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체질의 비방 `거믄죽' 김인곤의 먹기살기

먹기살기/거믄죽/김인곤의 음식오행학

 

어느덧 ‘하얀(白) 이슬(露)’을 뜻하는 백로다. 산하는 속절없이 푸르고 한 낮 햇볕은 여전히 번들거리지만 가을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식욕의 계절이다. 그런데 아침밥은 꼭 먹는 게 좋을까. 서양의학적 관점의 대답은 그렇다. 음양학적 관점에서는 체질에 따라 안 먹는 게 좋은 사람도 있다. 이게 무슨 상황? 실상은 이렇다.
 
 인체를 하나의 완전한 소우주로 생각하는 치열한 체험학문인 동양의학에서는 사람의 체질을 달로부터 기운을 얻는 달체질과 태양에서 기운을 얻는 태양체질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태양체질은 해가 지면 졸리고 해가 뜨면 몸이 깨어난다. 물론 달체질은 그 반대다. 요즘식으로 바꾸면 태양체질은 종달새형 달체질은 올빼미형이다. 바로 이 올빼미형은 아침을 먹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얘기다.대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순리다. 수면체계에서 활동체계로 전환되는 시간이 느려서 아침밥을 먹으면 오전 내내 음식을 소화시키느라 오히려 두뇌활동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종달새형은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하는 것이 좋다. 몸이 활동체계로 빠르게 전환되기 때문에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어야 힘을 얻는다.
 
 초저녁잠이 없는 올빼미형이 출근시간에 맞추어 억지로 일어나야만 하는 아침에 식욕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서양식 생리학에서는 “두뇌활동에 필요한 포도당은 식사 후 열두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소모되기 때문에 아침을 거르면 전날 먹은 영양분만으로는 오전에 공부를 하거나 직업 활동을 하는 데 무리가 된다. 그래서 아침밥을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아침식사를 거르면 비만이 될 위험이 높다.”거나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두 배로 높다.”라는 연구조사 결과를 근거로 협박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조사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 “미국인들 가운데 아침을 안 먹는 20·30대 직장인의 경우 빈속을 채우기 위해 간식으로 도넛 같은 단 음식을 먹거나 점심을 과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연구자의 최종 의견이 간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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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중요한 것은 식사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이다. 우유 한잔이나 땅콩 한 조각도 모두 식사에 해당한다. 시간에 따른 소화흡수기능에 맞추어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지 밥이냐 빵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달체질이 많은 우리에게 전통적으로 전해오는 비방. 아침식사 대용으로 ‘거믄죽’을 소개한다. 거믄죽이란 말 그대로 검은콩, 검은깨, 검은팥, 검은찹쌀 등 네 가지 검은 색깔의 곡류를 섞어 만든 죽이다. 검은색은 오행구분으로 수성에 해당하고, 수성은 신장 및 생식계를 돕는 에너지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정력을 높여 오전 활동의 에너지가 되고 장기적으로는 신장기운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대머리 현상이나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는 백화현상을 예방해준다. 빵과 우유로 아침식사를 하는 가정이라면 염치불구하고 부인에게 ‘거믄죽’을 부탁하는 게 좋다. 한꺼번에 만들어 놓고 아침마다 덜어서 데워 먹으면 된다. 여기에 한 마디만 덧붙이면 무사통과다. “내가 대머리가 되면 나만 슬픈가? 자기도 창피할 거다.”
 글 김인곤(수람기문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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