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은 무한한 기운의 창고인가/건강컬럼 5 건강칼럼

호흡을 잘해야 단전이 발달

 

전통양생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단전(丹田)이다. 흔히 배꼽 아래 5~6㎝(三寸)의 안쪽에 있다는 단전은 선도 수련의 척도로 꼽힌다. 단전이 단단하면 할수록 내공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전에 기운을 모으는,하단전축기(下丹田蓄氣)가 대부분 선도 수련의 과제이다. 하단전은 상단전(미간)과 중단전(가슴 한가운데)과 함께 몸에 있는 세 곳의 단전 가운데 기(氣)를 보관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20대부터 단전호흡으로 몸 수련을 했다는 한 지인은 한창때 송곳으로 배를 찔러도, 송곳이 휘어지곤 했다고 말하곤 했다.


 “배짱있게 살아라”라고 말할때 나오는 ‘배짱’은 ‘배가 짱짱하다’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배가 짱짱하면 건강하다. 배에 힘이 빠지면 허리가 휘기 마련이다. 그만큼 배가 짱짱하게 복부 근육이 있으면 몸이 바르게 서고, 그 안의 오장육부가 튼튼하다는 뜻이다.
 궁금했다. 과연 단전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래서 우선 의사에게 물어보았다. 지난해 말 정기검진을 하면서 복부 초음파를 하던 나이 든 의사에게 물었다. “혹시 이렇게 초음파로 배의 내부를 보면서 단전을 보신 일이 있나요?” 다행히 그 의사는 10여년간 자신도 단전호흡을 해본 일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리 대답했다. “단전을 본 일은 없어요.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잘 아는 내과 의사에게도 물어보았다. 그 의사는 “왜 의사에게 그런 것을 물어 보냐? 난 단전에 대해 생각을 해본 일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잘라 대답했다. 만약 단전이 실제로 배 안에 형성되면 현대 의술이 명쾌히 발견해 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전은 없는 것일까?
 송곳으로 찔러도 송곳이 배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지인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그 지인은 이리 답했다.
“단전호흡을 하면 배 안에 기운이 차게되는 것을 느낀다. 의식적으로 단전을 생각하면 송곳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 진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단전호흡을 한 이들은 그렇지않은 이들보다는 배가 단단한 것은 사실이다. 아랫배로 호흡할 때마다 배 근육이 왕복운동을 많이 했기에 복부의 근육이 발달해서 단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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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전호흡을 오래 한 이들의 배를 만져보았다. 부드러웠다. 하지만 단전에 의념을 두고, 힘을 모으면 바위처럼 단단해진다고 했다. 실제로 힘을 주자 부드러웠던 뱃살이 순식간에 철판처럼 단단해졌다.
 인도의 요가에서도 생명 에너지가 집적돼 있는 차크라 가운데 배꼽 부근에는 스바디슈타나 차크라를 중요한 6개의 차크라 가운데 하나로 친다. 

 


 <혈기도>의 창시자 우혈선생은 단전을 강조한다. “호흡하면서 의식은 항상 단전에 가 있어야 한다.  단전호흡을 하면 기운이 위로 뜨지 않는다. 호흡이 고르면 마음이 가라앉고, 거칠면 위로 뜨게 된다. 기운이 폐 위쪽으로 뜨면 몸이 흔들린다. 크기가 4촌 정도 되는 단전은 동그란 고무풍선을 연상하면 된다. 이 단전으로 숨을 내뱉고(呼) 들이마시는(吸) 것이다.”

 

기찬몸 1.jpg » 우혈 선생이 설악산에서 단전호흡을 하고 있다.

 


 즉 배꼽 아래에 고무풍선이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공기를 넣었다가 빼는 것처럼 생각하고 호흡하는 것이 단전호흡이라는 것이다. 우혈 선생은 또 “단전은 사람이 몸에서 농사를 짓는 자리이다. 기운의 원천이자 무한 창고이다. 기운이 모일 곳은 단전뿐이다. 아기는 모든 기운이 단전에 몰려 있다. 그러나 늙으면 단전에 기운이 없어 쪼글쪼글해져 어깨에 고(苦)가 쌓인다. 척추에서 나오는 힘은 유한하지만, 단전에서 나오는 힘은 무한하다. 그러나 단전호흡만이 전부인양 말하면 틀린 얘기다. 궁극적으로 몸 전체로 하는 전신호흡(피부호흡·혈문호흡)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전호흡은 전신호흡을 하기 위한 기초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호흡의 최고는 단전호흡이 아닌 전신호흡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혈 선생은 단전이 강해져야 척추가 바로 선다고 한다. “척추 자체는 힘이 없다. 척추를 받쳐주는 것이 요추이며, 요추를 받쳐주는 것이 단전이다. 단전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고 한다. 코어 근육의 자리에 있는 단전에 힘이 있어야 몸이 바로서고, 오장육부가 건강하다는 이야기이다.
 우혈 선생은 실제 단전이 생긴다고 한다. 단전호흡을 오래하면 단전에 단전구(丹田球)가 형성된다고 한다. 이 단전구는 대장과 소장 앞부분에 형성돼 속은 비어있지만 그 위력은 대단하다고 한다. 이 단전구는 상체와 하체의 기운이 단전으로 모아져 중심이 딱 설때 생긴다고 한다. 장 부위와 피부아래 근육사이의 막 가운데 기운이 생겨 공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기찬몸 2.jpg » 우혈 선생이 계룡산에서 단전호흡을 하고 있다


 그는 “도인의 목표는 단성(단전구를 만드는 것·丹成)을 이루는 것이다. 단성을 이루려면 폐의 기능이 완전해야 한다. 천기(天氣)의 80~90%와 지기(地氣)의 10~20%가 합쳐서 만들어진다. 근육과는 전혀 관계없고 호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기자가 우혈 선생과 목욕탕에 갈 기회가 있어서 살짝 훔쳐보았는데 80이 넘은 나이인데도 배가 울퉁불퉁했다. 만지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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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을 들이쉴 때 가슴이 부푸는 흉식호흡에 비해 깊숙하게 호흡하는 단전호흡은 공기의 체내 흡입량이 많아져서 자연히 산소의 흡입량이 많아지기 마련이고, 남들보다 많은 산소를 들이쉬는 까닭에 건강할 것이다.
 단전이 형성될때에는 몸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귀에서 은은한 소리가 나기도 하고, 천둥 소리가 나기도 한다고 한다. 또 체력이 왕성해지고, 식사를 하지 않아도 배고픈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도 한다.


 조선시대 선도 수련의 대표적인 서적인 <용호비결>에서는 단전에 기를 모으는 과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정신과 기운이 배꼽 아래 단전 가운데 머물게 하면 몸의 위쪽에 있던 사악한 기운이 마치 구름이 밀리고 안개가 하강하듯 세차게 흘러 내려서, 가슴에서 배로 내려가게 된다.”
 <단학>에서는 기운에 단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배속이 찌르듯이 아프기도 하고, 큰소리가 들리면서 무언가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한다. 호흡이 단전에 도달한다고 생각하면서 기운을 단전에 모으다보면 기운이 횡격막을 뚫고 단정에 실제로 내려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전통 선도에서는 대부분 호흡을 가늘고 길게 하라고 가르친다. <장자>에서는 들이쉰 숨이 발 뒤꿈치까지 가도록 깊게 쉬라고 도인술을 가르치기도 한다. 일반적인 흉식호흡은 1분에 18회 정도 한다. 즉, 3초에 한번씩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다. 이것을 길게 해보자. 처음엔 3초동안 들이쉬고, 3초동안 내쉬다가, 이를 5초로 늘이고, 10초로 늘여보자. 숨을 들이쉴때 가슴이 부푸는 것이 아니라 배꼽아래 부분이 부풀었다가, 내쉬면 쪼그라들게 숨을 쉬자.  오랜 단전호흡을 한 이들은 1분에 한 호흡도 하고, 그 이상 하는 이들도 있다. 긴 호흡이 단전을 만드는 길이지만, 억지로 숨을 참으면 상기병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긴 호흡을 하도록 수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숨을 길고 깊숙하게 하려면 당연히 마음이 안정돼야 한다. 명상을 하면서 숨을 길게 쉬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많은 공기(산소)를 체내에 흡입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숨을 깊고 길게 쉬는 연습을 해보자.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고, 더불어 건강도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배에 힘을 주고 만져보자. 얼마나 배짱이 있는지를 직접 느껴보자.

 

글 이길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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