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영화제 미리보기 - 부서진 달 환경칼럼

부서진 달 The Broken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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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9일(목)부터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제 15회 인권영화제 (나와 당신의 거리)가 시작됩니다.
5월 20일(금) 4시 40분에 방영될 '부서진 달'을 미리 보았습니다.
은 인권영화제 안내 책자에 소개될 글입니다. 

인권영화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www.sarangbang.or.kr/hrfilm/


세상에 나고 보니 히말라야 유목민의 삶이었다. 그것도 계곡을 건너면 강물이 흐르고, 초원이 펼쳐지고, 양떼가 풀을 뜯는 풍요로웠던 히말라야가 아니다. 그런 풍경은 이제 여행사진이나 화보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히말라야가 이상하다. 겨울은 견딜 수 없이 혹독하다. 물은 모두 말라버렸고, 양떼를 몰고 하루 종일 걸어도 풀 한포기 구할 수 없으며, 강한 직사광선에 아이들은 피부병을 앓고 있다.

아버지는 흔적만 남은 말라버린 강어귀에 앉아 혼잣말처럼 되뇐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건 정말 이상하다.” 아픈 자식이 있는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곳에 살고 싶지 않다. 나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나는 이곳을 떠날 것이다.” 라고. 영화 내내 잊히지 않는 장면은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이다. 말로는 대립하는 것 같지만 척박해지는 현실과 서로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몸의 대화였다.

그런 아버지와 아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기도드리는 일 뿐. 하지만 지구 반대편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돈과 소비를 쫓아 살아가는 이들은 엄청난 온실가스를 뿜어대면서도 기도하는 법조차 잊어버렸다. 이들은 도대체 주변을 둘러보는 일이 없다. 지구 대기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이지 자신들의 일상생활이 히말라야의 여린 생명들에게 어떤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지 관심조차 없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섣부른 도움이나 연민이 아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히말라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실을 제대로 아는 일이 중요하다.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이 어떠했는지 영화를 통해 지켜보자.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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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고, 녹색당 당원 이유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