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시위 63일째(5월 27일)_ 나를 풍요롭게 하는 노고단 지리산케이블카백지화

3월 26일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 공동행동’이 창립한 후 매주 주말마다 노고단에 오르고 있다. 5월초가 되자 회색빛이던 노고단은 연두 빛으로 바뀌고, 풀과 나무도 희고 붉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말을 노고단에서 보내다니’란 마음은 ‘초록색은 얼마나 진해졌을까, 꽃망울만 있던 나무엔 흰 꽃이 폈을까’란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길을 모니터링하기로 결심했다. 매주 같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고, 길가에 핀 모든 꽃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2012년 5월 27일,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를 위한 산상시위 63일째 날, 경관 촬영 지점을 정했다.

①번은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에 있는 첫 번째 전망대에서 화엄사를 바라보며 찍는다. 화엄계곡으로 내려가는 코재 전에 있는 전망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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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번은 노고단대피소에 있는 화장실 입구에서 노고단을 바라보며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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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번은 노고단대피소에서 노고단으로 돌아 오르는 길, KBS 중계소 아래 전망대에서 섬진강과 구례 들녘을 바라보며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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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번은 ③번과 같은 위치에서 뒤를 돌아 인공림이 자연림으로 복원되는 모습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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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번은 노고단 정상부 초입에서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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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번은 노고단 정상부로 오르는 나무 데크가 완만해지는 곳에서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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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번은 노고단 정상부 가까이 있는 구상나무 앞에서 종석대를 바라보고 찍는다. 만약 구례군이 추진하는 케이블카가 예정대로 건설된다면 ⑦번 지점 사진은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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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번은 노고단 정상부에서 반야봉과 천왕봉을 바라보며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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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번은 노고단 정상부에서 내려오며 노고단 생태복원지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곳에서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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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번은 노고단에서 성삼재로 내려오는 길에 있는 첫 번째 평상에서 노고단을 바라보며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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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정상부에 오를 수 없는 날엔 ①, ②, ③, ④, ⑩번밖에 못 찍겠지만 담 주를 기약하며 미련 없이 내려올 것이다. 사진 찍는 지점과 방향 등이 익숙해지면 다른 사람들도 같은 위치에서 사진 찍도록 부탁할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년을 해본 후 다음 1년, 그 다음 10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보고 싶다.

 

2012년 5월 27일,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를 위한 산상시위 63일째 날, 할미꽃(미나리아재비과), 미나리아재비(미나리아재비과), 물냉이(겨자과), 싸리냉이(겨자과), 참장대나물(겨자과), 졸방제비꽃(제비꽃과), 철쭉(진달래과), 큰앵초(앵초과), 쇠물푸레나무(물푸레나무과), 참꽃마리(지치과), 벌깨덩굴(꿀풀과), 딱총나무(인동과), 병꽃나무(인동과), 붉은병꽃나무(인동과), 쥐오줌풀(마타리과), 흰처녀치마(백합과), 민들레(국화과)가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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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물푸레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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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병꽃나무 꽃

 

풀과 나무에 대한 지식이 짧은 내가, 도감을 찾아가며 기록한 것이니 제대로 동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족한 나는,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볼 것이며, 잘못된 기록을 수정하기 위해 식물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나는 요즘, 케이블카 덕에 지리산국립공원에,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길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가 백지화되길 간절히 바라며, 백지화되더라도 나를 풍요롭게 해준 이 길을 잊지 않고, 이 길에 핀 꽃들을 기록하고 싶다.

 

2012년 5월 27일,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를 위한 산상시위 63일째 날엔 윤여창 상임대표(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가 참여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에 대한 찬반토론도 하고, 노고단 생태복원지에 대한 강의도 하고, 그가 있어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 움직임은 멈출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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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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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