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참여수업 가보니 아빠 수두룩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IMG_4833.JPG » 아빠와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민지.

 

토요일 오전 8시, 평소 같았으면 이불 속에서 뭉그적거리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평소 입지 않던 원피스를 곱게 차려 입고 예쁘게 화장도 했다. 어린이집에서 참여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부모가 직접 참여해 둘러보는 날이었다.

 

전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남편은 오전 9시가 되도록 눈을 뜨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남편을 그냥 놔두고 갈까 하다 남편이 딸에게 부모참여 수업에 꼭 가겠다고 약속한 것이 생각나 서둘러 깨웠다. 부모참여 수업 때 아이들은 부모들 앞에서 율동도 선보이는데, 민지는 일주일 내내 율동 연습을 너무 열심히 했다. 엄마 아빠에게 율동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집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또 엄마 아빠에게 율동 잘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예뻐 남편과 나는 설레는 맘을 안고 어린이집에 들어섰다.


 
민지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들어선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들이 모두 참석했기 때문이다. 거의 100%에 가까운 참석률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수업에 동참했고, 아빠들은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프렌디’(freindy, 친구 같은 아빠)가 대세인 걸 알고 있었지만, 어린이집 참여수업에서 그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IMG_4835.JPG » 어린이집 참여수업에 많은 아빠들이 참여했다. 많은 아빠들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참여수업은 엄마 아빠와 케이크 만들기, 아이들 율동 자랑, 영어와 음악(코앤코 뮤직) 시간 함께 하기 순으로 진행이 됐다.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과 케이크를 예쁘게 만들고, 아이들이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활짝 웃었다. 영어 수업 시간이 어떻게 진행 되는지도 보고,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악기를 두드리며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어떤 아빠는 피곤해 보였고, 어떤 아빠는 어색해 보였고, 어떤 아빠는 신나 보였다. 아빠들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보였다.

 

담임 선생님께 아빠들의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더니 최근 4~5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해줬다. 담임 선생님은 어린집 교사 경력이 꽤 길다. 과거에는 참여수업을 한다고 하면 할머니나 엄마 위주로 참석했다면, 요즘엔 엄마 아빠 모두 참석하는 것이 대세하고 전했다.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토요일날 참여수업이 있으면 대부분의 아빠들은 참석하고, 최근 들어서는 육아에 대해 아빠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아빠가 직접 전화해서 문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IMG_4122.JPG » 참여수업 온 부모님들 앞에서 율동하는 아이들.


 
그날 참여수업에 온 아빠들이 평소에 얼마나 육아에 동참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그날 참여수업에 온 아빠들은 아이들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는 것 같았고,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높아보였다. 남편 역시 많은 아빠들이 온 것을 보고 많이 놀라는 모습이었다. 혹시나 혼자만 참여수업에 가는 거 아닌가 하고 갔는데, ‘안왔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생각을 했단다. 어린이집 참여수업을 앞두고 있는 아빠들이여, 혹시라도 참여수업 갈까 말까 망설인다면 안가시면 후회할 것이다. 요즘엔 아빠들이 함께 참석하는 것이 대세이기 때문에, 아빠가 참석하지 않으면 자칫 아이가  ‘우리 아빠만 안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부 어린이집은 참여수업을 주중에 한다고 한다. 주중에 하면 직장에 다니는 엄마 아빠는 참석 하기가 어렵다. 어린이집 참여수업이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이해시키는 목적이라면 주중보다는 토요일에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보다 많은 부모들이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수업에 가서 딸이 선생님, 친구들과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 각종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됐다. 내가 복직한 뒤로 반일반에서 종일반으로 이동했는데 선생님께서 오히려 더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훨씬 안심이 됐다.
 

 

양선아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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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