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마스크, 이타적 생활백신이 되다 생명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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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본 마스크 착용 전과 후

 

"쇼핑몰, 교통수단, 빌딩 등 모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라."
지난 14일 미국의 보건 과학자와 전문가 100명은 공동으로 미국 주지사들에게 이런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시뮬레이션 결과 다른 조처들과 함께 광범위하게 마스크를 사용할 경우 기초감염재생산수(R0, 한 사람의 감염자가 전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를 1.0 아래로 줄여 팬데믹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의료용 마스크 뿐 아니라 천, 스카프, 두건, 티셔츠, 심지어 종이타월까지 포함한 모든 얼굴 덮개가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마스크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선언이라 할 만하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에서 마스크의 효과가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봉쇄 조처 없이도 방역대책이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비결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게 마스크다. 마스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서구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나라들이 크게 늘었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나라가 100개국이 넘는다. 반면 코로나19 최대 감염국인 미국에선 50개 중 12개주만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외출시 마스크 착용 비율이 60%대로 높아지긴 했지만, 감염자 확산 추세를 누그러뜨리려면 마스크 착용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 성명엔 담겨 있다.

drop15.jpg » 기침할 땐 3천개, 재채기할 땐 4만개의 침방울이 튀어나온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침방울의 위험

30% 넘는 무증상 감염자 비율

초기 바이러스 복제 가장 활발

1분 말할때 바이러스 침방울이

1000개 이상 8~14분 공중 부유

 
유럽의 이웃나라인 오스트리아와 체코의 감염자 수 추이를 보면 마스크의 효과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두 나라는 지난 3월 중순 비슷한 시기에 강력한 이동제한 정책을 시작했다. 체코는 이에 더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한참이 지나고서야 의무화했다. 체코의 감염자 수가 평탄한 곡선을 그리는 동안 오스트리아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때까지 감염자 수 폭증 사태를 겪어야 했다.

drop16.png »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전후의 체코와 오스트리아 감염자 확진 추세. https://www.perapera.ai/post/masks-for-all-ja/


마스크에 소극적이거나 거부감을 보였던 서구 국가들의 태도가 바뀌게 된 결정적 계기는 예상보다 높은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었다.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나긴 하지만 대략 30%를 웃돈다. 중국과 이탈리아 사례 연구에선 감염자의 거의 절반(40% 이상)이 무증상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감염 초기에 가장 많은 바이러스 입자를 배출한다. 독일 연구진의 분석 결과 체내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는 감염 후 5일 이전에 정점을 찍었다. 그 수는 2003년에 유행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의 최대 1400배나 됐다. 1밀리리터당 평균 700만개의 바이러스 입자가 검출됐다. 인간이 방심하는 틈을 정확히 파고드는 아주 노련한 번식 전략이다. 그 위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3월 미국 워싱턴주 스캐짓 카운티의 '스캐짓밸리 합창단'에서 나왔다. 보건 당국이 합창단원의 87%(61명 중 53명)가 무더기로 감염된 사건을 조사한 결과, 3월10일 연습 때 가벼운 증상을 보인 한 사람한테서 모든 게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합창단 연습 시간은 2.5시간이었다. 중간에 다과도 함께했다. 주로 고령자들인 감염자 중 2명은 사망했다. 과거의 임상 경험을 근거로 무증상 시기의 바이러스 전파력에 부정적이었던 보건 당국은 한동안 혼란에 빠졌다.

애초 공기중 전파의 관심 대상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오는 침방울이었다. 기침할 땐 3천개, 재채기 땐 최대 4만개의 침방울이 튀어나온다. 침방울이 날아가는 거리는 최대 7~8미터나 된다. 하지만 커다란 침방울은 2미터를 못 가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간격 `2미터'의 논거가 여기에서 나왔다.

1111.jpg » 왼쪽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오를쪽은 마스크를 쓴 채로 `건강하세요'(stay healthy)라고 말할 때 입 밖으로 나오는 침방울을 레이저광으로 관찰한 모습.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마스크를 쓰면

① 큰 침방울은 직접 차단해주고

② 공기 흐름 바꿔 멀리 못 가게

③ 습도 높여 부유 시간 줄이고

④ 빠져나가는 공기 10%로 줄여


하지만 코로나19의 무서운 전파력은 일상적인 대화 중에 배출되는 침방울(비말)의 조용한 움직임에도 의심을 갖게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과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최근 그 위험의 실체를 밝혀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커다란 밀폐상자 안쪽으로 `건강하세요'(Stay healthy)라는 말을 큰 소리, 작은 소리를 섞어가며 25초간 반복해서 말하도록 주문했다. 그리곤 입 밖으로 배출되는 침방울을 레이저 광산란(laser light scattering) 기술을 이용해 관찰했다. 침방울은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수분이 증발하면서 크기가 처음의 20~34%로 작아졌다. 이를 비말핵(에어로졸)이라고 한다. 크기가 작아지면 낙하 속도도 떨어진다. 예컨대 50마이크로미터인 침방울이 10마이크미터로 줄어들면 낙하 속도는 초당 6.8cm에서 0.35cm으로 떨어진다. 이는 침방울이 공기 중 떠 있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걸 뜻한다. 실험 결과 비말핵이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은 8~14분(평균 12분)이었다.
소리가 크면 배출되는 침방울 수도 많아진다. 또 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음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난다.  보건원 실험에선 `th' 발음에서 가장 많은 침방울이 튀어나왔다. 유시(UC)데이비스 연구진이 올해 1월 공개학술지 `플러스원'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모음 이(i)는 아(a)나 우(u)보다 더 많은 입자를 배출한다. 또 공기 통로를 막았다가 열면서 내는 파열음(g/d/b, ㄱ/ㄷ/ㅂ)이 들어 있는 2음절어는 공기 통로를 좁혀서 내는 마찰음(s/h/f, ㅅ/ㅎ)보다 많은 입자를 만들어낸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1분간 말할 경우 8분 이상 공기 중에 부유할 수 있는 바이러스 함유 침방울이 1000개 이상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이 바이러스의 공기전파를 직접 확인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다른 사람의 호흡기관 안으로 들어가서 2차 감염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시간과 양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국앨러지감염병연구소(NIAID) 연구진이 4월16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에어로졸 상태로 최소한 3시간 동안 감염력을 유지했다. 미국의 툴레인 국립영장류 연구센터(Tulane National Primate Research Center), 피츠버그대 등 연구진 실험 결과에선 바이러스 입자가 에어로졸 형태로 최대 16시간 감염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일본 유람선이나 한국의 콜센터, 중국 식당 등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던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 선풍기를 틀거나 바람이 부는 야외공간이라면 날아가는 거리와 떠 있는 시간은 더 확대된다. 키프로스 니코시아대 연구진 실험 결과, 보통 걷기 속도에 해당하는 시속 4km의 산들바람만 불어도 침방울은 5초 안에 6미터까지 날아갔다.

corona1.jpg »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CDC

그런데 마스크를 쓰면 사정이 달라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의 크기는 0.1마이크로미터를 조금 넘는다. 마스크의 구멍은 이보다 훨씬 크다. ‘KF80’은 0.6㎛ 입자를 80% 이상 ‘KF94’, ‘KF99’는 0.4㎛ 입자를 94%, 99% 이상 걸러낸다. 구멍이 가장 작은 N95 인공 호흡기도 0.3마이크로미터 입자의 95%를 걸러내는 데 그친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입자 자체로만 배출되는 게 아니라 침과 섞여서 배출된다.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비말 입자의 크기는 대략 1.0~5.0마이크로미터이다.
우선 마스크를 쓰면 레이저광을 투사해도 일반 대화 중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크기의 침방울은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또 마스크는 공기 흐름을 바꿔준다. 인도 연구진이 5월5일 <아카이브>(arxiv)에 발표한 것을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한테서 나온 침방울은 제트 난류(소용돌이 모양의 난류)를 타고 5미터나 날아갔다. 물론 이때도 지름 12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큰 방울은 2미터 이내서 떨어진다. 마스크를 쓴 사람한테서 나온 침방울은 1.5미터 이내서 바닥에 떨어졌다. 마스크는 입과 마스크 사이에 습한 공기를 만든다. 습한 공기는 침방울의 증발을 방해한다. 침방울이 가벼운 비말핵이 되는 걸 어렵게 한다. 인도 연구진 실험에 다르면 침방울 섞인 공기가 입과 마스크 사이의 틈을 뚫고 나온 비율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마스크가 바이러스 전염의 핵이라 할 침방울을 차단하는 메카니즘은 이렇게 4중으로 작동한다.

마스크에 대한 초기 연구들은 개인 보호 장비로서의 기능에만 관심을 뒀다.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느냐에 초점이었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더욱 중요한 건, 잠재적 감염자일 수 있는 나로부터 주변의 여러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의 이타성에  눈을 뜨면서 마스크의 효과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면 8인치(20센티미터)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바이러스 양을 36분의1로 줄일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지난 4월 나왔다. 애초 이 사실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이를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나를 보호하지는 못하는 증거로 봤다. 하지만 마스크의 이타성에 주목하는 순간 이는 다른 사람에 대한 감염력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된다.

Watson_queue_for_face_masks_20200130_DSCF2199_(49464278376).jpg » 마스크를 쓰고 있는 홍콩 시민들. 위키미디어 코먼스

나를 보호하는 건강 용품 넘어

타인 보호하는 배려의 도구로


마스크의 위력은 5월 초 연휴 때 이태원클럽에서 발생한 감염자가 이후 폭발적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3차, 4차 감염자가 일부 나오기는 했지만 다수의 확진자들이 감염 이후 교회, 콜센터 등 다중시설 이용시 마스크를 착용한 덕에 추가 확진을 최소화했다. 코로나19의 사촌격인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관한 한 연구에선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68%에 이른다는 걸 확인했다. 반면 하루 10여차례 손 씻기의 효과는 55%였다. 손씻기와 마스크, 장갑을 함께 사용할 경우의 차단 효과는 91%였다. 미 오레곤주립대 연구진이 세계보건기구의 의뢰로 개인보호장비(PPE)가 바이러스 전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64개 논문을 분석한 결과, 마스크는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50~80%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의 바이러스 확산 차단 효과가 80%라면 일대일 접촉에서 감염 위험 감소율은 96%로 높아진다. 50%로 보수적으로 잡아도 일대일 대면접촉시 위험 감소율은 75%나 된다. UC버클리의 컴퓨터과학자 드카이(De Kai)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인구의 80%가 마스크 착용하면 감염자 수를 12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홍콩대 연구진이 코로나19에 감염시킨 햄스터와 건강한 햄스터 사이에  마스크 칸막이를 놓고 실험한 것을 보면 건강한 햄스터의 감염률은 16.7%(12마리 중 2마리)에 불과했다. 반면  마스크 칸막이가 없는 경우엔 감염률이 66.6%(15마리 중 10마리)였다.
데이터과학자인 샌프란시스코대 제레미 하워드(Jeremy Howard) 연구원은 과학언론 ‘컨버세이션’을 통해 "많은 연구 결과가 인구의 80%가 마스크를 쓰면 바이러스 확산은 차단된다는 걸 말해준다"며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마스크는 팬데믹과 싸우는 데 가장 강력한 도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마스크는 손씻기와 더불어 강력한 생활백신이라는 얘기다.


출처

마스크 착용의 이점들

미국 주지사들에게 마스크 착용 의무화 공개서한
마스크, 20센티 떨어진 사람에게 전달되는 바이러스 양을 최대 36분의1로
관련 논문
홍콩침례대 연구진/마스크의 코로나19 확산 차단 및 완화 효과/마스크르 쓰면 감염재생산수가 감소/모두가 쓰면 
인도 논문/마스크의 공기 흐름 영향
외과수술마스크 차단 효과
키프로스 연구
슈퍼전파자의 역할
슈퍼전자파 사례/워싱턴주 합창단
최재천의 백신 시각
-의약 백신은 화학백신/사회적 거리두기는 행동백신/자연과 거리두기는 생태백신
"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이 화학백신보다 더 효율적인 백신이 될 수 있다."
미국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69%가 외출시 거의 또는 항상 마스크 
홍콩대 햄스터-마스크 연구 결과

에어로졸의 발생과 특성(미국 질병통제센터)
미국앨러지감염병연구소(NIAID) 연구진이 4월16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발표한 논문
-에어로졸 상태로 최소한 3시간 동안 감염력을 유지/미국의 툴레인 국립영장류 연구센터(Tulane National Primate Research Center), 피츠버그대 등 연구진 실험 결과에선 바이러스 입자가 에어로졸 형태의 경우 최대 16시간 감염력을 유지
-SARS 연구에 따르면 마스크만으로도 바이러스 예방에 68 %의 효과
64개 연구 분석
확산 차단 효과 본 나라들은 모두 마스크 착용국들
마스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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