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엄마니까! 생생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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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부터 둘째와 셋째가 한꺼번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남편이 지방 출장 중인 관계로 혼자서 밤에 잠을 설쳐가며 두 아이를 번갈아 살피느라 잠을 잘 수 없었다.

금요일 김제에서 남편이 올라오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두 아이 모두 후두염에 목이 많이

부어 있었고 코도 많았다. 열은 내내 39도가 가까웠다.

목요일부터 일요일 밤까지 아이들은 계속 열나고 아프다. 지금도 앓고 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하루에 서너 시간이나 잤을까.

아이가 아프면 엄마의 밤은 길고 고되게 지나간다. 하나가 아니라 둘이 한꺼번에 아픈데다

한 명은 젖먹이다보니 그야말로 내 몸은 쉴 사이가 없다.

아이가 여럿이면 대개 한꺼번에 아프다. 큰 아이는 체력이 있으니까 그럭저럭 병원 안 가고

지나갔는데 네살, 한살 아이는 감기가 제대로 왔다. 기침에 가래도 심하고 코도 꽉 막혀 있고

무엇보다 열이 계속 난다. 지난 수요일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 하필 큰 아이 학예회가 있어

어린 동생들 앞세워 학교를 오간 게 결정적으로 감기에 걸리게 한 것 같다.



주중엔 지방 출장 중이라 고단했을 남편 역시 주말에 집에 오자마자 정신이 없었다.

가뜩이나 담배를 끊고 있는 중이라 몸과 마음이 힘겨운 상태인데 모처럼 들어온 집에는

끙끙 앓고 있는 두 아이와, 아이들 돌보느라 반쯤은 넋이 나가 있는 아내가 있으니 편하게

쉰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아픈 아이들은 오로지 엄마만 찾는다. 평소엔 의젓하게 언니 노릇을 하던 둘째는 아프기

시작하면서 아기가 돼 버렸다. 안아 달라고 엉엉 운다. 젖먹이는 내내 내 품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으니 안아달라고 애달프게 보채는 둘째는 아빠가 대신 안아주는데 그게 못내 서럽고

속상해서 더 운다. 이럴 땐 나도 맘 아프다.

막내는 바닥에 자신을 내려 놓지 못하게 한다. 안고 돌아다니려니 아픈 아이도 힘들겠지만 내가

먼저 쓰러질 지경이다. 아이가 아파도 큰 아이와 남편 밥은 삼시 세끼 차려야 하고, 경황이 없어도

나는 계속 먹어야 한다. 막내도 오빠와 언니처럼 몸이 아프면 젖꼭지만 빨아대기 때문이다.

나를 찾는 둘째에게 달려가 잠시 배를 문질러 주다가, 엄마가 저를 아빠에게 맡기고 갔다고

숨 넘어가게 울어대는 막내를 다시 안아 올리고 아까부터 밥 달라는 첫째 아이 밥을 챙긴다.

남편이 도와주겠다고 해도 당장 부엌살림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잘 모르니 그거 일일이 찾아주고

설명해주느니 막내를 안고 내가 하는 게 더 빠를 지경이다.

잠도 제대로 못자서 배가 고픈데 우선 큰 아이 밥부터 챙겨야 하니 내 배를 채울 새가 없다.

급한대로 빵에 잼이라도 발라 먹으려고 꺼내 놓았는데, 밥 챙기는 사이에도 여러번 둘째와

막내 사이를 오가며 살피다보니 어느새 꺼내 놓은 빵이 말라 버렸다.

남편과 큰 아이 먹을 칼국수 끓이면서 둘째 먹일 죽도 같이 끓인다.

상 차려주고 졸리다고 칭얼대는 막내 재우러 갔다 나오니 일요일 오후가 기울어 버렸다.

칼국수는 먹성 좋은 아들이 남김없이 먹어 치웠고 그제서야 라면 하나 끓여 요기를 했다.

정성껏 죽을 끓여 둘째에게 내밀었더니 한 입 먹고 고개를 돌린다.  이럴 땐 정말 기운이 다 빠진다.



늘 내가 이 집에서 제일 먼저 먹고, 제일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반대가 된다. 언제나 식구들 먼저 먹고 나는 그 사이에 어린애를 돌보고

맨 나중에 다 식은 음식을 먹게 되니 말이다. 그렇다고 매달리고 칭얼거리는 아이들 밀어두고

느긋하게 내 배를 채울 수도 없다. 더구나 아이들이 아프면 여유있게 밥 한끼 먹는 것도 호사다.

한의원에서 지어온 약을 막내에게 먹이려면 조금씩 플라스틱 약 병에 넣어 미지근하게 데워

수시로 입에 짜 넣어 주어야 한다. 하루에 60미리를 먹이려면 종일 약병을 들고 한 모금씩

삼키게 하는 일에 매달려야 한다.

둘째 아이라도 잘 먹어주면 좋겠는데 열 나면서 비위도 약해졌는지, 간신히 먹여 놓은 약을

바로 토한다. 아픈 아이 잘못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너무 속이 상해 버럭 소리를 질러 버렸다.

옷 갈이 입히고 토사물 치우다보면 순식간에 빨래가 수북히 쌓인다.

수시로 체온 확인하고, 입에 미지근한 물 넣어 주고, 배 문질러 주고, 뭐라도 먹겠다면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 차려 오고, 그 사이에도 막내는 계속 내 품에만 매달려 있다.

집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어질러 있고, 나는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고단한데 아이들 몸은

좀처럼 회복이 되질 않는다.



일요일 밤에는 남편이 나 대신 안아주려해도 한사코 몸을 빼서 내게로만 향하는 막내를 다시

안아 들고 펑펑 울어 버렸다. 몸이 너무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엄마가 아프면 어쩌려고, 누가 너희들 돌볼 수 있다고, 아빠한테도 안가면

어떻게 하니’ 소리치며 엉엉 울었다. 남편은 속상해서 이불을 한번 걷어차고 마루로 나가 버렸다.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아픈 아이들 건사하는 마누라의 수고를 곁에서 보면서도 아이들이

엄마에게만 매달리니 대신 해줄 수도 없고 보고 있으면 딱하고 속상하니까 화만 나는 것이다.



이불에 누이면 자지러지는 막내를 안고 소파에서 담요를 덮고 앉아 선잠을 자는데

이러다가 내가 정말 쓰러지면 어쩌나... 덜컥 겁이 났다. 엄마만 찾는 아이들을 나 말고 누가

대신할 수 있을까. 아빠도 안되고, 엄마여야만 하는 아이들을 내가 끝까지 봐줄 수 있을까...

이렇게 고단한데 나는 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머리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더 이상은 못할 것 같다고, 내가 먼저 쓰러지겠다고

고개를 젓다가도 다시 ‘엄마아-’ 나를 부르는 둘째의 애달픈 목소리가 들리면 바람처럼 둘째에게

달려간다. 열이 조금 내린 걸 확인하니 세상이 다 환해진다. 방금 전까지 더 이상은 못 하겠다고

생각하던 일도 금새 까 먹고, 고열을 이겨내는 어린 딸 아이가 대견하고 고마와서 목에 멘다.

그 사이에도 ‘옴-마’하며 내 품을 파고드는 막내를 더 꼬옥 안아준다.

아이들 아픈 후로 머리도 제대로 못 감고, 차림새도 꼬질 꼬질해진 나를 이렇게 목숨처럼

부르고, 매달리고, 원하는 어린것들을 바라보면 다시 어디선가 힘이 솟는 것 같다.

그래, 그래... 나는 엄마지... 내 새끼들한테는 내가 최고지, 나 밖엔 안 되지.

기운을 내야지...



새벽까지 막내를 안고 선잠을 자며 보냈다.

밤이 지나고 나니 두 아이 모두 열이 조금씩 내렸고, 막내는 다시 밥을 찾고 벙글거리기도 한다.

기침도, 가래도 여전히 심하지만 놀고, 웃으니 맘이 놓인다.

둘째도 국 말은 밥 두 숟갈 먹고 다시 잠에 빠졌다. 서늘해진 이마가 대견해서 짚어보고 또 짚어본다.

아아... 내가 아니면 안되는 이 아이들...

지켜줘야지... 곁에서 오래 오래, 내가 꼭 지켜줘야지...

불면의 밤들을 보내고 나는 다시 강해진다.

나는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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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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