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바늘 품은 캡슐…주사의 종말인가 생명건강

MIT-Microneedles-01_0.jpg » 미세바늘의 구멍을 통해 약물이 방출되는 모습. 캡슐이 소화기관 내의 특정 위치에 당도하면, 캡슐을 싸고 있는 pH감지 코팅이 녹아서 약물이 미세바늘을 통해 방출된다. MIT 제공

 

MIT, 주사 바늘로 덮인 약물 캡슐 개발

 

 약물을 몸에 흡수시키는 방식엔 크게 내복형과 주사형이 있다. 코나 구강 점막에 뿌려주는 분무형, 항문에 삽입하는 좌약형, 파스처럼 붙이는 패치형 등이 있으나 이런 것들은 일부 증상에 한하는 것이고 대부분 약물을 몸에 전달하는 방식의 주종은 이 두가지다. 그런데 내복형은 복용은 간편하나 약물의 일부가 흡수되지 않을 수 있고, 주사형은 효과는 빠르고 좋지만 환자에게 고통을 준다는 단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주사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주사보다는 알약을 선호한다. 문제는 알약으로 만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약물들도 많다는 점이다. 특히 덩치 큰 단백질들로 만들어진 약물은 알약으로 먹을 수 없다. 약물이 체내에 흡수되기 전에 위에서 분해돼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미 MIT(매사추세츠공대)와 MGH(매사추세츠종합병원) 연구진이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약물 투여 방식을 고안해냈다. 아주 작은 주사바늘로 코팅된 약물 캡슐을 개발한 것이다. 이 캡슐을 복용하면 알약에 들어 있는 주사바늘이 위 내벽에 직접 약물을 주입하게 된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쓰면 주사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주사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동물을 대상으로 이 방식을 실험한 결과, 피하 주사를 놓는 것보다 인슐린을 더 잘 전달해주는 것을 확인했다. 캡슐이 소화기관을 지나갈 때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이 이번에 실험한 것은 인슐린 캡슐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관절염이나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질환과 암 치료에 사용되는 생물약제를 전달하는 데 더욱 쓸모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물의약품(biologics)”으로 불리는 이런 약물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백신, 재조합 DNA·RNA 등이 있다. 논문 주저자이자 화학공학전공 대학원생인 칼 쇨해머(Carl Schoellhammer)는 “이 생물의약품들은 그냥 알약으로 복용할 경우 분자의 크기가 커서 흡수할 수 없다. 체내에 흡수되기 전에, 단백질 분자들을 먹어치우는 효소와 산에 의해 위장관에서 분해돼 버리고 만다”고 말했다. 

 

2014-10-10 14;20;36.jpg » 약물 캡슐과 1센트 동전의 크기 비교. 유튜브 화면 캡처.


 

MIT-Microneedles-02.jpg » 구멍이 있는 미세바늘과 단단한 미세바늘의 비교. 캡슐이 소화기관을 통과하면서 코팅이 녹을 때까지의 과정은 같다. 다른 점은 바늘 구멍을 통해 약물이 방출되는 것(위)과 약물로 만든 단단한 바늘 자체가 분리돼 소화기관 내벽에 꽂히는 것(아래)이다. MIT 제공.

 

 주사보다 효과 빠르고 강력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약물이 쉽게 흡수되도록 나노 또는 마이크로 단위의 입자 크기를 줄이면 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장애물이 있다. 이 입자들을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드는 데다 각각의 약물마다 새로운 방식을 써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쇨해머를 비롯한 연구진은 약물이 중도에서 분해되는 것을 막고, 위장관에 당도한 뒤 그 내벽에 직접 약물을 주입할 수 있는 캡슐을 만들기로 했다. 이들이 처음 만든 아크릴 캡슐은 길이 2㎝에 지름 1㎝로, 안에는 약물을 담고 겉은 스테인리스강 바늘로 코팅돼 있다. 바늘의 길이는 5㎜.
 연구진이 바늘을 직접 위장관에 투입하는 방안을 생각한 것은 위장관에는 통증 수용체가 없어서 약물을 주입하더라도 환자가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돼지를 대상으로 인슐린을 넣은 캡슐을 시험해봤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캡슐이 소화기관 전체를 관통하는 데 1주일이 넘게 걸리기는 했지만, 위장관 조직이 손상된 흔적은 없었다.
 캡슐 내의 작은 바늘들은 위와 소장, 대장의 내벽에 성공적으로 인슐린을 주입함으로써 동물의 혈당 수준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혈당 감소 효과는 같은 양의 인슐린을 피하주사로 맞았을 때보다 빠르고 컸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MIT코크통합암연구소의 지오반니 트래버소(Giovanni Traverso)는 “이 방법은 흡수하기 어려운 분자들을 훨씬 더 높은 효율적으로 주입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대(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의 사미르 미트라고트리(Samir Mitragotri) 교수는 “단백질 약물에서 약물을 알약으로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인데, 이번에 시도한 방법은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고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연구진은 캡슐이 소화기관을 통해 이동하면서 소화기관의 연동운동이나 수축운동에 맞춰 약물을 캡슐 밖으로 천천히 배출하도록 캡슐을 수정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또 아예 바늘 자체를 생분해성 중합체(폴리머)와 당으로 만드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폴리머와 당이 장 내벽에 직접 박힌 뒤 거기서 서서히 분해되면서 약물을 방출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거의 사라질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이 방식이 일반적인 백신 주사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야흐로 주사의 공포에서 해방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이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제약학저널>(Journal of Pharmaceutical Sciences)에 실렸다.

 

관련 동영상 보기
http://youtu.be/PBCa5bM3zjg

 

출처
http://newsoffice.mit.edu/2014/microneedles-drug-delivery-capsule-1001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10/141001102723.htm
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jps.24182/abstract;jsessionid=4AA6B0A221FF29A2CE78E05807BC529E.f01t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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