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위장의 외톨이 사냥꾼, 청도요 윤순영의 시선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덩치 크지만 정지하면 배경속으로 완벽하게 녹아들어

캐나다 탐조인 “귀한 새 반갑다”, 국내 실태 안 알려져

 

크기변환_YSY_7162_01.jpg » 지난 1월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의 얼지 않은 개울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청도요

지난 1, 지인으로부터 청도요가 광릉국립수목원에서 월동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청도요는 보기 드문 새로 한국에서는 중부 이남에서 적은 수가 겨울을 나는 겨울철새이자 나그네새이다.

해마다 지속적으로 광릉국립수목원을 찾아오는 청도요를 2016년에는 볼 수 없었다. 매서운 추위에 광릉국립수목원을 가로지르는 개울이 대부분 얼었지만 얼지 않고 물이 흐르는 여울목 구간이 있다. 청도요는 이곳을 선택했다.

크기변환_DSC_3712.jpg » 청도요가 겨울나기를 하는 광릉국립수목원의 개울.

청도요는 진한 갈색의 낙엽과 같은 색을 띠고 있어 청도요가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눈길을 잠시 다른 곳을 돌렸다가 다시 관찰하려면 어려움이 있다.

쌍안경으로 겨우 찾아야 할 정도니 완벽한 위장색이다. 인기척이 나면 움직이지 않고 납작 엎드려 숨을 죽인 채 눈치를 살핀다. 청도요를 관찰하려면 인내심을 갖고 잘 살펴보는 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

크기변환_YSY_7196.jpg » 먹이를 찾는데 여념이 없는 청도요.

개울에는 낙엽이 떨어져 쌓여있고 물기를 머금고 있다. 청도요가 몸을 우스꽝스럽게 위아래로 흔든다. 다리를 쉼 없이 흔들며 물속의 낙엽을 헤집고 부리로 쑤시며 숨어있는 작은 곤충을 잡기 위해서다. 두 마리가 사이좋게 어울리는 것으로 보아 부부로 보인다. 청도요 한 마리가 사냥을 마친 뒤 자리를 잡고 앉아 실눈을 뜨고 주변을 경계하며 긴 휴식에 들어갔다.

크기변환_YSY_9878.jpg » 여울은 청도요의 먹이원이 풍부한 곳이다.

크기변환_YSY_7153_01.jpg » 휴식에 들어간 청도요. 실눈을 뜨고 주변을 살핀다.

청도요는 주로 산지 계곡 물가에 내려앉지만 강이나 평지의 깨끗한 물가에도 날아오는 경우도 있다. 겨울에는 눈으로 덮인 골짜기에서 12마리 또는 56마리씩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청도요의 영어이름인‘외로운 도요새’ (Solitary Snipe)에서 알 수 있듯이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새다. 을씨년스런 추운 겨울에 홀로 먹이를 찾는 모습은 외로워 보인다.

관찰을 하는 동안 매서운 추위가 몸속으로 파고든다. 청도요가 아주 가까운 거리로 날아 자리를 옮긴다. 몸집이 굵고 둔탁한 모습에 비율이 어색하게 보이기도 한다. 직선으로 좌우를 그리며 날아간다. 청도요는 멀리 날아가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크게 경계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크기변환_YSY_7473.jpg » 머리를 깊숙이 물속에 쳐박고 먹이를 찾는 청도요.

크기변환_YSY_7875.jpg » 쌓인 낙엽 사이에서 먹이를 찾아낸다.

크기변환_YSY_7966.jpg » 청도요는 먹이를 찾는 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비한다.

캐나다인도 탐조를 위해 광릉국립수목원을 찾아왔다. 매우 즐거운 표정이다. 청도요는 중국 서북부, 시베리아 동남부와 몽골 북동부 등지에서 번식하며 한국, 중국 남부, 일본, 보르네오섬 등지에서 겨울을 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귀한 새이기 때문이다. 청도요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의 분포 현황과 월동 개체수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위장술이 뛰어나 관찰이 쉽지 않은 것을 고려 한다면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수가 월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전북 내장산에서 여러 해 동안 겨울을 보낸 기록이 있고 구리 왕숙천, 파주 헤이리, 용인 평지천, 수원 용주사, 과천, 양평 양수리 등 중부지역에서 자주 관찰되며 전남 화순 동복천 등지에서 월동기록이 있다.

크기변환_YSY_8614.jpg » 주변 환경과 아주 흡사해 잘 보이지 않는 청도요.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다.

크기변환_YSY_7650.jpg » 청도요는 개울에서 하루종일 먹이탐색을 위해 시간을 보낸다.

몸길이는 약 30cm로 통동한 몸매에 다른 꺅도요에 비해 진한 갈색이다. 머리는 어두운 갈색이며 중앙에 흰색의 불규칙한 선이 지난다. 어두운 갈색의 눈 선이 있고, 눈 선의 위아래는 흰색이다. 뺨에 흰 바탕에 어두운 갈색 선이 지난다. 턱밑은 흰색이고, 목 앞과 옆은 갈색이다.

어깨깃과 등은 고동색으로 갈색의 가로무늬가 있다. 허리는 검은 갈색이며 엷은 갈색 또는 흰색의 가로무늬가 있고, 가슴에는 갈색의 세로무늬와 흰색의 얼룩무늬가 있다. , 옆구리, 아래꼬리덮깃은 흰색으로 검은 갈색의 가로띠가 여러 개 있다.

크기변환_YSY_7924.jpg » 먹이를 찾기 위해 다리로 물속의 낙엽을 헤집고 부리로 먹이를 낚아챈다.

크기변환_YSY_8801.jpg » 청도요 부부.

날개깃은 흑갈색이고 깃 끝에는 흰색의 가장자리가 있다. 셋째날개깃은 짙은 갈색이며 검은색의 가로띠가 있고 바깥 쪽 가장자리는 흰색이다. 큰날개덮깃은 고동색이고 끝부분에는 적갈색의 가로띠와 흰색의 가장자리가 있다. 가운데날개덮깃과 작은날개덮깃은 적갈색이며 짙은 갈색의 가로띠와 흰색의 가장자리가 있다.

꼬리깃은 붉은 갈색으로 눈에 띈다.이어지는 흰색의 앞에는 흑갈색의 가로띠가 있다. 부리는 살색을 띠며 끝으로 갈수록 짙은 갈색이다. 홍채는 흑갈색이고, 다리는 노란 녹색을 띤다. 청도요는 전체적으로 불규칙한 물결무늬의 모양으로 보인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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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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