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일본이 평양을 폭격하는 날 국제안보

작년 12월 미국의 F-35 전투기를 자국에서 조립생산한다고 발표한 직후 내친김에 일본 정부는 나토 회원국 또는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 일본 무기를 수출할 수 있도록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한국이 F-35를 선정하기만 하면 일본은 한국에 전투기 부품 기지가 될 수도 있다.

일본은 올해 4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족쇄를 벗고 대륙간 탄도탄을 개발하기 위한 로켓의 대기권 재진입 시험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이 조성되면 우리 서해에 자위대의 이지스함을 파견한다는 발표도 나왔다. 올해 6월 “국가안전보장에 이바지”하기 위해 원자력을 개발한다는 ‘원자력규제위원회 설치법’을 일본 중의원이 통과시켰다. 걸핏하면 핵과 미사일 무장을 예고하고 당당히 무기 수출을 추진하겠다는 일본에게 평화헌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한반도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군대를 파견하여 자국민을 보호하고, 북한의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한국군과 합동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통일된 한반도는 과거 1차 세계대전의 배경이 된 통일독일의 출현과 유사한 위협이라는 게 일본의 인식이다.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것은 일본이 군사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명분이기 때문에 그들은 한국의 보수우익과 연대하여 강압적인 대북정책을 통해 한국을 대륙으로부터의 위협을 차단하는 방파제로 삼으려 한다. 즉 분단은 더 고착되는 것이다.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A’
이런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이 한국 안보와 더 나아가 통일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이 청와대, 총리실, 국방부, 외교부에 득실득실하다. 그들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데 얼마나 자신감이 없었으면 일본까지 끌어들였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에 한반도 문제 개입의 명분과 발언권을 높여주는 것은 우리의 안보를 증진하는 것과 관련이 없다. 일본과 군사협정을 체결하려다 들통이 나자 “절차가 잘못되었지 군사협정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가소로운 변명을 펼쳐놓는다. 자신들이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의 환생, 즉 현대적 개화파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한-미-일 3국이 밀실에서 진행했다. 미국의 군사력이 약화됨에 따라 일본이 그 공백을 메우고 한국이 그 뒤를 따라가기로 밀약이 있었던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4년 전부터 은밀히 논의되던 한-일 준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미사일로 북한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한국은 이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하거나 고마워하는 그런 한-미-일 삼각동맹이 최종 목표다. 이미 이들이 일본의 군사위성과 이지스 구축함이 한국의 안보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를 피력하는 동안 우쭐해진 일본이 북한 폭격을 가정한 작전계획을 수립하지 말란 법도 없다.

태평양의 림팩 해상훈련에서는 우리 해군이 일본 지휘관의 작전통제를 받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사일 방어에 대한 한-미-일의 공조가 깊숙이 논의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제 일본은 평화헌법의 국가가 아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를 실현하는 아시아의 행동대장이자 군기반장이다. 일본이 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원해 북한에 체벌을 가하는 징벌자로서 얼굴을 드러내려고 하고, 우물쭈물하다가 국권을 상실한 100년 전의 무능한 왕조는 지금 서울에서 부활하고 있다. 자주적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지 못한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국가의 운명을 미국과 일본에 아웃소싱하고 말았다. 이제 우리는 의병이라도 일으켜야 할 판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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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