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 수컷의 짝짓기 유혹…가슴 크게, 더 크게 윤순영의 시선

여러 수컷이 암컷 에워싸고 '내 가슴 어때요?' 간택 애원

다양한 겨울철새 쫓는 불법 낚시꾼…"도심공원에 새 먹이 유실수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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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기를 맞아 화사하게 단장한 원앙 수컷. 천연기념물 제 327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의 보호종이다.

 

지난 1월26일 서울의 도심을 관통하는 중랑천 주변의 새를 찾아 나섰다. 중랑천은 한강으로 흘러드는 그나마 자연성을 간직한 하천으로, 전체 길이 약 36.5㎞ 가운데 서울 관내에 19.38㎞가 위치하며 평균 하폭은 150m인 제법 큰 물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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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중랑천하류  .

 경기도 양주, 불국산에서 발원하여 시의 장암동을 거쳐 서울특별시 성동구의 성수교 부근에서 한강과 합류하는 하천이다. 경기도에 소속된 중랑천은 지방하천으로 분류되지만, 서울특별시에 접어들면 국가하천으로 등급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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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에는 도심 하천이라고 믿기기 힘들 만큼 다양한 새들이 몰려든다.

 

제법 다양한 새들이 엄청나게 크게 들리는 전철과 자동차 소음, 그리고 빈번하게 오가는 산책인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화롭게 놀고 있다. 도시 속에서 이 정도는 학습한 결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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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하류 너머로 한강을 가로지르는 동호대교와 한남대교가 멀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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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가  크고 넓쩍하여 물을 걸러 먹이를 먹는 넓쩍부리오리.

 

산책하는 사람들마다 작년보다 새들이 많이 찾아 왔다고 즐거워한다. 눈에 보이는 물새들만 꼽아도 넓적부리, 고방오리, 댕기흰죽지, 흰죽지, 민물가마우지, 청머리오리, 황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열 손가락을 거의 꼽는다.  이곳에서 친근하지만 귀한 새인 원앙 70여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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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서 크게 날갯짓을 하며 몸단장을 하는 고방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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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뒤에 댕기와 노란 눈이 특징인 댕기흰죽지 부부의 다정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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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광택 , 꼬리가 길어서 날 때 다리 뒤로 꼬리가  길게 나오는 민물가마우지 한강에 텃새로 정착하는  무리가 늘고 있다.

현재 김포시 월곳면 보구곳리 한강하구 유도에서  번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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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비늘무늬 깃털과 녹색 빛 머리의 노란 엉덩이가 특징인  청머리오리. 

 

이미 새들은 번식을 맞은 채비가 돼 있다. 암컷 원앙 한 마리에 수컷 원앙이 화려한 색체를 뽐내며 주변에 몰려 암컷에게 간택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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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나온 암컷 원앙 한 마리가 수컷 원앙들에 싸여 있는 모습   번식  본능의  경쟁이 치열하다.

 

암컷이 지나가면 수컷은 앞가슴을 부풀려 더 크고 멋지게 보이려고 애를 쓴다. 이미 암컷을 차지한 수컷은 암컷을 지키는 일이 힘들고 피곤해 보이지만, 그래도 짝을 찾지 못한 원앙보다는 행복한 것이 분명하다.

크기변환_SY3_9726.jpg ▲암컷 원앙이 옆으로 걸어 가자 가슴을 마음 껏 부풀려 자태를 과시하며  관심을 끌려하는 원앙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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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 속에서도 암컷을 에워싸는 수컷들의 모습이 흔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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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을 맺은 원앙 부부의 여유로운 산책. 수컷 원앙의 화려한 색채가 번식기 이후 암컷 색과 같지만 암컷은 부리가 검고 수컷은 부리가 붉은 차이가  있다..

 

크기변환_SY3_9126.jpg '어쩌면 이렇게 잘 생겼을까.' 물위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는 수컷 원앙. .  

 

아쉬운 것은 새들이 쉬고 먹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수변 공간을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을 야박하게 독차지하지 말고 야생동물과 공유한다면 오히려 지친 마음을 달래고 여유로움을 얻는 혜택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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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원앙이 고개를 들어 암컷에게 다가 오는 다른  수컷 원앙의  접근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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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모양의 주황색 셋째 날개 깃이 위로 솟아 돛단배를 연상케 한다.

 

낚시금지 안내문이 있어도 무시하고 그나마 새들이 쉴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가 하루 종일 낚시를 하는 모습도 눈에 보인다. 자연을 배려하지 않고 그저 자연으로부터 무언가를 얻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야박한 처사 같았다. 어제와 달리 새들의 활동이 불안해 보이고 눈치만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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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금지를 무시하고  새들의 쉼터를 점령한 낚시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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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들에게  밀려  새가 떠난 자리는 황량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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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금지 구역에 들어가 불까지 피우는 낚시꾼들.



저녁 무렵 올림픽공원에 황여새와 홍여새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1986년에 완공한 면적이 13만㎡가 넘는 큰 공원이다.

크기변환_SY1_8578.jpg▲올림픽 공원내 몽촌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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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 산책길.

 

원래는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와 1988년 서울 올림픽대회를 목적으로 건설되었으나, 지금은 체육·문화예술·역사·교육·휴식 등 다양한 용도를 갖춘 종합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 넓은 땅에서 자연에 대한 배려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보기 좋고 걷기 좋은 인위적인 자연을 흉내 냈을 뿐, 야생동물이 머물고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인 공간은 거의 없었다.

크기변환_SY2_8971.jpg ▲산수유  열매.

크기변환_SY3_0188.jpg열매를 먹는 직박구리. 씨끄럽게 울고 파도 모양을 그리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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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지빠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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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등이 진홍색인 양진이.

 

야생동물을 위한 배려를 한다면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원이라도 쉽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덴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나마 산수유 나무 삼십여 그루가 산책로를 따라 빨간 열매를 떨구지 않고 겨울을 지내고 있어 새들이 날아들고 있었다.  다행스런 일이다. 산수유는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이다.

크기변환_SY3_0209.jpg 통나무 기둥에 앉아 여유로움을 보이는 콩새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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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가 두터운 콩새 수컷, 낙옆을 들춰 먹이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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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옆으로  지나 가자 바로 경계하는 콩새 암컷 ,수컷 보다 색이 연하다.


콩새, 박새, 홍여새, 황여새, 양진이, 직박구리, 노랑지빠귀, 흰지빠귀, 박새, 쇠박새 등 다양한 새들이 많은 산책인들의 눈치를 보며 높은 나무 가지에 앉아 있다가 안전한 틈을 타 산수유 나무로 달려들고, 먹이를 먹은 뒤 다시 날아가는 행동을 반복했다. 사람 때문에 먹이를 먹는 것도 가슴 조이는 긴장의 연속이다.

크기변환_SY3_9876.jpg▲꼬리 끝이 빨간 홍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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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새의 뒷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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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떨어진 산수유  열매를 먹고 있는 홍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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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끝이 노란 황여새 산수유를 부리에 물고 주변을 살핀다.

 

 공원이나 정원에는 열매를 맺는 나무나 씨앗이 많이 달리는 식물을 심는 일이 흔치 않다. 이제는 새들이 풀씨와 열매를 먹을 수 있는 한 그루라도 심는 배려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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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물고 쨉싸게 달아나는 황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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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떨어진 산수유  열매를 먹고 있는 황여새. 

 

환경을 지키고 보전하는 일이 어려울 것 같지만 해법은 늘 일상 속에 들어 있다. 머지않아 식목일이 다가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동네마다 있는 공원에 새들이 먹이로 이용할 수 있는 나무를 한 그루라도 심으면, 삭막하던 공원에 새들이 모여들어 어느덧 자연공원으로 탈바꿈하는 기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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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이사장

http://www.crane1000.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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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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