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고 편한게 좋아' 우리집 놀이 스타일~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IMG_0876.jpg » 민지 어렸을 때 몸놀이 해주는 아빠 모습. 스킨쉽은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집안마다 놀이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독서 등 정적인 놀이를 좋아하는 스타일도 있고, 무조건 밖에 나가서 노는 스타일도 있고, 체험이나 전시관, 박물관 등 나들이형 스타일도 있고, 친구들을 초대해서 노는 스타일도 있고, 친구집에 가서 노는 스타일도 있고 ....

 

‘베이비트리’에서 ‘우리집 놀이 스타일~’ 이벤트를 하고 있어, 나도 우리집 놀이 스타일이 어떤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나 남편, 시터 이모 모두 편하고 쉬운 놀이를 좋아한다. 한마디로 `게으른 놀이 스타일~'이라고 해야할까. 몸으로 때우는 놀이를 즐기고, 멀리 어딘가를 가는 것보다는 가까운 곳에 가기 좋아한다. 또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보다는 가급적 사람이 적은 곳을 택한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체험을 시켜주는 것은 가뭄에 콩 나듯하고, 일단 같이 놀아주는 사람들이 편한 쪽을 택할 때가 많다.

 

따라서 집 앞 놀이터나 집 근처 안양천에 나가 아이들끼리 놀라고 하거나, 집에서 많이 논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즐겁게 놀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덜 하고, 아이들이 피곤하거나 짜증이 나면 언제나 집에 돌아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집에서 주로 하는 놀이는 ‘몸놀이’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지만, 놀다보면 어른들 체력이 바닥난다는 단점이 있다. 나는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옷도 갈아입지 않고 일단 아이들과 10분 이상 놀아주려고 애쓴다. 민규는 엄마가 현관 키 누르는 소리만 들어도 “엄마~ 엄마~”하고 소리치며 현관문 앞에 서 있는다. 그런 아들을 안고 일단 빙그르르 한바퀴 돌고 안아주고 뽀뽀를 해준다. 또 민지에게 어린이집에 있었던 일들을 묻는다. 바쁜 엄마가 아이들에게 보이는 최소한의 성의 표시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놀이는 말타기. 엄마가 말이 되어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이랴, 이랴”하고 히잉~ 히잉~ 소리를 내며 허리를 곧추 세우고 `말 아바타'가 되면 그야말로 아이들은 까무러치게 좋아한다. 그리고 아빠 엄마 발 등 위에 올라 손잡고 함께 걷거나, 엄마·아빠 배 위에 올라와 쿵쿵 엉덩방아를 찧는 것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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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최근 가장 많이 등장하는 놀이는 ‘번개맨 놀이’다. 민규는 언젠가부터 번개맨에 완전히 꽂혔다. 특히 지난 휴가기간 동안 뮤지컬 ‘번개맨의 비밀’을 본 뒤로는 그 증세가 악화됐다. 아침에 일어나도 “번개~ 파워”, 밥을 먹다가도 “번개~ 파워”, 상대방에게 화가 나도 “번개~ 파워~”, 눈만 마주쳐도 “번개~ 파워~”를 외친다. 민규가 “번개~파워~”를 외치면 우리는 번개맨이 쏘는 번개로 푹푹 쓰러지는 악당들처럼 “아~~~악~~~” “으~~~윽” 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만약 번개 파워를 쏴도 악당인 우리가 쓰러지지 않으면 민규의 번개 파워 목소리는 갈수록 커진다. ‘음개’인지 ‘번개’인지 알 수 없는 발음으로, 손을 현란하게 움직이며, “번개~파워~”를 목구멍이 찢어져라 외쳐대는 민규를 보면 그 누구도 쓰러지지 않을 수 없다. 정의의 사자 ‘번개맨’과 싱크로율 80%는 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천진난만함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확실히 아들과 딸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민지는 민규가 번개맨에 꽂히기 전, 번개맨에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주로 번개맨에게 당하는 악당역을 맞지 번개맨을 먼저 외치고 다니지는 않는다.   
 
 
 
IMG_7325.JPG » 신문지 옷을 만들어주는 딸.

 

아무래도 엄마가 신문기자라 그런지 아이들은 신문지로 놀기도 좋아한다. 신문지로 꽃도 만들고, 공도 만들고, 치마도 만든다. 누나인 민지는 동생에게 번개맨 옷을 만들어준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5살 민지는 이젠 제법 그림도 잘 그리고,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인 나는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없어 만들기는 이모가 해주곤 했는데, 민지는 뭐든지 스스로 오리고 붙이고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점은 엄마 닮지 않아 너무 다행이다.

민규는 누나가 만들어준 신문지로 만든 번개 옷을 입고 또 “번개~ 파워~”를 외쳐댄다. 이처럼 신문지 하나만 있어도 아이들은 즐겁게 논다.

 

두돌이 된 민규는 신문지를 찢는 것만으로도 재밌어하고, 신문지를 오리고 가위질하는 것도 재밌어한다. 신문지로 기차길을 만들어 놓고,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즐거워한다. 아무래도 민지는 2살 어린 동생이 민지가 하는 행동 모든 것을 따라하고 즐거워하다보니, 단순한 놀이에도 즐거워하는 것 같다. 아마 혼자라면 그런 놀이들이 시시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놀이도 잠시. 신나게 몸놀이도 하고, 번개맨 놀이도 하다보면, 5살 민지는 좀 더 고차원적인 놀이를 하고 싶어한다. 요즘은 병원 놀이, 엄마·아빠 놀이를 하고 싶어하는데, 나는 환자가 되었다가 아빠가 되었다가 아가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잠시, 집중력이 좀 떨어지고 지루해한다 싶으면 나는 스케치북을 꺼내온다. 민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므로 함께 그림을 그린다. 가족도 그려보고 수박도 그려보고 친구들도 그려보고 다른 그림을 보며 따라 그려보기도 한다. 민지가 엄마 아빠를 어떻게 그려내는지, 동생은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보는 것도 재밌는 일 중의 하나다. 지난해 가족 그림과 올해 가족 그림은 또 다르다. 한해 한해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IMG_7334.JPG » 민지가 그린 그림인데 귀엽다.

 

지난해 민지 그림.jpg

 

지난해 11월에 민지가 그린 우리 가족 그림이다. 왼쪽에 큰 사람은 민지, 오른쪽에 손잡고 있는 사람은 아빠 엄마, 밑에 작은 사람은 민규. 그 옆엔 이모.
아빠와 엄마가 정답게 손잡고 있는 모습을 그려줘 너무 고마웠다. 또 손가락 5개를 표현한 것이며 민규를 앙증맞게 그려놓은 걸 보니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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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최근 민지가 그린 우리 가족 그림. 조금씩 그림이 달라지고 있고, 디테일도 달라졌다. 이 그림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내가 없는 동안 그린 그림이라서. 조만간 이 그림에 대핸 설명을 들어봐야겠다.

 

이 모든 놀이를 하다 중간 중간 밥을 먹이고 간식을 먹다 보면 낮잠 잘 시간. 휴~.

 

노는 건 재밌지만, 힘든 것도 사실이다.

아이들 낮잠 재우고 엄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너무 힘들었던 나도 함께 쿨쿨 잠을 자버렸다. 이렇게 우리집 주말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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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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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