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느는 산후조리원 분쟁…약관·시설 살피고 또 살피라 베이비트리 육아 뉴스

 

산후2.jpg » 사진은 한 산모가 출산 뒤 산후조리원에서 조리를 잘 하며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습이다. 육체적·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산모가 산후조리 과정에서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산후조리원을 계약할 때 미리 꼼꼼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산후조리 기간은 산모에게 아주 특별한 시간이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천장에서 물이 새 방에서 대피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2주 동안의 조리 비용이 425만원이나 되는데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산모 김아무개(35)씨는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지난달 23일 새벽 5시30분께 서울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자신의 방에서 자고 있던 김씨를 비롯한 네 명의 산모들은 천정과 벽면 틈새에서 물이 쏟아져 긴급 대피했다. 4명의 산모들은 퇴실까지 계약 기간이 3일 남아있었다. 이날 조리원의 퇴실자는 3명이었다. 피해자 1명이 들어갈 방이 부족했다. 조리원은 병원 부속이어서 산모 한 명이 병원 병실에서 산후조리하거나 그날 퇴실하면 총 조리 비용의 절반을 환불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산모들은 “병실에서는 제대로 된 조리가 불가능하다. 당장 다른 조리원을 구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퇴실하냐”고 항의했다. 결국 조리원은 다음날 퇴실할 다른 산모를 설득해 피해자 모두에게 방을 제공했다.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산모쪽과 조리원은 피해 배상액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했다. 산모쪽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전액 환불을 요구했고, 조리원은 사건이 터진 이후 3일 동안의 요금에 약간의 돈을 보태 100만원을 배상하겠다고 했다. 과연 산모들은 어느 정도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산모들이 요구하는 전액 배상은 불가능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의 산후조리원 유형을 보면, 입소 뒤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분쟁이 발생하면 총 이용금액에서 이용 기간 동안의 요금을 낸 뒤 나머지 요금을 환급받고, 총 이용 금액의 10%를 배상받도록 하고 있다. 위 사례의 산모들은 누수가 발생한 뒤의 3일치 요금(91여만원)에 42만5천원을 더해 받을 수 있다. 양신해 한국소비자생활 연구원은 “소비자는 화나고 억울하겠지만 현재 공정위에서 소송으로 가기 전 분쟁 해결 절차로 그 기준을 총 이용금액의 10%를 제시하고 있다. 이마저도 권고 사항이지 강제 조항은 아니다. 따라서 산후조리원을 계약할 때는 소비자가 직접 시설을 방문하고 약관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후조리원 입소 전 사업자의 문제로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면 소비자는 계약금의 100%를 환불받을 수 있다. 만약 소비자의 문제로 계약을 해지하면 입소예정일 날짜 기준으로 환불액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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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이용자 수가 늘면서 산후조리원 관련 분쟁은 갈수록 늘고 있다. 시설 관련 문제부터 계약 해제 거부, 질병·사고 안전 문제, 입실 거부 등 분쟁 내용은 다양하다. 한국소비자원이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 접수된 산후조리원 관련 상담 건수를 집계해보니, 2010년 501건, 2011년 660건, 2012년 867건, 2013년 상반기 504건(지난해 상반기에 견줘 25% 증가)으로 상담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오경임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1국 서비스팀 차장은 “과거에는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하려면 조리원이 이를 거부하거나 중도 계약 해제시 과다한 위약금을 부과해 분쟁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공정위가 이러한 불공정 약관에 시정 조치를 취하면서 계약 해제 거부에 관한 분쟁은 많이 줄었다. 요즘은 상대적으로 질병과 위생·시설 등 사고·안전 문제 등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질병과 관련한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 서울의 한 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하던 20대 김아무개씨는 입소 뒤 10일 째 되던 날 아이의 입천장에서 궤양이 발생해 조리원에 문의했다. 조리원은 흔히 있는 질병이라며 어떤 조처도 해주지 않았다. 조리원의 말만 철썩같이 믿고 있던 김씨는 일주일이 지나도 아이 증상이 사라지지 않아 동네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칸디다균에 감염된 아구창’이라는 소견과 함께 종합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아이는 결국 입원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치료비 등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조리원이 거절해 현재 분쟁중이다.   

 

오 차장은 “질병이나 안전사고 등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면 병원 치료비 등 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배상 규정이 현재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질병이나 감염 문제 등에 대해 소비자들도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관련 법률 개정안도 발의됐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지난해 산후조리원 감염사고 등에 대한 피해보상 및 이용요금 공개를 확대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률안은 조리원쪽의 책임으로 감염사고 등 손해가 발생하면 산후조리업자가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그 손해를 보장하기 위해 산후조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있다. 공정위는 또 산후조리원 관련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보건복지위 소속 김안나 조사관은 “감염 등을 예방하기 위해 산후조리원의 시설 및 인력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해마다 감염 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산후조리원 특성상 신생아들이 상당 기간 동안 집단적으로 모여 있어 질병이나 감염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 보상 기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성도 있다는 얘기다. 오 차장은 “ 아직까지는 구체적 기준이 없는 만큼 신생아 및 산모에게 질병이나 감염 등 안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병원에 바로 가서 치료하고 산후조리원을 관할 구청에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출산 직후의 산모는 육체적·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다. 산후 조리는 산모들에게 출산 이후의 건강 상태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산모와 가족들은 산후 조리 과정에서 이같은 분쟁을 겪지 않도록 미리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소보원은 산후조리원 선택시 산모들이 염두에 둬야 할 사항으로 △계약서에 환급 기준 및 약정 내용을 기재할 것 △전화 문의만 하지 말고 직접 방문해 시설·계약 내용등을 확인할 것 △화장실·샤워실의 난방 시설 여부를 점검할 것 △신생아실의 전문 간호사가 적정 인원인지 확인할 것(산후조리원의 1일 평균 입원 영유아 7명 당 1명) △시끄러운 길가·고층 건물·계단이 많은 산후조리원은 피할 것 등을 제시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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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