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과 중산층의 '여름나기'는 얼마나 다를까?

한국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분석 시리즈

1. 한국 대도시 읍면동별 이산화탄소 발생량 지도 분석
2. 아파트 관리비로 본 에너지 소비 양극화
3. 2012년 여름 도시 생활의 단면
4. 부실한 아파트 관리비 통계, 더 늦기 전 바로잡아야

 

seoul.jpg지난해 여름 서울 아파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지도를 보면 흥미로운 지역이 하나 있다. 서울 종로 한복판에 유독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다. 행정동 기준으로 '종로1,2,3,4가동'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종로 한복판에 대체 누가 살길래 이렇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걸까?

같은 동에는 모두 세곳의 아파트가 있지만, 이 가운데서도 유독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곳은 '수송동' 로얄팰리스스위트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안내문은 이렇다. “97%(425세대)가 외국인 장기임대로 운영되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18층짜리 한 동으로 된 이 아파트는 지난해 6-8월 제곱미터당 평균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5.54Kg에 달한다. 전기와 수도 요금 액수로 봐도 최고 수준이다. 전기요금은 세달 평균치가 제곱미터당 1974원, 수도요금은 평균 200원이 나왔다. 한 가구 평균 면적(세대수로 관리비부과면적을 나눈 수치) 90.8제곱미터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기요금 17만9천원, 수도요금 1만8천원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아파트의 사례는 지난해 국내에 거주한 부유층 외국인들의 '한국 여름나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이들의 여름나기를 한국 값비싼 아파트 주민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몇곳을 꼽아봤다. 서울에서는 부유층의 상징처럼 취급되는 타워팰리스1차(강남구 도곡2동, 1499가구 평균 면적 217제곱미터)와 요즘 주목받는 래미안퍼스티지(서초구 반포2동, 2444가구 평균 면적 146.5제곱미터)를 골랐다. 또 부산의 대우트럼프월드마린(해운대구 우1동, 454가구 평균 면적 232제곱미터), 대구의 두산위브더제니스(수성구 범어2동, 1494가구 평균 면적 203.5제곱미터), 인천의 송도더샵퍼스트월드(연수구 송도동, 1596가구 평균 164제곱미터)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모두 각 지역에서 값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곳들이다.

비교 기간은 2012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로 잡았다. 변화 추이가 흥미롭다. 전기 요금 변화를 보면, 외국인 아파트와 가장 유사한 곳은 역시 타워팰리스와 래미안퍼스티지다. 차이점도 재미있다. 다른 때는 요금이 어슷비슷한데, 유독 8월과 9월 타워팰리스와 래미안퍼스티지의 전기 요금이 외국인 아파트보다 확연히 높았다. 외국인 아파트는 7월에 최고치에 달했다가 8월엔 확 줄어든 반면 강남의 두 아파트는 8월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 차이는 여름 휴가 기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래 그래프들의 세로축 간격은 보통의 그래프와 다르다. 흔히 “로그 스케일 그래프”라고 하는데, 이 방식은 증가율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예컨대 전기 요금이 500원에서 1000원으로 늘어날 때와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늘어날 때의 간격이 같게 표시된다. 보통의 그래프로 그리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늘어날 때가 500원에서 1000원으로 늘어날 때의 두배로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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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요금 변화에서는 외국인 아파트가 월등히 높다는 점 외에는 뚜렷한 경향을 찾기 어렵다. 묘한 것은 타워팰리스의 요금이 인천 송도나 부산 해운대보다도 적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수도 사용량에 있어서는 아파트별 격차가 덜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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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값비싼 아파트 거주자들은 중산층과 확연히 다른 에너지 소비 행태를 보일까? 그 실마리를 찾아보기 위해서 노원구, 관악구, 마포구에서 최근 실거래가격이 비교적 높았던 아파트 세곳을 확인해봤다. 노원구의 아파트는 652가구(가구 평균 110제곱미터) 규모이고, 관악구의 아파트는 297가구(가구 평균 132제곱미터) 규모이며, 마포구의 아파트는 484가구(가구 평균 181제곱미터) 규모다.

전기 요금에 있어서는 역시 예상대로 값비싼 아파트와 중산층 아파트의 격차가 확연하다. 값비싼 아파트 주민들이 대체로 두배 정도의 전기 요금을 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 격차가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값비싼 아파트나 중산층 아파트나 계절에 따른 전기 소비 변화는 엇비슷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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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요금은 역시나 뚜렷한 경향을 찾기 어렵다. 노원구와 관악구의 아파트는 계절에 상관 없이 래미안퍼스티지보다도 요금이 높게 나온 반면, 마포구의 한 아파트는 타워팰리스1차와 비슷하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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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가지로만 보면, 부유층과 중산층의 에너지 소비 수준 차이는 전기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걸로 짐작된다. 다만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전기 소비량 차이는 그래프에서 보는 것보다는 적다.

아파트 관리비 분석 마지막회에서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의 관리비 통계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해 쓸 예정이다.

■ 글 주소 :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plug.hani.co.kr/data/1386313
■ 원 자료 :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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