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창수 전 청와대 NSC 행정관 인터뷰

 

한미 대북정책, 북핵을 사실상 방치

대화 안하면 감당할 수 없는 사태 온다!


대담 및 정리  김종대 편집장

2011년 10월 18일, 디앤디 사무실


한동안 미국에서 체류하던 김창수 전 청와대 NSC 행정관이 귀국했다. 오랫동안 통일문제에 몸 담아왔던 그가 미국에서 본 한미관계와 미중관계,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감회가 궁금해졌다. 디앤디는 미국을 체험한 그가 갖고 있는 고민을 들어보기로 했다.

- 오랜 만에 귀국하셨는데, 그동안 한미관계는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회고해보면 노무현 대통령 말기의 10․4 남북정상회담 당시와 이명박 정부 3년 7개월이 경과한 현재 시점에서 한미관계는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원래 한미동맹이라는 것이 한반도에 대한 외부의 침략, 북한의 위협 염두에 두고 전통적 한미동맹 형성되었습니다. 2007년 10․4선언 이후 현재까지 한미동맹의 핵심적 변화는 전통적 양자 동맹의 의미를 넘어 미국과 중국의 관계 속에서 동맹이 새롭게 규정된다는 것입니다. 한국이 미국에게 동맹으로서 가치를 가질 때 과거의 동맹을 가치를 상쇄하고 남을 만큼의 새로운 가치가 생긴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은 ▲ 북한의 침략 억제, ▲ 민주주의 확산, ▲ 한국을 거점으로 미국의 시장을 동아시아로 확장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문제의 핵심이 중국입니다. 중국이 미국에 위협인가, 아닌가 보다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인식, 유일패권이라는 미국 중심체제가 오래갈 줄 알았는데 그게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입니다. 중국의 달러 보유의 힘이 어느새 막강해졌고 미국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겪은 상황입니다. 반면 중국은 동요되지 않고 있다는 것, 중국이 세계질서를 이끌어가는 양대 축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고, 여기서 미국은 새로 떠오르는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에 한미관계도 규정되는 요인이 커진 겁니다. 이러한 대중국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은 한국의 협조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것이 현재 한미동맹을 추동하는 핵심동력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북의 핵 능력 인정

-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은 북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지 않았습니까?

북한의 핵문제 성격이 달라졌다는 것도 2007년과 매우 다른 점입니다. 과거에는 진행 중인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는 것이 우리의 대북 핵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이 핵 개발의 초보단계를 완료하고 강력한 핵보유국으로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는 새로운 단계입니다. 2010년에 미 국방부 보고서라든가, 같은 해 1, 2월에 게이츠 국방장관과 힐러리 국무장관이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면”이라는 표현을 자주 하기에 이릅니다. 그러자 한국에서는 미국이 북 핵 보유를 인정하고 앞으로는 제3국으로 핵 확산을 막는 것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여기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게 과연 무엇이냐는 겁니다. 핵 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즉 핵 능력을 인정하는 것과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한다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미국의 인식은 북한이 핵을 갖고 있으나(실질적 의미)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것(형식적 의미)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핵을 보유한 북한과 앞으로의 협상은 전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 것 같습니다. 가장 우선시해야 원칙이 있다면?

우리가 과거에 북한 핵에 대해 어떤 경고를 받아왔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과 대화와 협상으로 핵을 제거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북한 핵 역량이 강화되고, 강화된 다음에 폐기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경고대로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런 악순환이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플로토늄 추출에 이어 우라늄 농축까지 진행하는 북한 핵이 이 상태에서 정지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북한은 핵탄두들을 소형화할 것이고, 소형화된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여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라면 북한 핵 사정거리에 놓이게 됩니다. 그 때 그 핵무기를 폐기하는 데는 이제껏 개발단계에 있던 북한 핵을 폐기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지난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북한의 핵 능력만 강화되고 더 큰 비용을 치루는 그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대체적으로 나오는 대화 합의는 남북한 간에 대화인 것 같고, 남북 간의 대화는 비핵화회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북한은 북미 직접대화를 위한 징검다리로 우리의 대화에 응하려는 것입니다. 북한이 대화에 응했다는 건 대화의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북미대화가 진행되면 북 핵을 비롯한 양자관계에서 정치적 합의는 있겠으나 최종적으로는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의 틀을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6자회담의 틀이 가동되지 않는다는 것은 낭비되는 시간만큼 북한의 핵 능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미래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금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핵무기가 상징이 되는 날

- 북한이 강성대국을 선포하고 난 다음에 핵 문제가 과연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 이후는 북이 핵을 포기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핵무기가 엄청난 체제의 권위이자 상징으로 부각되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되면 북한 내부에 과연 누가 미국과 핵 문제를 협상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매우 중요한 지적입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인어공주 상이 있는데 이건 단순한 조형물이 아닙니다. 덴마크 국민의 상징입니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성대국이란 핵을 가진 강대국이란 의미인데 북한이 이미 상징화된 핵을 폐기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 비용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직전인 지금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과거와 비교해서도 엄청난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아마도 핵을 보유하는 것을 정지시키는 마지막 기회가 지금이 아닌가, 이 기회를 놓치면 이후에는 이명박 대통령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겠군요.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이 걸려있는 지금 북한이 대화에 나서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석하는냐,가 문제입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시각이 있습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설려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먹혀들어서, 배가 고프니까 나오는 것이다. 또는 내년에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면서 미국과의 핵 협상을 통해 북한의 국제적 지위를 높여 강성대국의 징표로 북한 주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북의 강성대국 전략에 우리가 말려들어 협상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타당한 지적입니다. 북한이 과거의 협상패턴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까 무언가 북한의 전략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는 겁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자존심을 꺽지 않는다고 보는데 한미양국이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자존심을 꺽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대화에 나서니까 일부에서는 “대화를 구걸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강성대국 건설에 미국 끌어들이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이러한 생각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북한에 유엔이 제재를 하고 나서 효과가 먹혀드는가? 북한은 오히려 제재 틈을 이해해서 미중 간에 전략적 긴장과 양극화로 변하는 시점에서 교묘하게 중국 편을 듦으로써 미국과의 협상에서 북한의 불안정한 지위를 안정시키는 성과까지 내왔습니다. 그러므로 미국과의 관계개선, 극단적으로 말했을 때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북은 당연히 강성대국을 선포할 것이고, 그 이후에는 “우리는 미국과의 협조 없이 강성대국을 했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 말 속에서 자신들에 대한 강력한 자부심을 가질 것이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강력한 배타성, 강력한 긴장을 유지할 것입니다. 그런 패턴 속에서 북한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과연 통하겠는가? 어차피 북한은 강성대국으로 가는데 북한과의 대화를 진행함으로써 미국과의 강력한 배타성 안 가진 상태에서 북한을 다루는 것이 그나마 더 효과적이지 않은가? 저는 해답은 명확하다고 봅니다.

북과 대화할 줄 모르는 오바마

- 그런데 북한과 대화를 강조했던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전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북한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한 과거 클린턴, 부시 정부와 달리 오바마 대통령 기간에는 대화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한국정부의 역할이 있겠지만 오바마 행정부 자체가 북한보다 다른 문제가 더 큰 것이 많습니다. 북한 문제는 밀려도 하위주제로 하위로 한참 밀려 있습니다. 아프간, 이라크, 리비아와 같은 중동문제, 중국과의 관계 조정과 같은 현안에 밀려 북한 문제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여기에다가 오바마 정부의 실용주의와는 거리가 먼 도덕주의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대와 대화하기 어렵다는 거죠.

오바마 정부 출범 시 우리의 기대는 오바마 진영에 북한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는냐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클린턴 말기의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같은 경우 정책결정 과정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대북정책에서 가장 큰 영향력 행사하는 것이 국무부와 백악관의 NSC인데, 여기에 북한 문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은 무시와 강경으로 일관했고요. 이제야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정책조정관을 역임하며 울브라이트와 평양을 방문했던 웬디 서면이 차관으로 등장했는데 의회 비준동의를 받는데 몇 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대북 온건파라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인준동의가 지연되어 역설적으로 서먼의 입장은 행정부에 들어가더라도 북한과의 대화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낙인찍힌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 그렇게 오바마 정부가 공화당의 극우파에 짓눌리는 이유가 뭡니까?

미국의 국내정치는 이렇게 극단화된 시기가 있었는가를 여길 정도로 극단화되었습니다. 공화당이 '티파티(tea party)'라는 극우 풀뿌리 조직의 영향권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아이젠하워 같은 공화당 대통령도 지금처럼 극단적 극우노선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풀뿌리 극우정치의 결정적 영향권에 놓여있고, 이들은 오바마가 흑인이기 때문에 규탄하다, 과거 KKK 단과 같은 백색테러를 회상하면서 우리도 오바마를 끌어내려야 한다, 인종주의 극우주의 다 동원해서 오바마 재선을 막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오바마를 사회주의자, 우리 식으로 말하면 좌빨정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극단화된 미국의 정치는 오바마를 흠집만 내면 되기 때문에 아예 대북 화해정책을 펼친다면 오바마를 더 강력히 공격할 것입니다.

 

정치적 무능력에 좌절한 민심

-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이 ‘답답한 희망’으로 바뀌는 것 같군요. 그러나 다른 경향도 있습니다. 월가의 시위 같은 것이 그런 것 아닌가요?

고액 연봉에 보너스에 흥청망청하고 있는 탐욕에 대한 분노, 빈부격차 심화에 대한 분노입니다. 또 하나는 정치의 무능에 대한 혐오입니다. 8월에 부채상한 선을 상향조정해서 합의하려는 바로 당일 날 극적으로 합의되었지만, 결국 미국은 신용등급이 하락됩니다. 미국 국가정부 수립 이래 가장 불명예스러운 치욕을 겪었습니다. 이게 미국을 경제위기 심화시킨 요인입니다. 국가가 채무 위기상황을 초당적으로 합의해서 해결되지 못하는 정치적 무능력 때문에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이고 여기에 민심이 분노한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국익을 앞에 두고 초당적으로 협력해서 정치력 보여주지 못했다는 거죠.

우리가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환각 중 하나가 미국은 우기 속에서 단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위기 속에서 정파싸움을 하며 단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이런 상황이 대외정책을 치유하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정치에 대한 많은 나라의 신뢰가 곧 힘이라고 합니다. 조셉 나이는 강성외교가 아니라 연성외교, 이 둘을 조합한 스마트 외교를 주장했습니다. 연성외교의 배경인 연성국력에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위기 속에서 정치적으로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능력이 있구나”라는 것이고, 이것이 신뢰인데 미국의 이런 연성외교 파워가 약화된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대외정책 추동력이 약화되는 거죠. 세계가 미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니까요.

- 그런 상황을 중국이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중국과 협력과 긴장 요인이 다 같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바마가 강경정책만을 펼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저는 오바마와 이명박에게 하고 싶은 말이 외교가 고전적인 명언 중 하나인 “희망은 정책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미국의 강경세력들이 중국을 마음껏 다뤄보고 싶은 것이 희망인데, 그 희망이 정책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희망이 정책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리비아의 경우를 봅시다. 2006년에 미국이 리비아의 핵 폐기 선언을 이끌어냈던 것은 당시 미국이 리비아에 체제전환 위협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데 있습니다. 가다피가 핵을 폐기하면 어떤 이익이 있는가를 정확히 알려주어 가다피의 이익을 최대화시켜 준 것입니다. 가다피는 강경이슬람 세력들로부터 지위를 유지하면서 서방의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는 이익을 기대하고 미국과 핵 폐기를 약속했습니다. 이를 제공해 줌으로써 가다피의 정책을 바꿀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미국은 리비아 핵 폐기라는 희망사항을 목표로 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이익을 나누어 주는 정책을 구사함으로써 핵을 폐기시킬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대북정책도 강경세력이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것 말고 핵을 포기함으로써 이익을 얼마나 상당하는지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정책변화를 유도하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도 말로는 북이 핵을 폐기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끊임없이 조금만 더 기다려면 북한이 망할 것이고, 백기를 들고 항복하고 망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길과 더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그러면 우리는 이제 다음 정부에 희망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요?

안보를 정치와 경제라는 다른 축과 더불어 삼각 축으로 보아야 합니다. 가령 안보의 자질이 있는 대통령이 어떤 대통령인가 하면 군을 잘 아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군과 경제와 정치의 갈등의 연관관계를 잘 아는 대통령이 안보 대통령입니다. 정치적 갈등을 잘못 풀어서 경제위기로 갈수밖에 없으면 다시 안보에 영향을 주고, 결국 악순환을 풀지 못하면 어떻게 안보가 제대로 됩니까? 이 점에서 자질 있는 대통령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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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