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재밍 대응, 컨트롤 타워가 없다 무기

GPS 재밍 대응, 컨트롤 타워가 없다
“한국의 GPS 재밍 대응책은 이 없이 잇몸으로 버티는 꼴” 


지난 2010년 8월 서해를 마비시킨 GPS 재밍(Jamming)은 GPS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사건이었다. 북한에서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GPS 재밍은 GPS으로 유도되는 정밀무기체계가 많은 군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나 여객기, 화물선 등 민간에서도 항법장치로 대부분 GPS를 이용하기 때문에 재밍은 비단 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재밍에 대비해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대응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컨트롤 타워가 없어 우왕좌왕하고 있다.


박영욱 <디펜스21플러스> 편집주간 parkwy64@hanmail.net
김동규 <디펜스21플러스> 기자 ppankku@naver.com


지난 2009년 미국 뉴저지 뉴아크(Newark) 공항에서 벌어진 일이다. 관제탑에서 항공기의 이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GPS 신호로 항공기의 위치를 식별하는 장치가 먹통이 되는 사태가 하루에도 수차례 발생했다. 2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밝혀진 원인은 어이없게도 공항 인근 도로를 지나던 트럭 운전사들이었다. 이들은 회사의 감독을 피하기 위해 차에 설치된 GPS추적 장치를 교란할 목적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휴대용 GPS 재머(Jammer)를 달고 다녔는데, 이 재머가 공항 관제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원래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GPS는 이제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만약 2010년 8월 서해에서 발생한 재밍이 GPS 내장 장치들이 산재한 내륙에서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자동차 네비게이션이 무용지물이 돼 버려 길을 찾느라 헤매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이다. 시내버스 위치추적이 불가능해 도착시간 알림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 지난 2011년 3월 4일에는 북한 개성 인근 지역에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교란 신호로 인해 서울, 인천, 경기 일부 지역의 휴대전화들에 시간이 정확히 표시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일생생활의 불편은 산업현장에서 겪을 대혼란에 비하면 그나마 경미한 수준이다. 항공기와 선박 운항에 심각한 차질을 불러와 물류시스템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GPS를 이용하는 모든 기반 시설에 영향을 끼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2007년 미국에서는 군이 실시한 통신 재밍 훈련 때문에 인근 은행의 현금 지급기마저 작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GPS는 단순히 위치정보를 획득하는 목적뿐만 아니라 시각 동기화, 금융시스템 지원, 전력 그리드 시스템 등에도 이용되기 때문에 GPS가 마비되면 사회 전반에 대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군도 GPS에 의지하는 장비가 많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공군 훈련장 인근에서 GPS 재밍이 발생할 경우 GPS가 내장된 정밀유도무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훈련장을 벗어난 지역에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서해에서 발생한 GPS 재밍에서 가장 강한 수신 장애 현상이 감지된 곳은 안흥으로 이곳은 한국군의 유도무기를 비롯한 각종 무기체계를 시험평가하는 시설이 위치해 있다. 이 지역에 집중적인 수신 장애가 일어난 상황은 우연이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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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중인 소형 GPS 재머


GPS는 지상에서 20,000km 정도 떨어진 우주에서 신호를 받아 위치정보를 얻기 때문에 신호 강도가 매우 약하다. 휴대전화 전파보다 100배 정도 약한 GPS 신호는 콘크리트 건물 안에만 들어가도 수신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고층 건물이 빼곡한 도심 지역에서는 건물 밖에서도 GPS 신호 수신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약한 신호는 곧 교란하기도 쉽다는 걸 의미한다. GPS 재밍은 고비용 첨단 기술이 아니라서 국내에서도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재머(Jammer)를 구입할 수 있다. 15만원이면 반경 10미터 이내 GPS 신호를 교란할 수 있는 재머를 구입할 수 있는데, 크기가 무전기만큼 작아 손에 들고 다니면서 재밍을 할 수도 있다.

재머는 강력한 방해전파를 송신하는 방식을 통해 GPS 신호 수신을 불가능케 한다. 출력에 따라 수 미터부터 수백 킬로미터까지 재밍이 가능하다. 광범위한 지역을 교란할 수 있는 고성능 재머는 미국에서도 수출금지물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그러나 러시아 등지에서 암암리에 재머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도 러시아를 통해 수백 킬로미터를 교란할 수 있는 고성능 재머를 획득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GPS 재밍은 GPS를 사용하는 모든 장비에 위협적이기 때문에 국토해양부, 국방부 등에서는 나름의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대체항법체계로 e로란(eLoran) 시스템을, 방위사업청은 의사위성(pseudolite)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유일 대체항법체계 로란-C


e로란(eLoran)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로란-C(Loran-C)를 알아야 한다.
로란-C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항법체계다. 'Long Range Radio Navigation-C'의 약자로 장거리무선항법체계의 일종이며 GPS와 다른 점은 위성이 아니라 지상에 설치된 안테나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주국과 2~4개의 종국으로 구성돼 있는 로란-C는 각 송신국에서 발사된 전파의 도달시간차를 계산에 위치정보를 얻는다. 4개 이상의 위성에서 보내는 전파를 수신해 위치정보를 얻는 GPS와 원리는 비슷하다. 그러나 재밍에 취약한 GPS와 달리 전파방해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성을 지니고 있다.
  
로란-C의 시초는 1942년 초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이 선박에 이용할 목적으로 개발한로란-A다. 로란-A와 뒤이어 개발된 로란-B는 항해용 실험 후 실용화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후 1959년 미 해군 주도하에 로란-C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해 민간에 개방됐다. 한국에는 미 공군이 사용할 목적으로 1979년에 처음으로 도입됐는데 이를 1988년 5월 한국해운항만청이 인수받아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코리아 로란-C 체인’은 2000년 12월 27일 한ㆍ일ㆍ러ㆍ중이 맺은 정부간 협정에 따라 국토해양부가 운영 중이다. 주국은 한국 포항에 있고 종국은 한국 광주, 일본 게사시ㆍ이지마, 러시아 우스리스크에 있다.

GPS가 도입되기 전까지 로란-C는 유용한 항법체계로 기능해왔지만 오차범위가 50미터에서 460미터로 GPS에 비해 큰 탓에 지금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2011년 9월 목포해양대학교가 전파항법체계 전문가 1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만 로란-C 시스템 관련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낮은 사용률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부분 로란-C를 GPS를 대체할 항법체계로 여기고 있었다. 로란-C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응답자가 92.1%를 넘은 것.

군에서는 육군포병부대, 해병대, 공군 등에서 아직까지 로란-C를 이용하고 있다. 공군은 F-4 전투기 80기에 로란C 수신기를 장착해 전투기 항법장치에 이용하고 있다. 기상관측에도 로란-C는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데, ‘라디오존데(Radiosonde)’라 부르는 헬륨풍선을 이용한 기상관측장비에 로란-C를 이용하고 있다. 

전파항법전문가들이 존속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음에도 코리아 로란-C 체인은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협력체인국인 일본이 2013년 3월부터 로란-C운영을 중단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GPS를 대체할 항법체계로 독자위성시스템(QZSS, Quasi-Zenith Satellite System)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로란-C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일본의 로란-C 중단에 따른 서비스 공백과 성능개량을 위해 로란-C를 개량한 e로란(eLoran)을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로란-C를 개선한 e로란(eLoran)


국토해양부는 오차범위가 큰 로란-C의 정확도를 개선하고 GPS 재밍에 대응할 대체항법체계로 활용하기 위해 e로란(eLoran)을 추진하고 있다. e로란은 최고 460미터까지 오차가 발생하는 로란-C를 보완해 20미터 수준까지 오차범위를 줄인 시스템으로 주파수 출력이 강해 재밍과 허위신호에 강한 장점을 갖고 있다. GPS 류의 위성항법체계(GNSS)에 비해 구축비용이 현저히 적게 든다는 점도 당장 위성을 쏘아 올리기 어려운 국내 실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란-C와 e로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거리측정방법이다. 로란-C는 주국과 종국 사이에서 전파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차를 2개 이상 확보해 측정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e로란은 송신국에 전파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직접 측정해 위치정보를 얻는다. 다른 차이점으로 로란-C가 측정에 용이한 3개의 송신국을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반면 e로란은 수신되는 송신국을 모두 이용한다는 것이 있다.
 
미 항공우주(NASA)국은 2010년 6월 17일 태양폭발로 인한 위성항법체계 작동불능을 대비해 가장 효율적인 대체항법체계로 e로란 시스템을 권고한 바 있다.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국제해사기구(IMO) 등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도 위성항법체계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지상파항법체계를 개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외국에는 이미 구축을 완료한 국가들이 있으며, 로란-C를 e로란으로 개량할 계획을 가진 나라도 다수 존재한다. 영국은 e로란 시스템 성능시험을 완료하고 1개 송신국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향후 추가로 송신국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로란-C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향후 e로란으로 개량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독자위성항법체계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지상파 항법체계를 유지하고 개량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2001년 9.11테러 이후 GPS의 취약성을 깨달은 미국도 이미 e로란을 개발했지만 오바마 정부의 예산감축으로 인해 현재는 전파 송출이 중단된 상태다.

전파항법전문가들은 e로란도 완벽한 항법체계는 아니기 때문에 위성항법체계와 통합 운용하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합 운용을 위해선 e로란과 위성항법체계의 위치 정보를 모두 수신할 수 있는 통합 수신기 개발이 필요한데 이미 국내 업체가 시제품까지 제작해 상품화 가능성을 확인한 단계까지 와 있다고 한다.

e로란 시스템은 민간뿐만 아니라 군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나왔던 라디오존데를 이용한 기상관측이나 항법무기에 연계해 활용하면 재밍이 들어와도 안정적으로 항법체계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기상관측의 경우 대화력전을 대비하기 위해 고층 기상 제원을 끊임없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도 연간 1만여 개의 라디오존데가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에 따라 원하는 곳에 송신국을 배치할 수 있도록 비행선을 이용해 이동형 송신국을 만드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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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시판 중인 스마트폰 대부분은 GPS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 재밍의 영향을 받는다. 


군, 의사위성시스템으로 재밍에 대비


군에서는 감시정찰, 정밀유도, 지휘통제체계 등 대부분의 무기체계들에 항법체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항법체계의 전파를 방해하는 재밍에 굉장히 민감하다. 그래서 전자전 중에서도 항법체계를 교란하는 방식을 따로 떼어 ‘항법전(Navigation War)'으로 부르고 있다. 북한은 아직 고출력 EMP탄을 실용화하는 등의 첨단 전자전 능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낮은 기술수준과 저예산으로 가능한 위성항법체계 재밍 능력은 충분히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한국군은 그 어떤 전자적 공격보다도 항법체계의 재밍에 대항하는 항재밍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군은 상당한 수준의 항재밍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상용 GPS 코드(C/A) 대신 군용 GPS 코드(M/P(y))를 이용해 재밍에 대비하는 방법이 있다. 군용 GPS 코드는 상용 GPS 코드에 비해 정확도가 높고 재밍에 쉽게 걸려들지 않는다고 한다. 미군은 군용 GPS 체계의 운용을 공군 GPS 부서(GPS Wing)에 맡겨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에 암호코드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정밀유도무기 가운데 미국에서 수입한 무기들은 군용 GPS를 탑재한 경우가 많아 재밍에 비교적 강한 편이지만 국내에서 연구개발된 국산무기는 사정이 다르다. 대부분이 상용 GPS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KT-1 기본훈련기, K-2 흑표전차, 해성 함대함 미사일, KGGB 한국형 GPS 유도폭탄, 지상군 지휘통신체계의 다대역다기능 무전기(TMMR) 등이 모두 상용 GPS 체계를 장착한 장비들이다. 전시에 이 장비들이 재밍에 걸려들면 고가의 첨단 장비가 한순간에 고철덩이로 전락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재밍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한국군이 추진 중인 대응방안은 의사위성체계다. 의사위성체계는 위성을 직접 띄우지 않고 고지대나 무인항공기에 고출력 송신기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앞서 소개된 로란-C나 e로란과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의사위성체계 사업은 ‘지상기반항법체계(GBNS)'란 이름으로 올 2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LIG넥스원을 주사업자로 선정한 뒤 2012년까지 연구개발을 끝낼 계획을 갖고 있다. 대통령 특명사업인 ’번개사업‘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

물론 의사위성체계도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위성항법체계인 GPS를 완벽히 대신할 수 없는 대체항법체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송신기의 작전 범위가 수십km에 불과해 작전범위가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 정확도가 GPS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잇몸’에 불과한 대응책들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e로란과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의사위성체계는 재밍 위협이 발생했을 시 GPS를 보완할 대체항법수단으로 일차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대체항법체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 전자항법 전문가는 두 대응책에 대해 “이가 없어 잇몸으로 잠시 버티는 것일 뿐”이라며 “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잇몸에만 기대면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도 결국 ‘이’라고 볼 수 있는 독자적인 위성항법체계를 서둘러 갖춰야한다는 말이다. 대체항법체계의 문제점들을 들여다보면 독자 위성항법체계를 갖춰야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e로란이나 의사위성체계는 GPS에 비해 전파방해인 재밍에 상대적으로 강한 이점이 있지만 우주에 떠 있어 공격이 거의 불가능한 위성과 달리 지상에 위치하고 있어 적의 직접 타격목표가 될 수 있다. 송신탑 몇 군데만 공격당해도 항법체계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시에 재밍과 타격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군의 첨단 장비들은 장님이 될 수밖에 없다.

<내일신문>은 2011년 7월 25일자 신문에서 감사원이 현재 추진 중인 대통령 특명사업 ‘번개사업’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사업에 포함된 한국형 의사위성사업인 지상기반항법체계(GBNS) 사업의 방향을 선회하라는 권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김관진 장관을 직접 만나 지상기반항법체계 사업에 무리가 있다며 “군용 GPS 수신기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또 내년 6월까지 핵심기술을 포함해 체계까지 개발하는 것이 사실상 무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열린 국방위 국정감사에서도 지상기반항법체계 사업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지상 고정형 안테나가 발사하는 전파가 적의 포격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감사원 지적과 관련해 “국방과학연구소가 차량 이동형 안테나로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며 현재 추진 중인 한국군의 항법체계사업을 꼬집었다.

선진국에서 군사적 목적을 우선으로 군용-상용 우주개발을 동시에 고려해 진행하는 위성개발 방식과 달리 한국은 국방부나 방위사업청이 타부처에 비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과학부가 항법체계의 핵심인 위성을 비롯한 우주개발계획의 판을 짜고 주도권을 행사하며 지식경제부가 국가 R&D사업의 가장 큰 주역인 한국 방식으로는 우리군이 미래를 위한 위성자산을 구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은 수백만원짜리 재머로 수십억원짜리 첨단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과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직 한국군에는 항법전에 대한 운용개념조차 없으니  항법위성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계획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간 우리군 내에서는 위성운용과 항법체계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왔던 탓에 어느 부서에서 이를 맡아야 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미국 측 우방 선진국들이 미 공군 GPS 당당부서(GPS Wing)에 현역인력을 파견하며 지속적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던 반면 우리군은 관련 현안이 발생하면 부서 간 떠넘기기에만 바빴던 것으로 보인다. 한 군사 전문가는 “소요단계에서부터 미리 군용 GPS 탑재를 고려해 미국 측과 협의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아직 늦은 것 같지는 않다. 재밍에 취약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결국 한반도 지역을 담당하는 독자 위성항법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한 항법전문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만의 독자위성항법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7기 내외의 위성이 필요한데 2004년 당시 추정으로 2-3조 정도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이러한 체계를 단기간에 구축하기란 재원이나 규모면에서 힘든 일이다. 그러나 상용분야에서나 군사분야에서 위성항법체계가 가지는 국가적 중요성에 비하면 부담스러운 비용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국가기술기획차원에서 민과 군이 함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우주기술개발계획을 장기적 안목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항법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컨트롤 타워다. 항법전에 대한 주무 기관이 존재하지 않고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부처나 기관마다 자기 나름의 대응책을 내 놓으며 우왕좌왕하다가는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재밍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국토해양부와 방위사업청이 추진하고 있는 e로란과 의사위성체계는 재밍에 대한 한시적인 대응책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결국 ‘잇몸’에 불과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다. ‘이’를 제대로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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