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MS 저작권 분쟁, 결국 법정에 서나 정책

2천억원이 넘는 소프트웨어 저작권 분쟁으로 공방을 벌이던 국방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결국 법정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와의 저작권 협상이 예정된 기한을 넘겨 불가피하게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다음 주중 국방부 쪽에 법적 조치와 관련한 안내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월 말까지만해도 법적 대응보다 ‘협상이 우선’이라던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도가 보름여 만에 바뀐 이유에 대해 “국방부의 미온적인 협상 태도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당초 양쪽이 합의한 최종 협상일은 6월 15일로 알려져 있다. 양쪽이 저작권 분쟁에 합의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장하는 저작권 침해 자료와 국방부의 현황 자료를 대조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요청한 소프트웨어 현황 자료를 보안성 검토를 이유로 전달하지 않아 협상은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방부가 더 이상의 협상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 최후 수단인 법적 조치까지 고려하게 된 것이다.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 관계자는 “6월 15일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한에 불과하기 때문에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협상 결렬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해명을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종 협상일로 요구한 날짜는 6월 11일이었다. 이후 국방부는 소프트웨어 현황 조사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마이크로소프트에 공문을 보내 협상 기한을 7월 5일로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음날 마이크로소프트는 협상 기한을 6월 15일로 4일만 연장해주겠다고 회신했고, 여기에 대해 국방부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국 협상이 결렬된 것은 사실이고 그 책임은 기한 내에 소프트웨어 현황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국방부에 있는 것이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3년째 시간만 끌고 있는 국방부의 안일한 협상 태도 때문에 신뢰를 잃었다”며 기한 연장을 거부한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국방부는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국방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육군 본부에 저작권 문제를 제기했던 2009년부터 줄곧 “불법 소프트웨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해왔다. 2010년 김학송 전 새누리당 의원의 소프트웨어 구입 현황 자료 요구에도 “정품만 사용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지난 4월 13일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여부를 묻는 <디펜스21+>의 질의서에는 “매년 현황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적발된 적은 없다”는 답변을 보내 왔다. 지난달 말 언론 보도 직후 국방부가 낸 보도자료에서도 “군내 소프트웨어 실제 사용 현황을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국방부는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을까. 최근 몇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현황에 관한 조사 결과를 3년 동안 단 한번도 발표한 적이 없다. 국방부가 국회와 언론에 답변한 내용대로 매년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현황을 조사해왔다면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전달해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두 달이 지나도록 관련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소프트웨어 현황 조사는 끝낸 상태지만 보안성 검토를 거치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에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안성 검토에는 최소 1주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법적 대응으로 방향을 바꾼 이상 국방부가 현황 자료를 제출한다 해도 때는 이미 늦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태는 한미FTA와의 연관성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 전문에는 모든 정부기관이 정품 소프트웨어만 사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국방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저작권 분쟁 보두가 나간 이후 청와대 차원에서 국방부에 조속한 해결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홍보실에 전화를 걸어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도 됐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 한 관계자는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한미FTA를 이용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가 아닌 국내 저작권법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라며 한미FTA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입장과는 달리 한미FTA가 이번 저작권 분쟁에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국내 저작권법 제123조에 따라 법원에 저작권 침해 정지를 청구할 경우, 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장비를 몰수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군 지휘체계의 핵심 신경망인 C4I체계까지 마비되기 때문에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적으로는 한미FTA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법원의 패소 판결의 대비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통상전문가는 “한미FTA에 정부기관이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이상, 국가간 분쟁에 휘말릴 경우 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APAC)의 책임자까지 한국으로 급파해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를 면담하는 등 전사적 차원에서 이번 분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규 <디펜스21+> 기자 ppank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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