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도시의 생명을 잇다> 제인구달, 최재천 교수님과의 데이트 과감한 과학행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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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때, 제인 구달 박사님께 아주 푹 빠져서 책이나 뉴스, 사진 등을 열심히 찾아보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오춘기(?)를 겪던 내게 여러 '동물'에 대한 생각들을 심게 했고 내가 수의대로 진학하는 데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는데, 그런 제인 구달 박사님이 이번에 강연회를 하신단 소식에 냉큼 가게 되었다.

 

일시: 20121115() 16:00~18:00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1층 강당

주제: 꿀벌, 도시의 생명을 잇다

강연: 제인 구달 (기조강연, 동물학자·인류학자), 최재천 (본강연, 이화여대 교수)

 

제인 구달 박사님의 기조 강연과 최재천 교수님의 본 강연으로 이루어진 오늘 행사는, 준비된 좌석이 모자라 서서 보는 사람들도 많았을 정도로 엄청난 열기를 띠었다.

직접 본 제인 구달 박사님의 첫인상은 왕성히 활동 중인 환경운동가보다는 친숙한 옆집 할머니셨다. 하지만 강의가 시작되자 모두 숨소리도 죽인 채 강연에 귀 기울이고, 나 역시 어느새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고 있었다.(물론 영어라서 귀 기울였다고 다 알아들은건 아니지만...미국식 영어라면 더 잘 알아들었을 거라 믿는다 ㅜㅜ)

 

강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려 했는데(진짜로), 이미 기사가 잘 올라와서 링크로 대체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1152239515&code=940701 [경향신문]

 

박사님의 침팬지식 인사(~우우우)에 이은 도시에 사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박사님은 현재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자연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그래서 자연과 인간이 다시 가까워지는 것이 우리의 영혼에 필요한 일이라며, 그 실례로 시카고에서 한 녹지실험을 예로 들었다.

시카고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두 지역을 골라서 한 지역에는 창틀 틈 등 최대한 많은 곳에 녹지를 조성하는 실험을 했다. 6개월 후 조사를 해보니 녹지를 조성한 지역 사람들의 폭력성과 범죄율이 매우 많이 줄었다”는 것.

또한 서울을 예시로 들며 서울의 남산도 고립되어 있다. 남산과 다른 산을 잇는 녹지 조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박사님이 지금 식물에 초점을 맞춰서 활동 중이라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실 제인 구달하면 침팬지가 생각나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뿌리와 새싹이라는 모임을 통해 세계 132개국에서 식물 심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한다.

1년에 300일 이상을 여행을 다니시는 와중에 틈틈이 책도 쓰고 있다고. 자신이 지금까지 동물 책을 많이 썼더니 식물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고 한다. “우리 얘기도 책으로 써줘

박사님 강연의 끝 맺음말이 인상 깊었기에 여기에 써 둔다.

자연은 우리가 기회만 주면 반드시 되돌아 옵니다. 희망의 레시피는 인간의 지능과 의지, 그리고 자연의 끈기입니다.”

 

추가로 TED에 있는 제인 구달 박사님의 강연 중 하나를 추천 해본다.

http://www.ted.com/talks/lang/ko/jane_goodall_on_what_separates_us_from_the_apes.html

 

구달 박사님의 기조 강연 후, 최재천 교수님의 본 강연이 이어졌다. 솔직히 나는 최재천 교수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다윈쟁이’(?)라거나 사대강 사업을 맹비난하여 핍박받았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는데, 강연을 듣고 나니 다양한 시도들도 해보시고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분이셨다.

심지어 교수님 소개멘트가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의 석학’, 우리 과감이 추구하는 것이지 않은가.

 

강연 역시 재미있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얘기는 생물다양성 고갈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1/3 이상은 벌이 우리에게 제공해 준 것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벌은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우리나라 토종벌의 90%가 이미 폐사되었고 미국 36개주에서 벌집 군집 중 3분의 1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노력해서 현재의 벌의 생태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인간도 바로 그 영향권에 들어 온다는 것, 그리고 이 얘기가 비단 벌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와 닿았던 표현이 있다. 자연계는 언제 어떤 이유로 무너질지 모르는 젠가 게임과 같아서 어떤 생물종이 빠지면 그 효과가 어떨지 상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

우리가 당장 눈 앞의 손실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금까지 살아오던 방식을 고수한다면, 언젠간 이미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좋은 강연을 듣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도록 해주는 하루였다.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슨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냐란 얘기도 많지만, 동물과 진정으로 함께 살아갈 때 인간도 비로소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거라 생각한다.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로 과감할지 기대하며 오늘의 일기 끝!

 

                                                                                                             IMG_2099.jpg 과감 /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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