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고 사랑 찾아 몸으로 실천하면 통증 ‘싹’ 이길우 기자의 기찬몸

자연치유 요가 전문가 이경희씨

 

5살 때까지 서지도 걷지도 못하다가

어느 날 기적처럼 일어나 걸었다

 

사춘기 시절엔 지독한 우울증 앓고

20대엔 척추측만증에 시달렸다

 

명상을 하며 어느 순간 환희 느끼고

요가로 스스로 연구해 통증 완치

 

요가의 통증 효과로 박사학위 받고

전통과 현대의학 접목시켜 대체의학

 

“근육 불균형이 통증의 주요 원인”

대학병원에서 임상경험 쌓고 강의도

 

5살 때까지 못 섰다. 걷지도 못했다. 가족들은 안타까워했다. 앉아서 노는 아이의 다리를 잡아당기며 빨리 서라고 기도했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섰다. 걸었다.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뒤늦게 설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싶어했다. 육체적으로는 정상이 됐으나, 이번에 정신적으로 아픔이 깊어졌다. 사춘기 시절, 지독한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의 유혹에 시달렸다.

 20대 중반, 명상센터를 다녔다. 어느 날 명상을 하고 나오다가 새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푸른 하늘의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촉감이 감미로웠다. 난생처음 느끼는 환희였다. 요가와 명상에 몰두했다. 척추측만증으로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목에도 통증이 심했다. 명상을 하며 마음과 가슴이 다름을 발견했다. 마음이 머리로 판단하는 반응이라면, 가슴은 바라보고 느끼는 순간의 진짜 나의 반응이다. 명상은 마음과 시간이 사라진 공간으로 이끌었다. 그 공간에서 사랑을 발견했다. 그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요가였다.

103.jpg » 오십견에서 벗어나려면 두 손을 위로 합장하는 자세가 효과가 있다며 이경희 한국자연치유요가협회 대표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육체 아름답게 유지하고 정신 맑게”

 

 육체의 통증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경희(45·한국자연치유요가협회 회장)씨는 이런 경험을 통해 육체적 통증과 정신적 통증을 함께 치유하는 방법에 몰두했다. 어릴 때부터 심했던 통증이 현대의학적 치료로는 호전되지 않아서 스스로 연구를 하며 완치했다.

 “요가와 명상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불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길은 자신의 육체를 아름답게 유지하는 것이고, 정신을 맑게 해서 자비의 향기를 세상에 풍기는 것입니다.”

 이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 보건학을 공부했다. 목과 어깨의 통증에 요가가 주는 효과로, 국내 보완대체의학 종사자로서는 처음으로 가톨릭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을 접목시킨 대체의학인으로 꼽히는 이유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임상경험이 있는 독특한 경력의 요가지도자이기도 하다. 이씨는 대형병원에서 무작위 임상연구를 하며 현대 의료체계 내에서 요가를 연구했고, 세브란스 암센터 송도암전문병원에서 암환우들에게 자연치유요가를 가르치기도 했다.

 이씨는 명상과 요가를 결합한 자연치유요가를 환자들에게 적용했다. ‘유도된 심상법’(Guided imagery)은 그 가운데 하나다. 우선 호흡명상으로 머리를 비우는 훈련을 한다. 코끝으로 들고 나는 호흡을 바라본다. 호흡을 바라보다가 딴생각이 나면, 그 생각을 보내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온다. 지금은 오로지 몸과 마음만을 바라보는 시간이라고 자각하고, 자꾸 들어오는 생각은 지금의 휴식이 끝난 후에 생각하고 편안한 호흡으로 돌아온다. 내쉬는 호흡이 자각이 되기 시작하면 마시는 호흡보다 내쉬는 호흡을 조금씩 점점 길게 한다.

104.jpg » 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상체만 위쪽으로 돌리면 가슴의 대흉근 이완으로 굽은 어깨를 펴고, 목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다.

 

 “몸 안 치유의 빛 스스로 비추게”

 

 호흡 훈련이 익숙해지면 손안에 집중한다. 손에 대한 집중이 감각으로 연결되면서 손안에 전기자극이나 몽글몽글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손바닥을 서로 모았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다가 손안에 실타래와 같은 것이 연결된다는 느낌이 든다면 손안에 빛이 있다고 상상한다. 그리고 그 양손을 정수리 위에 얹는다. 마치 화로에 열을 쏘이는 것처럼 정수리에 내 손안의 따듯한 기운을 보낸다. 정수리를 통해 숨이 들어가고, 척추 전체에 숨이 들고 나간다고 상상한다. 익숙해지면 척추가 자유자재로 편안하게 움직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내 빛이 어두운 공간 전체를 비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몸 안의 강한 치유의 빛을 스스로 비추는 것입니다.”

 이씨는 손을 뒤로 돌려 합장을 한다. 쉽지 않은 동작이다. 마치 가슴 앞으로 두 손을 모아 합장하듯, 두 손을 뒤로 돌려 견갑골 사이로 합장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오십견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동작이라고 한다. 오십견은 50대에 발병한다고 이름이 붙여졌지만 최근엔 30대에도 발병한다. 어깨 관절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쪽을 파악한다. 한쪽 팔을 올리고, 다른 손으로 어깨를 누른다. 어깨 회전이 어색한 팔은 횟수를 더한다.

 이번엔 양반다리로 앉아 양손을 어깨에 올리고 마시는 호흡에 팔꿈치를 앞으로, 내쉬는 호흡에 팔꿈치를 뒤로 젖힌다. 그다음엔 두 팔을 뒤로 해서 팔꿈치를 잡고 앞뒤로 흔들면 견갑골이 들린다. 바르게 앉아 양손을 등 뒤에서 합장한다. 어깨를 활짝 펴고 합장한 팔꿈치를 앞뒤로 흔든다. 마지막으로 기어가는 자세로 한쪽 팔을 번갈아 쭉 뻗으며 온몸을 이완한다.

102.jpg » 두 팔을 뒤로 돌려 합장한 모습

 

 “본격적 협업…치유요가 역할 커지길”

 척추 통증을 바로잡는 자세로는 구름다리 자세를 권한다. 어렵지 않은 자세이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서, 무릎을 골반 크기로 벌려 양발을 세운다. 두 팔은 발뒤꿈치 가까이 뻗는다. 내쉬는 호흡에 엉덩이를 들어 올린다. 10~20초 유지한 뒤 엉덩이를 내린다.

 “골반은 척추를 받치는 인체의 중심입니다. 골반이 뒤틀리면 허리, 고관절과 다리 통증의 원인이 됩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이나 다리를 습관적으로 꼬고 앉으면 골반은 뒤틀립니다.” 이씨는 만성요통 환자의 80% 이상은 구조적 결함보다는 유연성 저하와 근력 악화가 주원인으로, 요가수련법으로도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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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씨는 근육의 불균형이 통증의 주요한 원인이라며 고무줄에 비유한다. “고무줄 끝에 무거운 것을 매달고 오래 있으면, 무게를 제거하고 난 뒤에 고무줄의 긴장과 탄력이 감소해요. 마찬가지로 근육도 오래 긴장이 계속되면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인체는 노화가 진행될수록 자세의 편향이 심해진다고 지적한다. 젊은 시절 머리가 약간 앞으로 기울면 나이가 들수록 기운 자세의 기울기가 심해지면서 단단함을 막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차의과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에서 자연치유요가와 심신의학을 강의하고 있는 이씨는 “이제는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이 본격적으로 협업을 해야 할 때”라며 “교육을 제대로 받은 치유요가 지도자들이 학교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요양병원 등에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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