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120년만에 첫발 뗀 우주엘리베이터 우주항공

el4.jpg » 미니 우주엘리베이터 실험 상상도. 시즈오카대 웹사이트

1895년 첫 구상이 나온 지 123년만에

일 시즈오카대, 큐브샛 2대 쏘아올려

10m 케이블 위에서 왕복 실험 예정

 

현재 우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로켓을 타고 가는 것이다. 그런데 로켓이 지구 궤도를 벗어나려면 엄청난 힘이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이 계산해본 결과, 초당 11.2km의 속도로 날아갈 수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이를 제2우주속도 또는 지구탈출 속도라고 한다. 로켓은 자칫 도중에 폭발할 위험도 있다. 좀 더 쉽게 우주로 가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발상에서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연구하고 있는 기발한 방식이 있다. 우주까지 올라갈 엘리베이터를 만들면 어떠냐는 아이디어다. 지상에서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처럼 지구에서 우주의 특정 지점까지 케이블을 연결하고, 여기에 승객이나 화물을 실어나를 컨테이너를 설치해 우주를 왕복한다는 개념이다.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하는 이 발상이 나온 건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훨씬 넘은 19세기 말이다. 로켓의 아버지로 불리는 옛 소련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Konstantin Tsiolkovsky)가 1895년 처음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당시 그는 하늘 높이 솟아오른 파리의 에펠탑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떠올렸다고 한다.
치올코프스키의 제안이 나온 지 120여년만에 처음으로 우주공간에서 우주엘리베이터 예비실험이 이뤄진다. 가장 먼저 걸음을 뗀 주인공은 미국이 아닌 일본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지난 23일 새벽 2시52분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화물우주선 ‘고노토리 7호기’를 발사했다. 이 우주선엔 우주정거장 비행사들에게 보낼 보급품과 함께, 우주엘리베이터 예비실험에 쓸 10cm 크기의 초소형 위성(큐브샛) ‘스타스-미(stars-me=Space Tethered Autonomous Robotic Satellite – Mini elevator)’ 2기가 탑재돼 있다.
위성제작자인 시즈오카대 연구진은 조만간 이 위성을 우주공간으로 다시 내보내, 두 위성을 연결하는 길이 10m의 강철 케이블 위에서 미니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켜 볼 계획이다. 케이블 위에서 두 위성 사이를 왕복할 미니 엘리베이터의 크기는 가로 세로 각 3㎝에, 높이 6㎝다. 시험작동 장면은 위성에 내장된 카메라로 촬영한다.

 

el14.jpg » 고도 3만6천km 정지궤도에 설치될 우주엘리베이터 도착정거장. 위키미디어 코먼스

고도 3만6천km까지 케이블을 이을 수 있을까


우주 엘리베이터는 고도 3만6000㎞ 높이의 정지궤도에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왜 이 높이에 설치하려 할까? 이 높이에서 지구가 지상으로 끌어들이는 중력과 위성이 바깥으로 달아나려는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 곳에 위성을 띄워 지구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하고 케이블을 연결하면 우주엘리베이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우주엘리베이터 건설은 아래로부터 쌓아 올라가는 게 아니라 위성에서 케이블을 아래로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래서부터 쌓아올리면 지구 중력을 견뎌내지 못한다. 위에서 케이블을 내려 뜨릴 때도 지구 반대방향으로 추가 달린 케이블을 같이 늘어뜨려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줘야 한다.
물론 이번 실험은 그야말로 아주 작은 첫 걸음에 불과하다. 우주엘리베이터가 현실화하려면 숱한 난관을 거쳐야 한다. 가장 큰 난관은 우주의 혹독한 환경을 버텨낼 수 있는 강력한 케이블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연구진은 적어도 강철보다 100배는 튼튼해야 할 것으로 본다. 탄소나노 튜브가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지만, 우주에서 엄청난 지구의 중력을 견뎌낼 수 있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또 탄소나노튜브로 길다란 케이블을 만들 수 있는 제작기술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이 점을 근거로 우주 엘리베이터 구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인도교보다 더 긴 탄소나노튜브를 만들기 전까진 나한테 우주 엘리베이터에 관해 묻지 말라"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우주 엘리베이터에 전기를 공급하고,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우주 쓰레기나 운석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내놓아야 한다.

el17.JPG » 적도 부근 바다에 설치될 우주엘리베이터 출발대. spaceelevatorwiki.com

 

우주엘리베이터를 만들려는 이유

 
기술적 장벽이 높은 우주엘리베이터에 도전하려는 이유는 뭘까? 과학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비용 절감을 든다. 로켓으로 우주에 사람과 화물을 보내려면 보통 운송비가 kg당 2만2000달러(약 24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우주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kg당 200달러(22만원)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현만 된다면 우주활동이 활발해질 미래에 우주엘리베이터는 우주로 가는 최고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둘째는 높은 안전성이다. 케이블에 고정돼 있는 만큼 위성을 발사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로켓을 쓰지 않으니 폭발 위험도 없다. 연구진은 우주엘리베이터가 실현되면 시속 200km의 속도로 8일 후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의 기술 자문을 맡고 있는 일본의 건설업체 오바야시구미는 2050년까지 우주 엘리베이터를 공급할 것이라는 구상을 2014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이 구상에 따르면 오바야시의 우주엘리베이터는 타원형 객실 6대로 구성돼 있다. 각 객실은 3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우주엘리베이터에 사용되는 케이블 총 길이는 반대편 평형 추까지 포함해 9만6000km. 잠정적으로 추정한 총 건설비용은 90억달러(10조원)다.

 

el19.jpg » 우주엘리베이터 개념도. 위키미디어 코먼스


40년 전 SF소설에 건설 과정 자세히 담겨

 

정지궤도 위성에서 케이블을 늘어뜨린다는 우주엘리베이터 구상은 1960년 러시아 과학자 유리 아르츠타노프가 처음 내놓았다. SF 작가 아서 클라크는 이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1979년에 장편소설 '낙원의 샘'(1979년 작)에서 우주 엘리베이터가 건설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클라크의 소설 속에서는 고도 2만5000km 지점에 중간정거장이 설치된다. 중간정거장은 승객들의 휴식공간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동력을 공급해주는 발전소 역할을 한다. 중간정거장을 중간지점(1만8천km)보다 위에 설치하는 이유는, 이곳에 설치해야 위쪽 케이블이 절단되더라도 정거장이 지구로 추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클라크는 설명한다. 클라크에게 SF계의 노벨상이라 할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안겨준 '낙원의 샘'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엘리베이터를 다음 세기의 교통 시스템으로 진지하게 검토하는 자극제가 됐다.

사실 인류는 태고적부터 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상상을 해왔다. 한국의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엔 하늘로 올라가는 동앗줄이 등장한다. 엄마를 잡아먹은 호랑이를 피해 오누이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을 타고 올라가 오빠는 해님, 누이는 달님이 됐다는 이야기다. 이들을 뒤쫓던 호랑이는 하늘이 내려준 썩은 동앗줄을 타고 올라가다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수수밭에 떨어져 죽고 만다.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이 오누이를 태우고 다시 올라가는 장면이 우주엘리베이터를 연상시킨다. 서양에서도 하룻밤 사이에 하늘까지 닿은 콩나무 줄기를 타고 하늘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내용의 전래동화 '잭과 콩나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제 첫 걸음을 뗀 우주엘리베이터는 오누이의 동앗줄이 되어 인류의 해묵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줄까, 아니면 붉은 수숫대를 탄생시킨 호랑이의 썩은 동앗줄로 판명날까?

 

우주속도란 뭘까?

지상에서 쏘아 올린 물체가 지상에 다시 떨어지지 않고 지구 주위를 맴돌거나, 더 멀리 날아가 다른 천체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속도를 우주속도라고 한다. 우주속도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인공위성처럼 계속해서 지구 주위를 돌 수 있는 속도다. 이를 제1우주속도라고 한다. 초속 7.9㎞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정한 궤도를 그리며 돈다고 해서 궤도속도라고도 부른다. 둘째는 지구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을 이겨내고 지구궤도 밖으로 탈출할 수 있는 속도다. 이를 제2우주속도, 즉 지구탈출 속도라고 한다. 초속 11.2㎞가 기준속도다.  그러나 제2우주속도로는 태양의 중력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태양계 바깥으로 벗어나려면 훨씬 더 큰 힘이 필요하다. 이를 제3 우주속도라고 한다. 초속 16.7㎞가 이에 해당한다.

Luna_1_-_blacked.jpg » 사상 처음으로 지구탈출속도를 구현한 1959년 옛 소련의 달탐사선 '루나1호'. 위키미디어 코먼스

 

출처
보도자료
http://global.jaxa.jp/press/2018/09/20180923_h2bf7.html
발사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aedKidox3U
http://fanfun.jaxa.jp/topics/detail/12708.html
관련기사
https://newatlas.com/space-elevator-stars-me-satellite/56482/
https://www.sciencenews.org/article/japan-has-launched-miniature-space-elevator
https://www.universal-sci.com/headlines/2018/9/6/japan-will-soon-conduct-the-first-test-of-elevator-movement-in-space
https://www.sciencealert.com/japan-testing-space-elevator-scale-model-shizuoka-university
https://mainichi.jp/english/articles/20180826/p2a/00m/0na/005000c
https://phys.org/news/2018-09-japan-mini-space-elevator.html?
https://www.cnet.com/news/japan-to-conduct-first-test-as-part-of-space-elevator-project/
시즈오카대 연구 현황
http://www.shizuoka.ac.jp/pressrelease/pdf/2018/PressRelease_29.pdf
http://stars.eng.shizuoka.ac.jp/starsme.html
http://stars.eng.shizuoka.ac.jp/foreword.html
공상에서 현실까지
https://futurism.com/space-elevators-from-science-fiction-to-reality/
우주엘리베이터 케이블 소재 가능한가
https://io9.gizmodo.com/5984371/why-well-probably-never-build-a-space-elevator?IR=T
오바야시구미의 구상
https://www.obayashi.co.jp/en/news/detail/the_space_elevator_construction_concept.html
http://www.abc.net.au/news/2014-09-21/japanese-construction-giants-promise-space-elevator-by-2050/5756206
https://www.cnet.com/news/japanese-company-plans-space-elevator-by-2050/

http://www.abc.net.au/news/2014-09-21/japanese-construction-giants-promise-space-elevator-by-2050/5756206(사진자료)
오바야시 구상
https://www.electronicsweekly.com/news/business/japan-starts-space-elevator-experiments-2018-08/
머스크의 우주엘리베이터 반응
https://twitter.com/elonmusk/status/559557786514632704
2050년까지는 가능할까
https://www.gaia.com/lp/content/japan-space-elevator/
국제우주엘리베이터 컨소시엄
https://isec.org/

우주엘리베이터 건설 방법
우주엘리베이터 역사
나사 우주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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