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마비시킬 GPS 교란 놓고 남북은 전쟁중 정세

 

북, 남한 첨단무기 무력화할 ‘대형 재머’ 개발 가능성
정부, 방지장치 개발 나서…내년부터 전방 배치 시도

 

 

지난 3월 4~6일, 서울과 인천, 경기 파주시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 기지국에서 GPS 수신에 일시 장애 현상이 간헐적으로 일어났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군 당국은 이 날 북한 해주와 개성, 금강산에서 강력한 교란 전파가 날아온 것을 포착됐다. 이로 인해 군부대의 포병 계측장비와 휴대폰이 장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8월에 이어 또 다시 발생한 GPS 전파방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GPS와 GPS 교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PS 이용 원천이 되는 인공위성 모습. » GPS 이용 원천이 되는 인공위성 모습.

 

미국은 GPS 주도하고, 러시아는 재밍 기술 이끌어

 

GPS. 지구 전역을 대상으로 위성을 통해 위치ㆍ시각정보를 제공하는 범지구 위성항법시스템(GNSS) 중 하나로 미국이 주도하는 시스템을 일컫는 말이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24개 이상의 위성에서 발신되는 신호는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원천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GPS는 인류의 일상생활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차량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은 GPS 위성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받아 차량의 현재 위치를 파악한다. 휴대폰은 GPS를 이용하여 통신서비스와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선박들은 GPS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여 항로를 설정한다.

국방 분야에서도 GPS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군용기, 탱크, 함정, 통신장비는 물론 감시정찰장비나 정밀유도무기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무기체계는 GPS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GPS는 현대 국방 기술의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생활을 뒤바꾸는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면 그 기술을 역이용한 장비가 개발되는 법. GPS가 이용하기 편리하지만 2만km 상공에서 인공위성에 의해 전달되는 전파이기 때문에 세기가 휴대전화 전파 세기의 약 1/100 정도로 약하다. 때문에 전파를 받는 기지의 가까운 지역에서 교란전파를 보낸다면 쉽게 방해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단점을 이용하여 GPS 위성의 전파를 교란하는 GPS 교란 기술이 러시아를 중심으로 등장하게 된다.

 

2003년 이라크전 때 GPS 재밍기술 관심사 부상

 

GPS 재밍이 처음 이슈로 등장한 것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은 GPS 수신기를 장착한 스마트 미사일이 90%이상의 명중률을 보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시장이나 사우디ㆍ터키 같은 우방국에 떨어져 문제를 일으켰다. 미군은 누군가가 GPS 재머를 작동시켜 스마트 미사일의 GPS 수신기를 먹통으로 만든 것을 알아냈다. 보고를 받은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제 GPS 재머를 이라크에 공급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 직후에야 미군의 스마트 미사일은 원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러시아가 GPS 재머를 개발한 것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당시 러시아는 미국의 GPS에 대항하기 위해 GLONASS라는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했다. GLONASS의 개발은 러시아로 하여금 GPS 재머 개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얻을 수 있게 해준 밑거름이 되었으며, 그 결과 1997년 모스크바 에어쇼에서 러시아는 4Watt의 출력을 낼 수 있는 GPS 재머를 선보였다. GPS와 GLONASS를 전파방해 할 수 있도록 제작된 GPS재머는 10Kg이 채 안 되는 무게에 비해 반경 150~200Km 일대의 GPS 수신기를 마비시키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라크 전쟁에서 효과가 입증된 러시아제 GPS 재머는 이후 암시장에서 휴대형부터 차량 탑재형까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이는 GPS 교란 기술을 전 세계로 확산시킴과 동시에 일부 반미 국가에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를 쥐어준 결과를 낳았다. GPS 재머라는 강력한 카드를 손에 넣은 국가 중에는 북한도 포함되어 있었다.

 

GPS 재머, 북한의 새 비대칭무기 되다

 

북한이 GPS 재머를 도입한 시기는 명확치 않다. 다만 정부 소식통과 군 당국은 2008년쯤 북한이 4~24Watt 의 출력을 낼 수 있는 러시아제 GPS 재머를 수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거듭해온 북한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의 핵심시설을 정밀유도무기로 공격하는 것이다.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지켜본 북한으로서는 핵심시설을 토마호크순항미사일로부터 지켜낼 수단이 절실했을 것이다.

 

러시아로부터 GPS 재머를 구입한 북한은 이를 모방하여 독자적인 GPS 재머를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러시아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중동지역에 수출을 추진하는 등 GPS 재밍 기술의 확산에 나선다.

 

하지만 북한이 GPS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8년보다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군이 2009년 5~6월경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존경하는 김정은대장 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는 2006년 12월 24일 인민군 지휘성원들이 김정은이 북한에서 최초로 인공위성 자료와GPS수신기 좌표를 이용해 만든 작전지도를 보고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의 군사전략사상이 빛나게 구현된 기상천외하고 천별만화하는 만점 계획에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이 작전지도를 보고 “작전계획이 아주 창조적이고 착상이 기발하여 1~2번 감복한 것이 아니라고 의미 있게 말씀하셨다”고 돼 있다.

 

작년 8월에 공개된 2005년 북한군이 작성한 비밀교범 『전자전 참고자료』 는 “전자전은 평시에도 부단히 진행되는 것으로 모든 국가들 사이에서 일어난다”며 “은밀성과 불의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없고 적에게 역이용당할 수 있다” 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북한은 러시아가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GPS 재머를 개발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공위성과 GPS 수신기 좌표를 이용한 작전지도를 만들면서 GPS 재머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이를 특작부대ㆍ핵ㆍ미사일 등과 함께 새로운 비대칭무기로 삼아 한국을 상대로 지속적인 도발을 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의 GPS 교란은 그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비대칭 전력에 집중하는 북한의 특성상 출력이 더 강한 대형 GPS 재머를 자체 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북한의 GPS 재머를 포착해 파괴하거나 북한에 동일한 방법으로 GPS 교란을 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반경 100Km 내의 상용 GPS 신호를 방해할 수 있는 1Watt짜리 GPS 재머의 경우 음료수 캔 정도의 크기에 불과해 숨기거나 옮기기 쉬워 포착이 매우 어렵다. 게다가 GPS 재머가 민간인 거주구역에 있을 경우 파괴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북한에 GPS 교란을 가하는 것 역시 GPS 사용 빈도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낮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북한의 GPS 교란에 대응하는 안티 재밍(Anti-Jamming)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안티 재밍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의사 위성시스템인데, 이 시스템은 위성발사를 하지 않고 고지대나 무인항공기에 고출력 송신기를 탑재하는 항법체계여서 저비용으로 신속히 설치할 수 있다.

 

다만 작동범위가 수십 킬로미터에 불과해 국지적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북한군의 GPS 교란을 막기 위해 의사 위성시스템 사업에 착수, 내년부터 전방부대에 배치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GPS 재밍 기술

 

한국과 마찬가지로 선진국 역시 GPS 교란 위협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다만 북한의 지속적인 GPS 교란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이 안티 재밍(Anti-Jamming) 등과 같은 GPS 재밍 대응방안에 골몰하는 것과 달리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은 GPS 교란 기술의 확산을 더 큰 위협으로간주한다.

 

실제로 GPS 교란 관련 기술이나 장비는 인터넷에서 컴퓨터 바이러스 만큼이나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2002년 온라인 잡지인 『프랙』(Phrack)에서는 좁은 범위에서 상용 GPS 신호인 L1을 교란하는 재머를 만드는 방법이 소개된 적이 있으며, 지금도 상용 GPS 신호인 L1을 교란할 수 있는 GPS 재머의 경우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회로 구성도를 바로 구할 수 있다. 전기회로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회로 구성도를 이용하여 손쉽게 GPS 재머를 제작할 수 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www.ebay.com)에서는 30달러짜리 GPS 재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글에서도 GPS는 물론 무전기까지 교란할 수 있는 재머가 나온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GPS 재머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1946년 당시 핵무기는 인류의 삶과 전쟁개념을 한순간에 뒤바꾼 강력한 무기로 각광받았지만, 이 무기를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규범은 전혀 없었다. 따라서 이 당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인류는 핵전쟁의 공포에 떨었고,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핵무기감축협정 등을 통해 위협을 줄일 수 있었다.

 

GPS 교란 기술 역시 마찬가지 길을 걷고 있다. 2000년 미국 정부가 민간 부문의 사용을 제한하기 위하여 GPS에 의도적으로 오차를 발생시키는 SA(Selective Availability, 선택적 사용성)을 제거한 직후 GPS는 인류에게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었지만, GPS를 교란하는 재머는 재머가 가지고 있는 위협적인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규제나 규범 없이 무차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핵무기의 경우 몇몇 국가들만이 보유할 수 있었지만, GPS 재머는 약간의 돈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국가에서부터 자생적 테러리스트 에 이르기까지 GPS 교란에 나설 수 있어 핵무기보다 더 위협적이다.

 

박수찬 <D&D 포커스> 기자 fas117@hanmail.net

 

TAG

Leave Comments


profile월간 <디펜스21+> 박수찬 기자 블로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