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은 감기약이 아닌 사랑의 묘약 김인곤의 먹기살기

김인곤의 먹기살기/알쓸신잡 은행과 쌍화탕

 

먼저 은행이야기. 일제강점기 서울의 가로수는 가죽나무였다. 그 뒤에는 포플러 플라타너스. 지금은 공해에 강한 수종인 은행나무. 해마다 이맘때면 은행열매가 풍기는 냄새가 고약하다. 그래서 가로수종을 바꾸잔다. 헌데 아시는지? 우리에게도 밸런타인데이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선물이나 카드를 주고받는 날. 음력 2월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이 그날이다. 남자는 점찍어둔 상대에게 살며시 은행알 16개를 날로 건넨다. 여성은 아무도 몰래 은행알을 볶아 다시 만난다. 남자는 9개 여자는 7개 수줍게 나누어 먹었다. 물론 상대가 맘에 드는 경우다. 받고 끝나면? 당근 거절이다. 전통의학에서는 진해·거담 등의 효능이 있어 해수·천식·유정(遺精)·소변의 백탁(白濁)·빈뇨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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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감기약으로 잘 못 알려진 쌍화탕(雙和湯). 백작약을 주재료로 하여 숙지황·황기·당귀 같은 약재가 더해진 탕약이다. 전통의학에서 쌍화탕은 첫째 심신이 함께 피곤하여 기혈(氣血)이 모두 상한 경우. 둘째 방사(房事:방 안에서 남녀가 은밀하게 벌이는 일)후. 셋째 힘든 작업 종사자나 일시적 노동으로 피로한 상태에서 방사를 했을 때. 넷째 크게 병을 앓아 기가 허해서 식은땀이 저절로 날 때. 그 어디에도 감기증상에 먹어야 한다는 말은 없다. 쌍화탕은 ‘한 쌍(雙)이 조화(調和)를 이루게 하는 탕(湯)’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한 쌍’이란 바로 음과 양, 서로 다른 기운을 의미한다. 따라서 쌍화탕은 음양기운의 균형을 맞추어주는 약으로 만성피로를 달고사는 사람이나 병후 허약자들의 기운을 회복시켜주는 약인 것이다. 특히 쌍화탕은 지속적으로 복용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그러니 환절기는 물론이고 툭하면 감기로 고생하는 허약체질이라면 나이나 계절에 관계없이 쌍화탕만한 저렴한 보약이 없다.


 쌍화탕은 특히 ‘남녀간에 격렬한 사랑을 나눈 직후’에 먹으면 진가를 발휘하는 사랑의 묘약이다. 남녀간의 사랑행위는 음양기운의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기의 소모가 엄청나다. 게다가 기운의 원천인 정(精)까지 소모된다. 따라서 방사를 마치면 남녀모두 일시적으로 기운의 균형이 깨어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땀이 식기 전에 남녀가 함께 따끈한 쌍화탕을 나누어 먹는 것이다. 흐드러진 방사로 깨어진 음양기운의 균형을 즉각적으로 바로잡아 피로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방사후에는 땀과 함께 열기를 방출시키기 위해 전신의 모공이 열리게 된다. 자칫 한기나 냉기가 침범하기 쉬운 상태다. 감기란 감염냉기(感染冷氣)의 줄임말로 ‘차가운 냉기가 침입하여 나타나는 병적증상’을 말한다. 감기예방에 최적화된 탕약이다. 실제로 쌍화탕은 일단 감기에 걸린 다음에는 별 효과가 없다. 감기에 걸리기 직전, 재채기가 나올 무렵 먹고 땀을 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이다. 참고로 감기약은 쌍금탕(雙金湯)이다. 쌍금탕은 쌍화탕에다가 후박·진피·곽향 등으로 조제된 불환금정기산 두 가지를 합친 약이다. 마찬가지로 먹고 땀을 내야 한다.

은행.jpg » 은행열매
 아주 먼 옛날 호랭이 담배피던 시절에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은행열매로 사랑을 고백하고 쌍화탕을 나누어 마셔 사랑을 완성시키셨다. 그래서 지금 여기 내가 있다.

김인곤(수람기문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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