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각 정당에 ‘국립공원 케이블카 현황과 문제점, 대안’ 정리하여 전달 뭇생명의 삶터, 국립공원

2012년 3월 15일,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범국민대책위를 포함한 국립공원제도개선시민위원회, (가칭)지리산케이블카백지화공동행동, 설악산케이블카반대시민모임, 월출산케이블카반대준비모임 등은 환경부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촉진 정책의 문제점과 정책 대안을 작성하여 각 정당(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 통합진보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녹색당 등)에 전달하였습니다.

 

 

현 정부의 졸속적인

국립공원 케이블카 촉진 정책은 멈춰야 한다!

 

우리나라 보호지역을 대표하며 백두대간보호구역의 43%를 차지하는 국립공원, 지금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환경부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촉진 정책으로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지 추진 일정’은 지난 10년간 지속되었던 케이블카 논의를 단 3개월 안에 결론 내겠다는 밀어붙이기의 전형이다. 3개월은 7개 사업(지리산국립공원 4곳, 설악산국립공원 1곳, 월출산국립공원 1곳)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초안 검토, 민간전문위원회 종합 검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등을 하기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다.

케이블카는 국립공원 생태계와 경관을 훼손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며, 국립공원 이용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개발 사업이다. 우리는 4대강사업을 통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개발사업의 문제점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 국립공원마저 현 정부의 몰상식한 개발 사업에 희생양이 되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지금 당장, 환경부의 졸속적인 국립공원 케이블카 촉진 정책이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부는 차기 정부가 시간을 갖고 제대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3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갇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2. 3.

 

국립공원제도개선시민위원회/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범국민대책위/

(가칭)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 공동행동/ 설악산케이블카반대시민모임/

월출산 케이블카 반대 준비모임

※ 물어볼곳 : 지성희 활동국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010-5003-8447

 

 

Ⅰ. 국립공원 현황

백두대간은 백두산 장군봉(남한지역은 설악산 향로봉)에서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1,400㎞(남한지역은 684㎞)의 산줄기로 한반도 생태계를 남북으로 연결하고 있다. 백두대간은 생태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의미 있는 공간이다.

백두대간은 동서의 물줄기를 가르는 분수계로서 1개 정간, 13개 정맥의 모태이자, 한강, 낙동강 등 5대강의 발원지이고, 동물 18,052종, 식물 8,271종 등 우리나라에서 조사된 야생동식물의 87.7%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국립공원은 설악산국립공원을 포함하여 7개 국립공원이며, 정맥이 지나는 국립공원은 계룡산국립공원을 포함하여 5개 국립공원이다.

2003.12.31일 ‘백두대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2005.01.01일 시행됨에 따라 2005.09.09일 지정된 백두대간보호지역은 2,634.270㎢이다. 백두대간보호지역 중 국립공원과 중복 지정된 면적은 1,249.485㎢(핵심구역 829.503㎢ 포함)으로 약 48%에 이르며, 백두대간 마루금 길이 688㎞ 중 국립공원 구간은 251㎞로 약 36%에 이른다.

1980년대 산악인을 중심으로 시작된 백두대간 종주 탐사는 현재 일반화되어 모집산행(상업적 이용)의 주요 테마가 되고 있고, 백두대간 탐사에 이어 정맥으로 그 테마를 변경하는 등 무분별한 이용이 성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립공원 내 백두대간과 정맥 구간도 종주산행으로 인해 훼손이 가속되고 있다. 또한 국립공원 현장 관리자와 백두대간 마루금 중 국립공원 내 비개방구간(4개 국립공원 80㎞, 공원구간의 32%, 백두대간 전체의 12%) 불법 산행자와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연환경 보호지역 지정 현황은 국립공원 6,580㎢, 생태경관보전지역 352.038㎢, 습지보호지역 251.337㎢, 특정도서 9.985㎢, 야생동식물보호구역 1,392㎢, 백두대간 2,643㎢ 등으로 국토면적 대비 보호지역 면적이 약 9.6%에 불과하여 OECD 국가 평균 15% 선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총 20개로 산악형 16개, 해상해안형 3개, 사적형 1개 이다. 백두대간의 48%를 차지하는 국립공원은 60년대에 4개, 70년대에 9개, 80년대에 7개가 지정되었다.

국립공원에는 국내 기록 생물 38,011종 중 15,727종(41.4%)이, 멸종위기종 221종 중 144종(65%)이 서식한다. 가상가치평가법에 의한 국립공원의 경제적 가치는 65조원으로 평가되었다.

국립공원의 총 면적은 6,580㎢이지만 육지면적은 3,827㎢로 국토면적 대비 국립공원면적은 3.9%밖에 안 된다. 국립공원 토지소유현황(육지면적 기준)은 국유 54%, 공유 13%, 사유 33%(사찰지 7.2% 포함)로 사유지 비율이 높은 편이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보호지역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점하며, 백두대간보호지역에서도 국립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3%나 된다. 국립공원은 다양한 역사․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자연경관과 생태계, 종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련의 정책과 제도를 통해 이용과 개발을 일부 규제하면서 국립공원 보전에 힘써 왔고, 국민들도 국립공원을 잘 지켜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공동의 의무이자 시대적 과제라고 판단해 국립공원 정책과 현장 관리에 적극 협조해 왔다.

더불어 국립공원 탐방 문화는 기존의 정상 정복형, 종주 산행에서 둘레길 걷기 등 수평탐방, 생태․체험탐방으로 바뀌는 등 ‘자연환경보전을 전제로 한 지속가능한 이용 문화’가 시대적 흐름으로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이 가지는 가치와 사회적 의미는 이명박 정부 들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국립공원 관련 정책과 제도는 시대적 흐름이나 국민정서, 기존 국가정책 기조와는 상반되게 지역경제, 기업투자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한 경제논리에 입각하여 개발과 이용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국립공원 정책은 국립공원을 비롯한 자연공원과 그 주변의 훼손 위험성을 높이고, 국가정책의 일관성 상실에 따른 국민적 혼란과 갈등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을 위한 자연공원법 개정, 졸속적인 케이블카 시범사업지 추진 등은 이명박 정부의 국립공원 개발 정책을 대표한다고 하겠다.

 

 

Ⅱ. 국립공원 케이블카 촉진 정책의 문제점

1. 정권이 바뀌자 국립공원 케이블카 정책이 변화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국립공원 케이블카 촉진 정책을 펴며 1998년 국립공원 관리가 환경부로 이관되며 유지되었던 국립공원 보전 원칙을 역행하고 있다. 국립공원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환경부는 각종 개발, 경제논리를 앞세워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을 촉진하고 있어 많은 국민들의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정책 흐름은 아래와 같다.

 

-2001.06   환경부 ‘삭도검토위원회’ 설치·운영

-2004.12   환경부 ‘자연공원 내 삭도설치 검토 및 운영 지침’ 작성, 엄격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허용하기로 함.

 

-2008.01~    일부 지자체와 개발업자들, 자연공원법 개정과 ‘자연공원 내 삭도설치 검토 및 운영 지침’ 완화 요구

-2008.05       환경부 ‘로프웨이협의체’ 구성하여 로프웨이(가공 삭도, 공중 케이블카) 관련 법과 지침의 타당성 검토 작업 시작

-2008.12       환경부 ‘자연공원 로프웨이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 발표

 

-2010.09.20  국무회의에서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내 케이블카 노선길이 2㎞에서 5㎞로 완화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 9m에서 15m로 완화

-2010.10.04  자연공원법 시행령 공포, 발효

 

-2011.12.21  환경부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 선정절차’ 확정

                      지리산국립공원 4곳(남원, 함양, 산청, 구례), 설악산국립공원 1곳(양양), 월출산국립공원 1곳(영암)을 대상

                      3월 23일까지 7개 지자체로부터 최종보완서류 제출을 받은 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검토, 민간전문위원들의 검토(현장 확인, 경제성 검토결과,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검토결과, 관계기관 협의결과, 시민단체 의견 등 종합검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민간전문위원회 검토결과, 현장검증, 심의의결 등)를 거쳐 올해 6월 말까지 시범사업대상지를 선정

-2012.02.03  환경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시범사업 검토기준’ 확정

 

2. 국립공원 케이블카 촉진 정책, 환경부가 앞장서고 있다

국립공원을 야생동·식물 삶터, 자연·문화경관보호지역에서 케이블카 천국으로 바꾼 일등공신은 환경부이다. 2010년 10월 1일 자연공원법(이하 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공포, 2010년 10월 25일 국립공원 케이블카사업 기본방침 발표, 2011년 5월 3일 케이블카 가이드라인 개정, 2011년 12월 21일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지 선정 계획 확정 등은 모두 환경부가 주도한 일이다.

환경부는 이용행태 다원화, 장애인·노약자 이용 수요 감안 등을 이유로 케이블카 촉진정책을 펴며, 환경부인지, 국토해양부인지, 보건복지부인지 헷갈리게 한다. 환경부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엔 케이블카가 없는 것처럼, 법 때문에 케이블카 설치를 못했다는 듯, 환경단체는 무조건 케이블카에 반대하는 것처럼 묘한 뉘앙스로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부채질한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있다. 1967년 제정된 공원법에 케이블카가 공원시설로 명문화되면서, 케이블카는 국립공원에 설치 가능한 시설이 되었다. 1971년 설악산국립공원과 1980년 내장산국립공원에 건설된 관광용 케이블카, 1983년 계룡산국립공원에 생긴 방송용 케이블카, 1989년 온갖 편법을 동원하며 건설된 덕유산국립공원 스키장용 케이블카 등은 모두 법에 의한 설치된 것이다. 그러니 1967년 이후 지금까지 법이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못하게 한 건 아니다.

그렇다면 덕유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이후 20년 넘게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건설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립공원’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자연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립공원만은 보전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고, 기존 국립공원 케이블카로 인한 국립공원 정체성 혼란과 생태파괴 등이 심해지며, 케이블카는 국립공원에 어울리는 시설이 아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1872년은 국립공원이란 말이 세계사에 등장한 첫 해이다. 1872년 미국은 옐로우스톤국립공원법을 제정하고 엘로우스톤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 후 100개 이상의 나라에서 약 1,200여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되었다. 미국인은 국립공원을 ‘미국인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 중 역사상 가장 훌륭한 것(Best Idea)’이라 한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국립공원이 세계사에 등장한 19세기, 미국은 인디언추방법, 인디언 보호구역 등을 통해 인디언들이 살던 땅을 빼앗고, 인디언들을 쫓아냈다. 그리고 그곳을 국립공원이라 이름 했으니 국립공원은 보전·보호를 위한 훌륭한 제도임엔 틀림없지만 다른 한편 전통의 방식으로 살아온 인디언들의 아픔과 고통 위에 세워진 제도이다.

우리가 국립공원이 인디언들의 삶을 왜곡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립공원제도를 높이 평가하는 건, 당시 미국은 개인-인디언이 아닌 백인-의 능력에 따라 규제와 제한 없이 땅을 소유할 수 있던, 개인들 간 땅 차지 경쟁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때, 엄청난 잠재적 투자 가치가 있는 주요한 경관지역을 사유화하지 않고 공공의 소유와 대중의 이용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은 혁명적이라 할 만큼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현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즐기고, 배우며,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자연·문화적 자원과 가치를 ‘보존’한다는 국립공원은 개인이 아닌, 개별 기업이 아닌, 일부 지자체가 아닌, 공공(公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건 땅 넓은 외국 이야기라는 분들이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 캐나다 등에 비해 넓지 않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더더욱 이 땅에서 오랫동안 살기위해 더 아끼고 되도록 보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지리산, 설악산을 포함하여 20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면적은 국토 면적 대비 6.6%라 하지만 이는 바다 면적을 포함한 것이니, 육지 면적만 본다면 4%도 안 된다. 이웃하는 일본이 5.2%, 대만이 9.6%인 것에 비하면 대단히 적은 면적이다.

우리나라에 국립공원제도가 도입된 1960년대는 경제개발이 최고의 가치였던 시대로 국립공원 지정도 관광지 개발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1998년 국립공원 관리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보호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이 되었다. 1996년 이후 국립공원엔 스키장, 골프장이 들어설 수 없게 되었다. 2001년 이후 국립공원에 1km 이상의 도로를 놓으려면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간 대단히 더디고 답답했지만 국립공원 제도와 정책은 보전을 바라보고 변화하였다.

그런데 2010년 10월 1일 환경부는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이하 자연보전지구)에 더 긴 케이블카, 더 높은 정류장을 짓도록 법을 개정했다. 자연보존지구는 국립공원 중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한 곳, 자연생태계가 원시성을 지니고 있는 곳,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 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곳 등에 지정되는 곳으로, 국토 면적의 1.4%밖에 안 되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시설도, 행위도 제한해야 할 지역이다. 보존이 최후선의 가치인 자연보존지구에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 사례는 국립공원 지정 이후 처음이다. 경제개발시대에도 없었던 일을 이명박 정부가 한 것이다. 법 개정으로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반야봉, 설악산국립공원 대청봉 등에는 케이블카가 올라갈 수 있게 되었으며, 5층 높이 케이블카 정류장이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국립공원제도를 만든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한 곳도 없다. 1960년대 붐처럼 일어나던 일본 국립공원에서의 케이블카 설치는 1990년대 다이세츠잔국립공원에서 이미 건설된 케이블카 구간을 연장하기 위한 공사 이후 단 한 건도 없었다. 일본에서는 후지하코네이즈국립공원 코마가타게 케이블카가 폐지되고, 고츠토야국립공원 케이블카가 폐지되고, 세토나이카이국립공원 롯코아리마 로프웨이 일부 노선이 정지되는 등 국립공원 케이블카는 몰락해 가는 산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환경부는 법까지 개정하며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부추기고 있다.

 

3. 케이블카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에 필요한 시설이 아니다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케이블카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자연도 보호하고, 노약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설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케이블카는 ‘목적형 상품’이 아니다. 케이블카만 타러 먼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이다. 케이블카는 산행을 위해 하루 내지 이틀 머물던 탐방객에게 반나절 산행을 가능하게 한다.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은 케이블카 타고 산 정상 다녀와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니, 산 밑에서 민박과 식당을 하며 소소하게 돈을 벌던 토박이 주민에겐 사람들이 많이 온다하여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규모와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비용은 작게는 600억에서 많게는 1000억이 든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1년 예산과 맞먹는 돈이다. 600억이든, 1000억이든 이 돈이 케이블카 건설에 사용되지 않고 교육·복지 예산으로 쓰인다면 이게 오히려 지역 경제에 도움 되는 일 아닐까?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분 중에는 ‘케이블카 있으면 타야지, 편하잖아.’라는 분이 있다. 그 분께 되물어본다. ‘1.1km 케이블카 탑승료는 왕복 8000원 정도니, 5km 케이블카 왕복 탑승료는 왕복 최소 20,000원쯤 하겠죠.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케이블카 타고 종점에서 차 한 잔 마시면 100,000원은 족히 드는데, 이건 어찌 생각하나요?’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둘러싼 이러저러한 조건을 분석해보면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1, 2년 반짝 장사를 할 수는 있으나 그 후엔 운영자체도 힘들 것이며, 설사 케이블카 운영업체가 돈을 번다하여도 주변 상권, 지역 경제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립공원 케이블카는 건설업자만 배불리는 사업이 될 것이다.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자연보호시설이라는 사람도 있다. 제아무리 기술이 발달하여도 케이블카 정류장을 지으려면 나무와 풀을 베야 한다. 정상부로 올라간 사람들은 연결 등산로로 움직이고 싶어 하고 능선상 등산로에 대한 이용 압력을 높아진다. 환경부가 내세우고 있는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함이라는 기본방향은 덕유산국립공원에서 보듯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아니 1~2년 안에 바뀔 것이 뻔 한 형식적 원칙일 뿐이다.

환경부가 진실로 정상부 탐방객 분산 필요성 때문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면, 환경부는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인근의 등산로를 공원시설에서 폐지하는 정책을 동시 실행해야 한다. 지리산국립공원의 경우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없애야 한다는 말이다. 산을 걸어 올라가는 게 보편적인 나라에서 가능한 일일까? 아마 국립공원 입구마다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생태계를 훼손하는 시설이라는 것은 현재 운영되는 케이블카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내장산국립공원은 케이블카로 인하여 상부정류장 주변이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유원지가 되었으며, 케이블카 종점부에서 걸어 내려오는 사람들로 내륙 북방한계선에 위치하는 천연기념물(제91호)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단절되었다. 덕유산국립공원은 무주리조트에서 편법 운영하는 스키장 케이블카로 향적봉 아고산지대가 초토화되었고 설악산국립공원은 케이블카로 권금성 일대가 풀도 나무도 살지 않는 땅이 되어버렸다. 케이블카는 팔공산도립공원, 가지산도립공원의 경우처럼 케이블카 선로 아래 숲을 완전히 베어버리거나 지속적으로 가지치기 하는 것을 허용하는 시설로 도로 이상의 생태계 훼손시설이다.

 

케이블카로 인한 경관 파괴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지리산국립공원 노고단, 설악산국립공원 대청봉, 월출산국립공원 천황봉 등에 5층 높이 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이니, 그리 되어버린다면 어찌 국립공원을 쳐다볼 수 있을까!

 

케이블카 사업자들은 케이블카 건설을 이야기하며 노약자와 장애인을 배려해야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노약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가까운 곳에서, 일상의 삶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 민족의 영산, 백두대간 시작점,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곳, 지리산국립공원은 그런 곳이다. 천연보호구역, 1982년 유네스코(UNESCO)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인간과생물권계획으로 지정, 산악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 멸종위기동물 산양이 살고 있는 곳, 그런 곳이 설악산국립공원이다. 그런데 환경부가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이야기하며 경제성이 있다는 이유로 지리산, 설악산을 거론하는 건, 무례하고 불경스런 일이다.

 

4.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지 선정 문제점이 많다

환경부는 2011년 12월 21일 설악산국립공원(양양), 지리산국립공원(남원, 함양, 산청, 구례), 월출산국립공원(영암), 한려해상국립공원(사천) 등 7곳을 대상으로 국립공원 케이블카시범사업 선정절차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또한 환경부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대상지 선정을 위해 환경성, 경제성, 공익성, 기술성 등 4개 분야 전문가들로 민간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검토기준에 따라 서류검토, 현장 확인, 의견 청취 등에 대한 정밀검토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환경부의 이후 일정에 의하면, 3월 23일까지 각 지자체에 보완된 검토기준에 따른 최종보완서류 제출을 요구한 후, 그 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검토, 민간전문위원들의 검토(현장 확인, 경제성 검토결과,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검토결과, 관계기관 협의결과, 시민단체 의견 등 종합검토), 국립공원위원회 심사(민간전문위원회 검토결과, 현장검증 등 심도 있는 심사)를 거쳐 올해 6월 말까지 시범사업대상지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3개월 안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검토, 민간전문위원회 검토, 국립공원위원회 심사 등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한 가지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검토만도 1년이 넘게 걸리는 데, 환경부는 7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검토, 민간전문위원들의 검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등을 3개월 안에 하겠다는 객관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정으로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밀어붙이려 한다.

 

또한 환경부가 내놓은 ‘국립공원 삭도 시범사업 검토기준’은 여러 허점을 가지고 있다. ‘주요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되 주요 봉우리는 피함’이라고 하나 대체 주요 봉우리로부터 몇 m를 피해야 하는지도 명시하지 않았다.‘왕복이용을 전제로 기존탐방로와 연계를 피함’이라고 하였지만 더 길고, 더 높은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 법도 개정한 환경부가 법적 사항도 아닌 기준이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는 되묻고 싶다.

‘정류장 및 지주, 선로 등 삭도시설의 자연친화적 입지’ 항목에서는 ‘최대한’ 회피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경우에 따라서는 원생림, 극상림, 아고산·고산대에 서식·분포하는 고유한 식생 중 생물다양성 및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식물 군락, 생물다양성 및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습지·사구·해빈·해중림·산호군락,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 법적 보호종의 주요 서식지·산란처 및 분포지, 야생동·식물 특별보호구역, 생태·경관보전구역, 특정도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 특이 자연현상 발생지 등 학술적 가치가 상당히 높은 지형·지질 지역, 문화재, 전통사찰 및 주요 경관자원의 상당한 훼손이나 차폐가 우려되는 지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지구 등에도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였다. ‘최대한 회피’는 지리산, 설악산, 월출산국립공원 정상부의 희귀한 생태계를 훼손하는 단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현재 운행되는 국립공원 케이블카의 상부정류장 넓이는 2000㎡ 내외인데, 환경부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의 넓이를 법적으로도, 기준으로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사업자가 원하면 더 넓은 면적의 상부정류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였다.

 

Ⅲ. 정책대안

1. 국립공원은 생태계 보전과 함께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혜택이 유지되도록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1967년 지리산국립공원을 시작으로 20개 지역의 산과 바다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국립공원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풍경지 및 희귀 동․식물 등 우수한 자연생태계와 사찰 등 수많은 문화유산이 존재한다.

국립공원은 21세기 생물종다양성의 핵심적인 지역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변화에 따른 환경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이용의 제공이 중요시되는 지역이다. 국립공원이 우리나라 보호지역에서 차지하는 위치, 생물종다양성의 보고,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변화 추이 연구 최적지 등에 걸맞은 정책 수립과 현장 관리가 요구된다.

 

2. 국립공원 정책은 보호지역, 백두대간 정책과 연계되어 고민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용도지구, 민원에 의한 국립공원 구역조정, 편의적인 주민지원사업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립공원 제도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 자연공원법은 법체계 내에 국립공원과 함께 도립, 군립공원까지 포괄하고 있어 체계적인 공원관리를 저해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 들어 개발 중심적인 법안 개정이 여러 차례 진행되었다. 국립공원 관리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현 자연공원법을 폐기하고 ‘국립공원 지정 및 관리, 운영을 위한 근거법’을 제정하여 국가 유산으로서의 국립공원 관리틀을 재정비해야 한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지정 초기 건설부에서 1991년 내무부로, 1998년 2월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공원관리 목표도 변하여 왔다. 그러나 환경부의 정책 기능은 변화된 공원관리 목표를 따라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국립공원 제도 연구를 통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국립공원 관리 일원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국립공원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국가적인 계획과 운영, 관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유지 문제의 해결과 어울러 국립공원 내 거주주민과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지역주민이 국립공원을 보전하는 감시자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정책 반영이 절실하다.

 

3. 현 정부의 개발 중심 정책으로 인해 훼손된 국립공원의 가치와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환경부가 주도하는 ‘국립공원 켸이블카 촉진 정책’을 멈추는 일이다.

케이블카는 국립공원 생태계와 경관을 훼손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며, 국립공원 이용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개발 사업이다. 우리는 4대강사업을 통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개발사업의 문제점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 국립공원마저 현 정부의 몰상식한 개발 사업에 희생양이 되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지금 당장, 환경부의 졸속적인 국립공원 케이블카 촉진 정책이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부는 차기 정부가 시간을 갖고 제대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3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갇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4. 설악산, 한라산, 다도해해상이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임을 감안하여 지리산국립공원과 그 자락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009년 지리산유네스코등재추진위 등 민간단체, 경상대 경남문화연구원과 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 등 학계가 가세해 등재 운동을 시작하였으며, 2011년 문화재청은 ‘지리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연구용역’을 수행하였다.

신성한 어머니산이며 만물을 키우는 모태의 산, 오랜 삶의 터전이며 유불선의 종교 사상이 어우러진 곳, 문학과 예술 등의 인문정신의 정수가 집약된 산인 지리산은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의의가 충분하다. 지리산의 가치와 정체성은 지리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노력 속에서 그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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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