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인터뷰

 

D&D  Focus 2010년 11월호

 

                                             “2020년에 국방산업 G7 진입한다”



대담 김종대 편집장

                                                                                                                                                                                                                                                                                                                                                          정리 서정환 기자

 

미래기획위원회가 방위산업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10월19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방선진화를 위한 산업 발전 전략’을 보고했다. 임기 초반부터 국방산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방산수출 증대를 주창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과학 연구개발 및 산업계의 실태를 연구했던 미래기획위원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내수에서 수출’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의 국방연구개발’이라는 국방산업의 체질개선 처방전을 내렸다.

베일을 벗은 미래기획위원회의 방위산업 개혁은 안보정책과 관련 업계, 우리 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디앤디포커스』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을 직접 만나 위원회 보고서의 배경과 전망을 육성으로 들어 보았다. 곽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대통령 보고 나흘 전인 10월 15일 미래기획위원장실에서 진행됐다.



“대통령의 비상한 관심 있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곽 위원장은 기자와 만난 서두부터 “이번 미래기획위원회의 보고는 애초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지대한 관심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여러 기관과 전문가, 업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연구 보고서가 작성되었다”며 “이제 큰 틀의 방향이 제시된 만큼 청와대가 개혁을 직접 챙길 것”이라며 기대와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숱한 화제를 뿌리던 정부 실세라는 이미지보다 소탈한 학자의 풍모의 곽 위원장과 격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다음은 곽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디앤디포커스(이하 디앤디) 연간 30조원을 쓰는 국방은 거대한 소비 집단이다. 또한 군수시장은 총 60만종의 군수품과 800여종의 무기체계가 거래되고 있으며, 이를 조달하는 국내외 기업도 3800개에 달한다. 2007년 기준으로 방위력개선비와 전력유지비를 합한 14조 5200억원은 국민 총 GDP의 1.6%에 이른다. 이제 국민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국방경제는 국가안보 역량을 가늠하는 지표이자 첨단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축이라는 것이 보편적 상식이다. 위원장께서는 우리나라 국방산업, 즉 방위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하 곽승준) 국방산업은 국가안보에 필요한 무기체계 및 장비의 연구개발ㆍ생산ㆍ유지보수를 포함해 국방을 1차적 수요처로 하는 물자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군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세계냉전 종식 후, 국방투자는 군사력 증강에 기여함과 동시에 민간의 기술과 경제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새로운 인식이 정착되면서 국방의 산업ㆍ경제적 측면이 강화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의 국방 인프라는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국방과 민간산업이 접목할 경우 국방산업이 국가성장동력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우선 내수기반이 60만 명 이상이고, 매년 국방 R&D로 1.6조원 이상 투자하면서 이를 포함한 국방비 지출이 연 30조원 이상이 되는 등 산업적 여건이 양호하다. IT, 조선, 철강, 플랜트 등 민간의 주력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민간의 기술과 자원을 국방에서 활용할 경우 국방 분야의 산업적 성과는 크게 달성 할 수 있다고 보고 특히, 국가의 신성장동력 창출과 첨단기술직종 중심의 청년일자리 창출,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국방산업이 할 수 있을 것이다.



“ADD 주도로는 미래로 나갈 수 없다”


디앤디 무기를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해외에서 직구매하는 방법과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이 있다. 국방정책은 무기의 국산화를 지향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으나, 최근 우리는 국내 개발 ‘명품 무기’의 잇단 사고를 지켜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갖게 된다. 위원장께서는 우리나라 무기체계 연구개발에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나. 또한 연구개발 체계의 개선방향은 무엇인가.


곽승준 그동안 우리의 국방 연구개발은 최근에 예산 규모가 증가해 2009년에는 1.6조원에 이른다. 우리 국방 R&D는 수입대체를 위한 무기 국산화 목적으로 이루어졌고, K9, T-50 등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K21 장갑차 사고 등 전투기ㆍ장갑차ㆍ전차ㆍ고속함 등 무기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잇따른 사고는 우리의 무기체계 개발체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졌다. 현재 국방 R&D는 군이 제시하는 필요에 의해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가 연구개발한 내용을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방식의 ADD 주도 사업으로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가지는 문제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로, 새로운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체제라는 문제다. 과거의 무기 국산화를 위해 형성해온 시스템과 제도를 지난 40년 동안 유지하고 있어, 민간과 연계해 미래 원천ㆍ핵심기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거다. 선진국은 국방 R&D의 70%를 민간에서 수행하는 등 민간중심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민간 R&D시스템과의 연계가 부족하다. ADD가 국방 R&D 예산의 많은 부분을 집행하는데, 연구원 1인당 연구비가 약 4억원이나 돼서 본연의 연구 업무보다는 사업관리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있는 구조다. 특히, ADD 주도사업의 경우 시험평가까지 ADD가 주관하고 있어 사고 발생 시 원인규명 및 대책 수립이 미흡하다.

두 번째는 군(軍)은 무기획득 요구시, 국내의 기술ㆍ생산력, 수출가능성 등에 대한 산업적 고려가 미약하여 개발ㆍ생산이 고비용화 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거다. 마지막으로 업체 쪽에서 보면 그동안 ADD 주도 연구개발사업으로 인해 자체 개발ㆍ생산능력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우리 무기의 성능에 대한 우려와 함께 최근 T-50의 UAE, 싱가포르 수출 실패와 같은 수출경쟁력 문제가 대두했다. 이스라엘에는 ‘팔리지 않은 무기는 작전에서도 쓰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장중심적 개발 및 생산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육해공군은 무조건 최고의 사양을 요구하고, ADD는 개발하는 무기가 해외시장에서 잘 팔릴지에 대한 고려 없이 돈이 얼마가 들어가도 무조건 최고를 만드는데 급급하다.

T-50의 對 UAE, 싱가포르 수출 실패 원인은 성능은 우수하나 낮은 가격 경쟁력에 있다. 이를테면 현대자동차는 인도와 러시아에 베르나급 승용차를 생산하는 공장을 지었다. 인도와 러시아 시장에서는 베르나급이면 충분하다. 거기에 최고급 승용차인 에쿠스 공장을 짓고 그들에게 사라고 하면 몇 대나 팔리겠나? T-50가격이면 훈련기가 아닌 전투기를 사는 게 낫다는 해외시장 반응을 잘 살펴보면, 훈련기로 쓰기에는 너무 고사양이고 전투기로 쓰기에는 성능이 낮아 훈련기로도 전투기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사양이 된 것이다.



“2020년 국방산업 G7 진입”


디앤디 그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국방 연구개발체제부터 근본적으로 변혁시켜야 할 텐데….


곽승준 그렇다. 우선, 국방 R&D 추진체계 개편을 위해 그동안 ADD에서 핵심전력 무기개발과 동시에 수행해왔던 일반전략 무기체계 개발 및 성능개량사업은 점진적으로 업체 중심으로 전환을 내년부터 본격화해 2015년까지 완료할 것이다. ADD는 앞으로 전략ㆍ비닉무기 개발과 미래ㆍ기초핵심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무기성능 시험장비시설을 업체가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국방 R&D 참여기관인 ADDㆍ국방기술품질원 등의 상호 견제와 균형 역할을 강화해 기획ㆍ연구ㆍ평가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군에서 소요제기 단계부터 산업과 연계된 무기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관군 합동개념팀을 신설해, 무기개발 기획단계에서부터 시장에 대한 고려를 하도록 해야 한다. 군의 요구 성능에 대해서는 국방 및 산업관련 연구기관에 의한 사전타당성 조사도 실시해야 하고…. 이런 방식으로 무기획득 절차가 개선되면 영국의 사례와 같이 군이 요구하는 무기체계를 전략ㆍ전술적 측면, 기술적 측면, 산업적 측면, 경제적 측면 등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할 수 있게 되어 우리 군(軍) 및 산업의 실정에 가장 부합한 무기를 획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방산업체가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확충하고 수출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이 가능하도록 조세감면 등 지원방안 강구해야 한다. 또 선진국형 국방 R&D 예산관리제도 구축을 위해 국방 R&D 예산은 점차 확대하되, 미래선도형 기술 및 핵심부품ㆍ소재 개발 촉진을 위한 기초ㆍ원천기술 투자와 시장성장이 예상되는 비무기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기존에 운영되는 무기에 최신의 기술을 탑재해 성능을 개량하는 사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R&D 예산중 일정 부분을 성능개량 예산에 우선 할당할 필요가 있다.

105mm 곡사포를 IT와 접목해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사례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미국 등 외국은 신무기를 양산과 동시에 성능개량 R&D를 착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기획에서 과제집행까지 복잡하고 장기간 요하는 각종 절차들을 통합ㆍ간소화하고, 도전적 R&D 수행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성실실패제도 정착 등 R&D 성과제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 R&D 성과물에 대한 산업적 활용(spill over)이 활성화되도록 명확한 기술보안ㆍ활용 가이드라인 제시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방 R&D시스템이 바뀌고 관련 제도가 정착되면, 2020년에 우리의 국방 과학기술은 세계 7개 국가 수준에 이르고 우리의 국방비도 효율적으로 사용되어 예산절감은 물론 국내방산의 수출경쟁력 확대로 이어져 국내 방위산업이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먹고사는 국방산업 정도로는......”


디앤디 국방의 산업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방위산업에서도 해외 수출보다는 내수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고, 방산업체끼리 ‘제살 뜯어먹는’ 과도한 경쟁과 중복투자, 기술개발 의지의 미흡 등으로 많은 잡음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형 국방산업으로 발전하려면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져야 하나.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곽승준 ‘방산은 큰돈을 못 벌어도 먹고는 산다’고 하는 말을 들어 보셨나? 우리 방위산업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업계의 자조적인 격언이다. 그동안 우리 방위산업은 2008년 지정된 업체수가 91개에 이를 만큼 많은 방산업체가 7조원을 조금 웃도는 소규모의 내수시장만을 목표로 과열 경쟁해 왔고 수출을 통한 활로개척은 등한시해 왔다. 그 결과 수출실적도 2008년 말 통관 기준으로 2.5억 달러로 세계 방산시장의 0.5%를 점유하는 데에 불과하고,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들어가는 기업도 5개인데 그나마 모두 50위권 밖이다. 이러한 성적표로는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되고 국제공동연구개발 등 글로벌시장 단위로 경쟁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방산업체와 제대로 경쟁이 안 된다.

다행히 국내 방위산업은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더라도 향후 선진수출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하부구조 산업인 IT, 철강, 자동차, 선박 등 주요 민수산업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 유지하고 있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국내시장 규모 및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긴밀한 국방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방산업을 IT, 철강 등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민간산업과 연계하여 범국가적 육성체계를 구축할 경우 신성장동력 창출과 국방전력화 병행이 가능하다. 미래기획위원회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7대 국가 수준의 국방 수출국가 실현을 목표로 방위산업 연간 생산 100억 달러, 연간수출 40억 달러, 고용 5만 명을 추진할 것이다. 그러려면 국방R&D 체제 개혁도 해야 하고 방위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전환시키기도 해야 하고 국방경영에서 민간자원 활용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국방산업 지원체계도 빼놓을 수 없다.


19일 대통령 보고 시에 발표된 미래기획위원회 보고서는 ‘국방산업 G7 미래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은 「산업발전전략과 일자리창출(안)」이다. 본지는 이를 전문 게재한다(후면 기사 참조).

 

“청와대 중심의 추진체계 구축을 건의”


디앤디 수십 년간 고착된 연구개발과 방위산업 구조를 일거에 개선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당연히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사안이다. 위원장께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께 어떤 건의를 할 것인가. 그리고 그 전망은?


곽승준 국방 R&D 체제 변혁과 방위산업 구조개편은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야 달성할 수 있는 정책과제다. 이번 전략을 수립하면서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됐는데 대통령께는 이번에 수립된 전략이 강력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청와대 중심의 추진체계 구축을 건의할 참이다. 청와대 주관으로 관계부처 및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국방산업 추진점검 TF’를 구성해 분기별로 추진 실태를 점검해 보고하는 방안이 있다.

이번 전략의 중요성과 시기적절성을 대통령께서도 잘 아셨고 관계부처도 공감하고 있으므로 이번 전략의 내용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방부, 방사청, 지경부 등 관련부처는 이 전략을 구체화한 실행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곽 위원장의 이러한 답변이 있고나서 19일 보고 당시에 미래기획위원회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이 중심이 되는 개혁의 실행체계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고 자리에는 경제수석, 외교안보수석 등 관련 참모들이 대거 배석하였다. 이 대통령은 곽 위원장의 보고에 대해 “내 생각과 똑같다”며 더욱 강력하고 신속한 조치를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디앤디 최근 정부는 ‘친서민’과 ‘공정사회’를 표방하고 있다. 우리 국방에서도 기술력보다는 실적 위주의 사업자 선정으로 대기업에 유리한 입찰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기술이 우수한 중소기업의 국방 참여에도 많은 장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정한 사회라는 관점으로 보자면 많은 개선점이 있다. 이에 대해 위원장께서는 어떤 복안이 있나.


곽승준 국방산업의 생태계를 보면, 2008년 말 전문화ㆍ계열화 제도 폐지 이후 한정된 시장을 놓고 기업 간 과열경쟁 및 중복투자가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국방산업의 하부기반인 중소기업의 경우 안정적이고 독자적인 수요처 확보가 곤란하고 단순히 대기업의 하청 관계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러니까 획득과정에서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도 탈락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을 국방산업 부문에도 적용하고 기업 간 경쟁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대기업이 특화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의 공동 기술개발에 나서게 하거나 중소기업에 대한 수출을 지원할 수 있는 인센티브방안을 모색하고 중소기업 특성화 장비ㆍ품류ㆍ품목 및 영역 지정 등을 통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 체제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중견기업을 키우면 첨단기술 기반의 매력적인 청년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그런 산업구조로 바꾸기 위해 ‘세계적 전문기업 300개 육성전략’과 연계해 국방 중견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 중소기업의 우수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제도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디앤디 비록 미래기획위원회에서 미래 방위산업의 청사진을 구상했다 하더라도 국방 당국과 업체의 협조가 절실하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할 것인지.


곽승준 이번에 보고한 전략은 민간 전문가 및 관련기관이 참여해 10개월 이상 연구한 내용이고 오랫동안 제기된 문제점과 해결책들을 이번 연구과정을 통해 실용적ㆍ목적 지향적으로 체계화한 것이므로 국방 당국 및 업체에서도 실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이런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해 당초 기대한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방사청, 군(軍) 등 국방 당국과 민간업체의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하므로 세미나, 토론회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이번 전략의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박스 기사]

왜 ‘민간주도 연구개발’인가?

미래기획위 작성 국방선진화 전략의 배경



전장환경ㆍ요구성능ㆍ예산 등 문제점 많아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현존 북한전력 억제라는 한국군 요구조건을 상회하는 원정군(遠征軍)용 고성능 무기 개발을 지향해 개발ㆍ양산비용의 상승을 초래했다. 그 모델이 된 것은 미국인데, 미군은 전 세계에서 작전하는 원정군 개념이므로 극지, 사막 등 다양한 환경에서도 정상임무 수행이 가능토록 최첨단 무기를 고비용을 투입해 개발할 뿐이다.

ADD는 이를 작전환경이 전혀 다른 한국군에게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최근 ADD가 개발한 흑표전차(K2), K21 등 보병전투장갑차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은 K1급 전차도 전혀 갖고 있지 않은데 K2 흑표전차는 K1에 비해 성능 향상은 제한적이면서도 가격은 2~3배에 달하는 대당 80~100억 원이다.

그러나 흑표전차는 엔진 계통과 연관된 파워팩 개발에 차질이 빚어져 양산 일정까지 늦어지고 있다. 30~40억원이나 하는 K21보병전투장갑차도 북한 노후 전차에 대한 대응능력이 과다설정 됐다. 40mm포 탑재 장갑차는 지구상에 스웨덴 CV90과 K21뿐이다. 특히 K21은 수상 주행 중 사고를 통해 설계상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자면 무기성능도와 개발비용은 S자 곡선 관계이므로 원정군용 무기 성능은 변곡점 이상이 필요하나 자위군(自衛軍)용은 변곡점 이하라도 가능하다.

또 ADD 주관 사업은 개발, 시제품 제작, 양산이 각각 ADD와 시제품 제작 업체, 양산 업체가 각각 분리되어 있어 개발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제품 수출시에도 수출 주체인 업계와의 연계가 미흡했다. 기본훈련기인 KT-1과 고등훈련기 T-50의 사례를 보면 이 차이가 명확히 구분된다.

KT-1의 경우 ADD가 탐색과 체계개발을,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시제품 제작 및 양산을 분리해 맡았는데 당초 개발일정과 비용 변경이 발생하고 납품 차질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을 보였다. 그러나 ADD가 탐색개발만 담당하고 KAI가 체계개발과 양산을 모두 책임지도록 하자 개발일정 및 비용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25대의 초도양산 일정까지 순탄하게 흘러갔다. T-50은 업체 자체의 개발인력과 인프라 보유로 자체 수출형 개발도 가능했다. 현재 일반무기 체계개발은 국과연과 업체에서 모두 이뤄지고 있어 일반무기에 대한 R&D 역량이 과잉ㆍ중복 투자되고 있는 반면 첨단ㆍ미래기술과 원천ㆍ기초기술 투자는 등한시해 R&D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ADD 주도 사업이 낳은 방산 시장의 기형구조


한편 ‘ADD 주도 개발-민간업체 생산’ 방식의 사업구조가 유지되다보니 국가 연구기관으로서의 속성상 ADD는 개발 사업에 대한 계약적 책임과 동기, 예를 들어 지체상금과 같은 채찍과 당근이 부족했다. 또한 개발사업의 착수를 위한 예산 소요는 축소하면서 ADD의 사업관리비는 우선 배정하면서 민간업체에 대한 저가 입찰을 강요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현재 민간업체의 방위산업 입찰가는 실소요 예산 대비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국방사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는 획일적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방사업은 일반 시장과 달리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로서 요구성능이나 가격, 품질 등을 시장이 아닌 국가가 통제하게 된다. 그에 반해 입찰자 선정은 무기체계(완성품)의 전략적 중요성이나 시장규모 등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과잉ㆍ중복투자나 저가 출혈경쟁을 유발시켰다.

이는 국방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유일한 수요자인 정부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런 면에서 1990년대 중반 항공산업의 과잉ㆍ중복투자와 출혈경쟁으로 항공 통합법인인 KAI를 설립했는데, 2008년 이후 다시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은 정책적 측면에서 보자면 20년을 퇴보한 것이다.

ADD 주도의 사업이 갖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는 개발자가 시험평가를 담당하는 데서도 발견하게 된다. ADD 주도 사업의 경우 ADD가 설계부터 시험평가까지를 주관해 철저한 시험평가나 원인규명 및 대책 수립 미흡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에 발생한 K-21 장갑차 침수 사고다. 업체 주도 개발사업, 예를 들어 T-50 고등훈련기 개발 사업은 개발과 생산은 업체에게, 사업관리와 시험평가는 소요군에게로 엄격히 분리되어 있다.

이상과 같은 문제는 결국 방산업계의 경영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었다. 2008년 방산업계의 영업이익률은 5.0%로 제조업의 5.9%보다 낮다. 이에 더해 방산비리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 지면서 방산시장에 역량 있는 중소업체의 진입이 부족해졌다. 현재 국내 방산업체 수는 80~90여 개로 지난 10여 년간 정체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여 업체 중심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연구개발체계의 확립이 이번 보고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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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