탱크를 주익에 부착하면 925km정도의 행동반경을 가진다. 전투기 행동반경은 장착한 무장과 임무형태, 연료탑재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소형 전투기인 KF-16은 공중급유 없이는 평양 이북 타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군은 공중급유가 가능하면 KF-16도 적 종심 깊은 곳까지 타격이 가능한 것은 물론 가까운 목표도 위협 지역을 회피하는 장거리 공격 경로를 사용해 생존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군은 또한 영토분쟁이 예상되는 독도나 이어도 등에서 원활한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도 공중급유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대로 KF-16은 독도에서 10분 이상 작전을 펼치기 어렵다. 그러나 단순 초계임무를 벗어나 연료소모가 극심한 전투기동 상황에서는 10분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도 분쟁이 발생하면 공중급유기 지원을 받는 일본 항공자위대와 달리 한국 공군은 전투는커녕 돌아올 연료 걱정에 제대로 기동도 하지 못한 채 기수를 돌려야만 한다. 또 다른 문제는 항속거리를 위한 연료 때문에 무장도 마음대로 장착하지 못 한다는 점이다. 

운영유지비 높아도 반드시 필요한 전력 

연료와 무장 탑재량에 관한 전투기 조종사 출신 예비역의 설명이다. 

“전투기는 최대이륙중량이 실제 비행 가능한 중량보다 적어 항속거리를 위해 연료를 가득 채우면 중무장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중급유기가 있으면 무장을 최대한 장착한 뒤 연료를 조금만 채워 이륙해 공중급유를 받아 다시 연료를 채울 수 있다. 항공기를 하늘로 띄우는 힘인 양력을 받는 상태에서는 비행가능중량만 초과하지 않으면 연료를 얼마든지 채워도 상관없다.” 

베트남전 사례를 통해 확인해보자. 당시 미국 전투기들은 태국에서 출격해 북베트남을 공격해야 했는데 중무장 상태로 출격하는 
전투기들은 연료를 적당량만 채우고 이륙한 뒤 공중급유를 받았다. 작전에 연료를 대부분 소모해도 기지로 귀환할 때 공중급유를 받아 착륙하면 그만이었다. 공군은 이를 두고“공중급유기가 현대 항공작전에서 중요한 무기체계라는 점이 드러난 최초의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공군은 또“한 번 출격으로 최대한 많은 표적을 타격할 수 있어 전력운용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생명인 장사정포 무력화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들에도 불구하고 높은 운영유지비 문제와 도입이 무의미한 수준의 적은 대수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차기 전투기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대형 항공기인 공중급유기 4대까지 들어오면 운영유지비가 공군의 목구멍까지 차오를 것이라는 것. 앞서 제시한 미 회계감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 공군이 2002년 KC-135를 운영하는데 든 시간당 비행비용은 1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KC-135는 도입된 지 50년이 넘어 퇴역을 앞둔 낡은 항공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군이 도입할 최신 기종의 운영유지비 참고자료로는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운영유지비 문제에 대해 공군은“공중급유기는 고가의 무기체계라 유지비도 많이 소요될 것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므로 도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 단순히 공중급유기의 운영유지비가 높을 것이라는 예상만으로 도입 여부를 왈가왈부 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전투기가 전차보다 많은 운영유지비가 든다고 해서 전투기를 과한 무기체계라고 보지는 않는다. 해당 무기체계를 도입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작전 효과와 운영유지비를 비교분석해야 판단 가능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공중급유기의 운영유지비가 시간당 1,000만 원이라면 시간당 지원 가능 전투기 대수, 체공시간 증가 비율 등을 종합 분석해야 적정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근거자료도 부족한 상황이라 업체들이 제출한 제안서상의 운영유지비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한 공군 예비역 장성은“공중급유기의 비용 대 효과를 따지면 운영유지비가 아깝지 않을 것”이라며“운영유지비가 많이 든다면 그만큼 예산을 확보해주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 예비역 장성은 적은 도입대수에 대해서도“원래 공군이 기획한 소요는 더 많지만 계속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대수를 줄이고 줄여 4대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군은 전면전 수행을 위한 필요 대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 소요가 최초 기획소요와 달리 작전수행을 위한 필수수량으로 조정됐음은 인정했다. 그러나 최소한으로 줄인 소요마저 통과되지 못해 공군은 쓰린 속만 태우고 있다. 공군은 리비아 내전과 아이티 파병 때도 공중급유기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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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F-16은 한국 공군의 주력 기종으로 성능개량사업을 통해 더욱 발전된 성능을 보유할 예정이다.
주익에 달린 외부연료탱크는 행동반경을 늘려주지만 무장 장착을 제한한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은 왜 전시에 한반도로 공중급유기 보내나 

공중급유기와 리비아 내전, 그리고 아이티 파병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공군이 어려움을 겪었을까? 그 이유는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현대의 공중급유기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와 달리 공중급유기는 급유뿐만 아니라 대형 수송기 역할도 한다. 말리사태에서 미국이 프랑스군에 지원해준 C-17 글로브마스터 같은 장거리 수송기가 없는 한국 공군은 공중급유기에 장거리 수송기 역할도 부여할 계획을 갖고 있다. 리비아 내전 당시 공군은 장거리 수송 수단이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공군이 보유한 C-130 수송기로는 마치 메뚜기처럼 이착륙을 반복해야했기 때문이다. 결국 민항기와 해군 최영함, 터키 해군 수송함이 출동해 교민 수송 작전을 벌였다. 아이티 파병도 마찬가지로 수송 수단이 없어 민항기를 이용해야만 했다. 

공중급유기는 장거리 대형 수송기까지 보유하기에는 버거운 공군이공중급유와 장거리 수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무기체계인 것이다. 위기에 빠진 해외거주 교민을 수송하는데 군용기를 출동시키는 건 국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사실 앞서 소개된 공중급유기가 한국 전장이 좁아 필요 없다는 논리는 미군의 전시증원계획을 고려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전시에 미군은 한국 전구에 대규모 공중급유기 전력을 증원하는데, 공군에 따르면 일자별 증원계획에 따라 개전 초에만 300여 대의 공중급유기가 지원된다고 한다. 미군이 좁은한반도 전장에 공중급유기 전력을 파병하는 이유는 반드시 쓸 곳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운용 사례를 보면 초계임무를 맡은 전투기의 작전시간과 전투기 무장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작전효율성을 담보한다. 특히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터키 등 한국에 비해 안보 위협이 상대적으로 낮고 영토가 좁은 국가들도 공중급유기를 운용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전장이 좁아 공중급유기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미군이 300대를 가져와도 한국 공군은 이를 거의 이용할 수 없다. 공중급유자격증을 보유한 조종사가 30여 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1년에 두 차례 유지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말소될지 모르는 상황. 

이 때문에 공군은 최소한 4대라도 도입해 공중급유자격을 확보하려 하고 있지만 이러한 공군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임 이명박 정부는 공중급유기 도입이 하등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20년 숙원 이뤄지나 

공군본부 전력기획부서에서 근무했던 공군 예비역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공군은 공중급유기 도입을 위해 발에 땀나도록 뛰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대통령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내가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대통령은“공중급유기는 미군의‘연계전력(bridging capability)’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까지 하며 도입을 무산시키려 했다고 한다. 연계전력이란 미국이 한국군의 단독작전 능력이 확보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전력을 말한다. 동맹이 존속하는 한 영구적으로 지원하는 핵우산과는 다른 의미다.” 

영공 방위를 온전히 미 공군에만 의지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시에장거리 타격과 같은 핵심 작전은 미군에 맡기고 한국 공군은 중단거리 임무 나 초계작전에 집중하면 공중급유기 문제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간 국방비 30조 원을 쓰는 군사강국에서 자국의 영공 방위를 동맹국에 과도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과연 합당한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공군이 숙련된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데 드는 비용은 100억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렇게 양성된 우수한 조종사들이 자국의 영공 방위를 동맹국 전투기에 맡기고 멀리서 지켜보는 장면은 우울하기만 하다. 

또한 미군이 우리가 필요할 때마다 공중급유기를 지원해 줄 것이라는 절대적인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만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독도나 이어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공중급유기를 지원해주지 않을 확률은 100%에 가깝다. 중국과의 분쟁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지원이 어렵고 일본과의 분쟁은 한일이 모두 동맹이라 어렵다. 미국은 말리 사태에서도 아랍 국가 눈치를 보느라 공중급유기를 신속하게 지원해주지 못 했다. 참고로 중국은 공중급유기 10대를 운용 중이고 일본은 4대를 갖고 있지만 앞으로 8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한국 공군의 F-15K는 무장량과 행동반경 등 객관적인 성능으로는 동북아 최고의 전투기지만 체공시간이 짧아 그러한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강제 예산감축 ‘시퀘스터’로 인해 지독한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미 공군이 얼마나 많은 공중급유기를 얼마나 빨리 보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한 공군 예비역은“목이 마르면 우물을 파야지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말라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행히 박근혜 정부에서 공군은 작은 희망을 보고 있다. 지난 1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주간 동아』와의 인터뷰에서 “F-15K 60대가 있으면 뭐 하나. 독도에서 작전시간이 15분 내지 30분밖에 안 된다는데. 공중급유기 꼭 있어야 한다”고 발언하며 공중급유기 도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군은 이번 정부에서 20년 숙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어도 될 것 같다. 물론 공군의 염원과 김장수 내정자의 발언보다 중요한 것은 국군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영공을 동맹에 맡길 것인가, 스스로 지켜낼 것인가. 공중급유기는 이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중급유기 실전 운용 사례


이스라엘, 오시락 원자로 폭격작전(1981.6.7)

이라크는 1981년 완공을 목표로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었는데 이스라엘은 이에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 그래서 핵 위협을 제거하고 핵 우위를 통한 전쟁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로 폭격 작전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전쟁가능성을 낮추고 목표물만 정밀타격하기 위해 F-16 8대와 F-15 6대로 구성된 소규모 편대군만을 구성한다. 이스라엘 군은 시나이 반도 남부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2,035km의 비행경로를 따라 진입해 이라크 국경부터 초저고도 비행을 실시하는데 원자로 돔과 원자로 정밀타격에 성공해 이라크의 핵개발 계획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 이 작전에서 전투행동반경이 925km에 불과한 F-16은 공중급유기의 지원이 있었기에 장거리 임무 수행도 가능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은 이륙 후 바로 목표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인근 공역에 대기하면서 정확한 표적위치를 확인해야했다. 이후 공격지역으로 침투 비행해 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에 오랜 공중대기로 인한 공중급유가 항상 필요했다. 인도양에 위치한 가르시아 섬에서 운용한 대형 폭격기들도 이동표적을 정밀하게 공격하기 위해 장시간 공중대기하는 경우가 많아 공중 급유기가 항상 공중에 대기하고 있었다. 공중급유기가 없다면 짧은 시간에 표적을 확인해야 하고, 표적 확인이 안 되면 중무장을 장착한 채 기지로 귀환해 착륙 시 전투기의 안전이 위협받았다. 아프간전에서는 미 공군과 전쟁에 참가한 일부 국가들이 공중급유기를 운용했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급유지원이 가능했다. 통계에 따르면 전투기가 네 번 비행할 때마다 공중급유를 한 번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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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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