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 ‘츄릅’ 옥빛바다 ‘출렁’ 오감이 ‘풍성’ 국외 여행기

저비용항공 타고 다녀온 초가을 일본 홋카이도
외국여행이 일반화된 지 오래지만 서민들로선 여전히 목돈 모으고, 몇년 만에 날 잡아야 떠날 수 있는 게 외국여행이다. 붐비는 연휴나 성수기를 피해, 저비용항공(저가항공)을 이용한다면 좀 달라진다. 저비용항공(LCC·Low Cost Carrier)이란, 기내 서비스 최소화 등으로 비용을 낮춰 기존 대형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보다 운임을 싸게 운항하는 항공사를 말한다. 대체로 대형 항공사 운임의 70% 수준인데, 비수기를 고르고 이때 흔히 제공되는 할인 혜택까지 활용하면, 절반 이하의 운임으로도 외국여행이 가능해진다.

저비용항공과 현지 렌터카를 이용해 일본 홋카이도의 명소를 둘러보고 왔다. 일본 북부 홋카이도는 일본인들이 대표적인 휴가지로 꼽는 섬이다. 이맘때 홋카이도는 성수기로 치는 여름 피서철도 아니요, 겨울 스키철도 아니어서 숙박 요금도 저렴해진다. 제철이 지나, 아름다운 비에이 농작물 풍경도, 후라노 라벤더 꽃밭도 다소 썰렁해진 모습이다. 아직 단풍철도 조금 멀었다. 하지만 저렴한 여행 경비와 입맛 다시게 하는 홋카이도 음식들이 이를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쪽빛·옥빛 해안 절벽 따라 촛대바위 줄줄이

삿포로 인근 신치토세 공항에서 예약한 렌터카를 타고 먼저 1시간 거리의 오타루에 들렀다. 동해 쪽으로 뻗은 샤코탄의 가무이곶과 해안 경치를 보러 가는 길이지만, 오타루에도 볼거리가 많다. 오타루는 삿포로로 드는 관문 구실을 하던 작은 항구도시다. 19세기 말 무역항으로 전성기를 누리다 쇠퇴해갔으나, 당시의 운하와 운하 주변의 고색창연한 물류창고들을 잘 보전한 덕에 이를 활용한 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우중충했던 석조창고들은 카페나 식당, 대표적 생산물인 유리공예품 전시·판매 공간 등으로 활용돼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오타루운하 주변 말고도 유리공예품 전시·판매장인 ‘기타이치 글라스’와 초밥거리인 ‘스시야토리’ 등을 둘러볼 만하다. 회전초밥집도 몇 곳 있는데,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이 된 도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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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샤코탄 서쪽 해안의 가무이 곶 전망대.
오타루에서 1시간40분 정도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달리면, 해안 바위절벽과 옥빛 바다색이 아름다운 샤코탄 해안에 닿는다. 가장 눈부신 경관을 보여주는 곳은 동해를 향해 뾰족하게 뻗어나간 반도 끝의 가무이곶(가무이 미사키) 주변이다. 일본 100대 비경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120여년 전 세워진 등대를 향해 산 능선을 타고 10여분 걸으면, 해발 80m 높이의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 앞바다에 펼쳐진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수면에 우뚝 솟은, 이른바 촛대바위와 점점이 이어진 바위 무리, 그리고 절벽 밑으로 펼쳐진 옥빛 바다가 눈을 시리게 한다.

이 절벽과 촛대바위에 얽힌 슬픈 전설 한 토막. 본토에서 쫓겨온 한 장수를 연모하던 여인이, 그가 떠나자 이곳에서 뛰어내려 죽은 뒤 우뚝 솟은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그 뒤로 여성이 탄 배가 이 해역을 지나다 침몰하는 일이 잦아, 19세기 중반까지 곶 주변의 여성 출입을 금지했다고 전해온다.

샤코탄 가는 길에 만난 용 닮은 바위.
샤코탄 가는 길에 만난 용 닮은 바위.

샤코탄 가는 길에 만난 바위기둥.
샤코탄 가는 길에 만난 바위기둥.
전망대까지 오가면서 만나는 해안 경치도 볼만하고, 패랭이꽃이며 이질풀꽃·싸리꽃 등 길섶에서 만나는 야생화들도 우리나라와 비슷해 정겹다. 샤코탄 해안에선 촛대바위 등 기암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단, 이곳 경치는 날씨가 좌우한다. 맑은 날씨라야 새파란 하늘과 탁 트인 쪽빛 바다 그리고 에메랄드빛으로 찰랑이는 연안 경치를 만날 수 있다.

소운쿄 협곡에 걸린 100m 안팎 폭포들 장관

차를 몰고 돌아나와 홋카이도 내륙의 관광 거점도시 아사히카와를 거쳐 비에이로 향한다. 아사히카와는 홋카이도 제2의 도시로, 내륙의 관광명소 비에이와 후라노, 동쪽의 아바시리와 시레토코 반도, 그리고 북쪽 왓카나이로 향하는 거점 구실을 한다. 색색의 농작물밭 풍경이 아름다운 비에이와, 여름철 라벤더 등 꽃밭 언덕으로 이름난 후라노도 멀지 않다. 비에이의 전망대에서 만난 구릉지 풍경은, 꽃은 지고 일부 농작물은 수확을 마친데다 날씨마저 흐려 아쉬웠다. 일부 초록 밭과 수확을 앞둔 드넓은 옥수수밭이 남아 있다.

비에이 신에이 언덕 전망대.
비에이 신에이 언덕 전망대.
홋카이도 비에이 블루리버 다리에서 바라본 흰수염폭포.
홋카이도 비에이 블루리버 다리에서 바라본 흰수염폭포.
비에이 ‘블루리버 다리’에서 부챗살처럼 퍼지는 모습으로 30여m 절벽을 타고 쏟아져내리는 흰수염폭포를 감상하고, 주상절리 협곡으로 이름난 다이세쓰국립공원의 중심지 마을 소운쿄를 찾아갔다. 흰수염폭포도,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이 이름난 다이세쓰산(대설산) 자락 소운쿄 협곡 물길도, 최근 태풍이 몰고 온 폭우로 물빛이 탁해진 모습이다. 24㎞에 이르는 소운쿄 협곡의 중간쯤에 자리한 소운쿄 마을은 다이세쓰 산행과 구로다케 산행의 중심지인 온천·숙박 마을이다. 원주민 아이누족이 이곳을 ‘신들이 노니는 마당’(카미 민타라)이라 불렀을 정도로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흐린 날씨로, 삭도(로프웨이)를 타고 올라 시작되는 구로다케 전망대 산행을 포기하고, 거대한 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아름다운 긴가폭포(은하폭포·높이 118m)와 류세이폭포(유성폭포·높이 74m)를 찾았다. 바위절벽을 타고 실타래처럼 흘러내리는 긴가폭포는 여성폭포,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류세이폭포는 남성폭포로 불린다. 주차장 뒷산 나무데크를 따라 15분쯤 걸어 쌍폭대에 오르면, 두 폭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두 폭포 모두 ‘일본의 폭포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신들의 마당’ 주상절리 협곡에
람사르 습지·운하·유리공예 등
풍부한 먹거리·볼거리·생각거리
대형항공사 70%값이면 즐겨

소운쿄 협곡의 긴가폭포(은하폭포).
소운쿄 협곡의 긴가폭포(은하폭포).
다이세쓰국립공원 소운쿄 다이세쓰호텔의 노천탕. 사슴 노니는 모습을 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다이세쓰국립공원 소운쿄 다이세쓰호텔의 노천탕. 사슴 노니는 모습을 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탐방로 걸으며 원시 습지 감상 구시로습원

일정상 마슈호·굿샤로호·아칸호 등 물빛·경치가 두루 아름다운 호수들로 이름난 아칸국립공원을 스쳐 지나, 일본 최대규모 습지이자 대표적인 ‘람사르 습지’(습지 보호를 위한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인 구시로습원으로 향했다.

1929만㎡에 이르는 전체 면적의 70%가 저층 습지로, 1억년 전부터 수천만년 동안 바닷물이 드나들며 형성됐다고 한다. 600여종의 식물, 170여종의 동물, 그리고 1150종의 곤충이 살아가는 때묻지 않은 원시 습지다. 습원 서남쪽 도로변의 온네나이 방문자센터(구시로습원군락지)를 통해 습지 일부를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탐방 코스는 1㎞에서부터 2㎞, 3㎞, 10여㎞까지 다양하다. 광대한 습지 전모를 감상하려면, 역시 도로변에 있는 북두전망대(무료)나 구시로습원전망대(1인 570엔)를 찾으면 된다. 구시로습원전망대 전시관에서 구시로습원의 발달 과정과 서식하는 동식물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동쪽에도 습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소오카전망대가 있다.

구시로습원 온네나이 방문자센터 쪽의 탐방로 입구.
구시로습원 온네나이 방문자센터 쪽의 탐방로 입구.

구시로습원.
구시로습원.
구시로습원에서 해안·내륙 국도를 번갈아 타며 오비히로와 토마무(도마무)를 거쳐 삿포로로 돌아왔다. 아쉬웠던 건 토마무 호시노리조트 뒷산 ‘운카이테라스’에서 감상하는 거대한 구름바다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른 아침마다 계곡을 타고 넘어 흐르는 운해가 장관을 이루는 곳인데, 최근 태풍과 홍수로 폐쇄돼 포기해야 했다. 리조트 쪽은 조만간 시설복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홋카이도/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구시로 시장의 해산물센터 회덮밥 매장.
구시로 시장의 해산물센터 회덮밥 매장.


홋카이도 여행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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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인 제주항공은 인천~삿포로 구간을 주 7회 운항한다. 2시간15분 소요. 제주항공은 11월30일까지 일본 가을여행 특가 행사를 진행한다. 편도 기준 인천~삿포로 8만8000원, 인천~오키나와 7만8000원, 인천~후쿠오카 5만8000원, 부산~후쿠오카 5만3000원, 인천~오사카 6만8000원, 인천~도쿄(나리타) 7만8000원부터(유류할증료 등 포함). 할인 항공권 예매는 9월26일까지 제주항공 누리집(www.jejuair.net)과 모바일 앱, 웹에서만 가능하다.

렌터카는 예약을 하면, 신치토세공항 국제선 1층에서 수속을 한 뒤 별도 주차장에서 차를 받을 수 있다. 주차장까지 왕복버스를 운행한다. 타비라이 렌터카(kr.tabirai.net/car/#)의 경우 경차는 1일 5000엔부터(소비세, 한국어 내비게이션, 면책보험 포함) 이용할 수 있다. 현지 주유소의 휘발유 1리터당 가격은 114엔 정도로 한국보다 약간 싼 편이다.

일본은 고속도로 통행요금이 비싸다. 하지만 렌터카 예약 때, 외국인(일본 이외의 여권 소유자)만 이용할 수 있는 ‘홋카이도 익스프레스 패스’를 구입하면 큰 부담 없이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1일권 1800엔, 2일권 3600엔, 3일권 5100엔, 4일권 6200엔, 5일권 6700엔 등 여행 일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홋카이도 먹거리로는 느끼한 맛이 덜한 된장 베이스의 삿포로라멘(홋카이도라멘), 철판에 양고기와 숙주나물 등 야채를 함께 얹어 익혀먹는 징기스칸, 털게·대게·킹크랩 요리 등이 유명하다. 도시마다 초밥 골목과 선술집 골목이 있어 어디서든 육해공의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숙박업소에서 내놓는 조식 뷔페에서도 갖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숙소는 지역과 수준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하지만, 어느 곳이든 객실당 요금이 아닌 1인당 요금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대부분 요금에 조식이 포함돼 있다. 삿포로의 ‘도미 인 삿포로 프리미엄’ 1박 1인당 약 12만원(조식 포함), 소운쿄 ‘호텔 다이세쓰’ 1박 약 12만원부터(조·석식 포함), 토마무의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 약 15만원부터(조식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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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