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과 함께 우리 곁을 떠난 새, 굴뚝새 윤순영의 시선

60~70년대 흔했던 바람둥이 굴뚝새

크기변환_포맷변환_YSY_0714.jpg » 꼬리를 치켜세우고 당당한 모습으로 영역을 순찰하는 굴뚝새의 정겨운 모습. 이제 인가에선 보기 힘들다.

어린 시절 여름이 가고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불기운을 찾아 마을로 내려온 굴뚝새를 자주 보곤 했다. 특히 겨울철 집집마다 굴뚝에서 저녁밥을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온 마을에 하얀 연기가 낮게 깔리면 굴뚝새는 어김없이 인가를 찾아와 토담을 넘나들고 굴뚝을 기웃거리며 주변에서 서성거렸다.

크기변환_포맷변환_DSC_0940.jpg » 굴뚝새가 자주 나타났던 옛 가옥

굴뚝새가 동네 안에서 살던 때에는 친숙하고 정감이 가는 새였지만 우리 전통 가옥이 거의 사라진 뒤로 우리 곁에서 멀어졌다. 아직도 굴뚝새가 뒤뜰 안 굴뚝과 토담에서 자주 목격되던 기억이 생생하다. 장작을 싸놓은 구멍이나 석축, 바위구멍을 좋아해 구멍으로 들어가면 사라지기도 하고 엉뚱한 곳으로 나오기도 해 사람을 놀라게 하곤 했다.

크기변환_YSY_0715.jpg » 주위를 세심하게 살피는 굴뚝새.

굴뚝새의 다갈색 깃털은 어두운 곳에서 보면 검은색으로 보인다. 굴뚝 주변에 잔뜩 낀 광택 없는 검은 그을림이 굴뚝새 깃털과 아주 흡사해 잘 어울린다. 겨울에 항상 따끈한 굴뚝에서 지내서 사람들이 이 녀석을 굴뚝새라 부르지 않았나 생각된다.

수컷 굴뚝새는 한자리에 앉아있지 않고 짧은 꼬리를 위로 바짝 추켜올린 채 '탁! 탁!' 치며 온몸을 움직인다.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지저귀거나 강렬하고도 달콤한 목소리로 커다랗고 시끄럽게 노래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음질과 음량도 개체마다 다양하다.

크기변환_YSY_0724.jpg » 꼬리를 치켜세우는 이유는 영역 알리며 과시하고 작은 몸집의 약점을 당찬 허세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같다.

굴뚝새는 손에 잡힐 듯 사람 가까이 다가오지만 곁을 줄 듯 말 듯 깝죽대며 귀엽게 군다. 짧은 비행을 신속하게 날아다닌다. 날개가 짧고 둥근형태의 몸길이가 9~10cm의 매우 작은 새인지라 정말 깜찍스럽다. 굴뚝새는 특이한 결혼 형태를 갖는데 일부다처제이다.

둥지는 수컷이 만들며, 암컷이 선택한다.암컷을 수없이 거느리고 사는 수컷이 있는가 하면 홀로 여생을 마치는 수컷도 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둥지를 짓는 기술이 형편없어 홀로 사는 처량한 신세가 되는 것이다.

크기변환_크기변환_포맷변환_YSY_0725.jpg » 과시하는 몸짓과 몸집에 비해 큰 울음소리는 일부다처제의 생활을 유지하기위한 방편이다.

수컷의 둥지 짓는 기술의 완숙도에 따라 암컷이 선택하고, 그 선택에 의해 맺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컷은 둥지의 기초공사를 마치고 해가 뜨기 무섭게 지저귀며 암컷을 유혹한다. 암컷이 세력권 안에 들어오면 둥지로 유혹하고 꼬리를 치며 정열적인 몸짓을 보인다. 암컷이 사랑을 받아주면 둥지의 완성을 위해 함께 보금자리를 만들어 간다.

크기변환_YSY_1050_01.jpg » 잠시도 지저귐을 멈추지 않는다.

크기변환_YSY_1827.jpg » 일부다처제의 습성으로 영역 순찰을 수시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과다.

짝짓기가 이루어져 얼마 후 알을 낳아 품게 되면 기르는 것은 주로 암컷이 전담하고 수컷은 또 다른 암컷을 거느리기 위해 아름다운 소리로 유혹한다. 능력이 뛰어난 수컷은 여러 마리의 암컷과 신방을 즐기며 삶의 기쁨을 만끽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번식하는 4마리 정도의 암컷과 함께한다.

크기변환_YSY_1076.jpg » 바짝 치켜세운 꼬리는 굴뚝새의 자존감이다.

굴뚝새는 일본, 중국 등지에서 서식한다. 등 쪽이 다갈색이고 몸 아래쪽은 붉은 회갈색, 가슴에는 검은색 가로무늬가 있다. 여름에는 산지를 좋아해 그곳에서 번식하며 생활하고 겨울에는 인가 주변에서 생활한다. 거미, 파리 등의 곤충류를 잡아먹고 겨울에는 작은 곤충의 번데기, 종자 씨를 먹는다. 

덤불 사이나 숲의 바닥으로 빠르게 움직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늑한 구멍을 좋아한다. 5-8월에 흰색에 엷은 적갈색 반점이 있는 4-6개의 알을 낳는다.

크기변환_YSY_0720.jpg » 돌 틈에서 먹이를 사냥하고 잘 들어가 학명은 ‘동굴 거주자’이다.

60~70년대 흔했던 바람둥이 굴뚝새는 우리들과 더불어 살아온 ‘정서 동물’이다. 굴뚝새뿐이랴. 지금은 주거 환경이 달라져 곁에 있어야 할 것들이 밀려나 버렸다. 굴뚝새는 이제 보기 드문 새가 되어 야외로 나가야 만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자연과 멀어진 것을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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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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