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한국의 온실가스 지도

  대도시 읍면동별 이산화탄소 발생량 지도 첫 공개  


한겨레가 새롭게 선보이는 “자료로 본 한국, 한국인”은 요즘 세계 언론의 새 흐름으로 자리잡은 “데이터 중심 보도”(데이터 저널리즘) 구현을 목표로 한 블로그입니다. 블로그 개설에 맞춰, 수도권과 광역시 일반 가정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지도를 공개합니다. 아마도 한국 언론 사상 최초의 작업으로 생각되는 이 지도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 5개 광역시 1338개 읍면동 9266개 아파트 단지의 2012년 여름 에너지 소비에 근거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표시한 것입니다. 이 지도는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의 관리비 통계를 직접 분석해 그렸습니다. 분석 결과를 4회로 나눠 소개합니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분석 시리즈

1. 한국 대도시 읍면동별 이산화탄소 발생량 지도 분석
2. 아파트 관리비로 본 에너지 소비 양극화
3. 2012년 여름 도시 생활의 단면
4. 부실한 아파트 관리비 통계, 더 늦기 전 바로잡아야

(2013년 7월10일 자료 전체 업데이트)

온난화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정확히 따지고 감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이제 인류의 생존 문제로 간주된다. 하지만 한국은 배출량 관련 통계조차 아직 부실한 게 현실이다. 분석의 초점도 산업 활동이나 교통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일반 가정 생활에서 비롯되는 이산화탄소 발생 문제는 아직 관심밖이다. 하지만 이 또한 결코 사소하지 않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시도한 분석이 이번 대도시 아파트 이산화탄소 발생량 지도다.

정부는 아파트 관리비를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차원에서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http://www.k-apt.go.kr)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각 아파트 관리자들이 직접 입력한 상세 관리비 내역을 축적하고 있으며, 관리비 내용을 바탕으로 아파트별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산출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해 2분기(6-8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아파트와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의 아파트 관리비를 동 단위로 검색했다. 검색 결과는 1369개 읍면동(행정동 기준) 지역의 9499개 아파트 단지였다. 지역별로는 서울 2221개 단지를 비롯해 부산 907, 대구 732, 인천 719, 광주 638, 대전 395, 울산 347, 경기 3540개 단지다. 이는 지난해 2분기 관리비 통계가 있는 전국 1만3300여개 단지의 70%를 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량 지도에 활용한 자료는 1338개 읍면동의 9266개 아파트 단지다. 나머지 아파트들의 자료는 과거 이산화탄소 발생량 등과 비교할 때 입력 또는 계산 오류가 의심되어 제외했다. 관리비 통계는 각 아파트 관리자가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어서 오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그래서 이런 최소한의 선별 작업을 거쳤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통계다. 이 때문에 세부 수치에 의미를 두지 말고, 전체적인 경향을 짐작하는 자료로 다뤄야 마땅하다.

지역별 정리 결과는 아래와 같다. (이 수치는 급탕, 난방, 가스, 전기, 수도 등 다섯가지 항목의 에너지 소비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합한 것이며, 대부분은 전기와 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울: 354개 동 지역(2155개 단지)의 제곱미터 당 월 평균 이산화탄소 발생량 1.74kg.
부산: 169개 읍면동 지역(883개 단지)의 월 평균 발생량 1.44kg.
대구: 108개 읍면동 지역(726개 단지)의 월 평균 발생량 1.49kg.
인천: 103개 읍면동 지역(689개 단지)의 월 평균 발생량 1.56kg.
광주: 77개 동 지역(625개 단지)의 월 평균 발생량 1.33kg.
대전: 71개 동 지역(392개 단지)의 월 평균 발생량 1.48kg.
울산: 50개 읍면동 지역(341개 단지)의 월 평균 발생량 1.40kg.
경기: 406개 읍면동 지역(3455개 단지)의 월 평균 발생량 1.56kg.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은 각 아파트의 옛 주소를 기준으로 읍면동을 분류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법정동과 행정동이 마구 뒤섞이게 된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전체가 하나의 법정동이며 행정동은 대치1동, 2동(옛 3동 포함), 4동으로 나뉘지만 이 시스템은 대치동, 대치1, 2, 3, 4동으로 나눠서 통계를 낸다. 엉터리 지역별 통계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지역별 통계를 내기 위해 전체 아파트를 행정동에 따라 재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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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출량이 비용으로 치면 어느 정도인지 보기 위해, 배출량을 기준으로 25평 곧 82.6제곱미터 가구의 월 부담액을 계산해봤다. (급탕, 난방, 가스 사용량은 미미해서 전기와 수도 요금만 계산했으며, 계산에 사용된 환산 공식은 전기의 경우 “사용량(kWh) X 0.424 = 이산화탄소 발생량(kg)”, 수도의 경우 “사용량(세제곱미터) X 0.332 = 이산화탄소 발생량(kg)”이다.)

서울: 전기 4만2150원, 수도(하수도, 물부담금 포함) 1만6430원, 합계 5만8580원
부산: 전기 2만9320원, 수도 1만7280원, 합계 4만6600원
대구: 전기 3만0940원, 수도 1만5480원, 합계 4만6600원
인천: 전기 3만2910원, 수도 1만6340원, 합계 4만9250원
광주: 전기 2만6380원, 수도 1만3620원, 합계 4만원
대전: 전기 2만9640원, 수도 1만7880원, 합계 4만7520원
울산: 전기 2만8500원, 수도 1만7490원, 합계 4만5990원
경기 수원시: 전기 3만2740원, 수도 1만4630원, 합계 4만7370원
(경기도의 경우 수도 요금이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서 수원시를 대표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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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양상

서울의 경우 지도에서 보듯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많은 지역은 역시 강남구, 서초구에 상대적으로 많다. 용산, 강서, 양천, 마포, 성동, 성북 지역도 많은 편에 속한다. 강북, 도봉, 노원, 은평, 관악구에는 발생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동 지역이 많은 편이다. 강남, 송파구는 동별 차이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 가장 진한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은 종로구 종로1,2,3,4가동이며,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발생량이 많은 것은 외국인 장기투숙용 아파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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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동네는 해운대구, 동구, 남구, 수영구, 동래구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유독 빨간 색으로 표시된 곳은 부산진구 전포1동이며, 두곳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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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중구 일부 지역을 빼면 상대적으로 동네간 배출량 격차가 크지 않다. 인천, 광주, 대전, 울산도 서울에 비하면 읍면동별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물론 이 차이도 무시할 만큼 적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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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도시와 농촌 지역이 섞여 있어서 지역별 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서울 주변 도시와 경부고속도로변 지역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아파트 단지들이 몰려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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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도는 에너지 소비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지도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아파트의 에너지 효율 차이도 있겠으나, 이 또한 일정 부분 빈부 격차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이용한 냉방과 물 사용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건, 지난 여름이 저소득층에게 유달리 더 더웠다는 얘기일 수 있다. 읍면동별 상세 비교를 통한 에너지 소비 양극화 양상은 2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 글 주소: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plug.hani.co.kr/data/657043
■ 원 자료 보기: 공동주택관리시스템 관리비 통계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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