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서울에 머문 이달 중순에 국방부 직속의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이 작년 대선에서 야당을 비난하는 조직적인 댓글 작업을 했다는 뉴스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국정원과 국방부 최정예 엘리트 심리전 요원들의 주된 활동은 북한과 야당을 싸잡아서 욕을 퍼붓는 데 맞추어져 있다. “얼마나 창의적으로 상대방을 모욕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댓글 전쟁’을 주된 심리전의 영역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댓글 달기는 심리전이라기보다 그 변종인 사보타주, 즉 ‘폭동 일으키기’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우선 북한에 대해서는 내부 봉기를 촉진하는 ‘북한 불안정 사태 조장하기’에 해당된다. 또한 야당이 집권을 할지도 모르는 정치체제에 대한 조직적인 흔들기이자 심리적인 폭동을 획책함으로써 정치체제를 파괴하는 행위다. 여기에는 북한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 조장, 북한과 야당의 이미지 일체화, 창의적인 모욕과 조롱이 주종을 이룬다. 독일이 했던 심리전과 반대 방향이다.
그런데 보수정권이 이런 심리전 활동이 대중들에게 먹혀든다고 믿었던 이유는 뭘까? 존 미어샤이머는 <리더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라는 책에서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지도자들이 공포 조장에 나서는 것은 자신들이 대중은 인식하지 못하는 국가 안보상의 심각한 위협을 파악했다고 생각할 때, 또 직설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로는 그 위협을 대중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라는 것이다. 이때 리더는 거짓말을 하거나, 국가기관이 자신의 존재를 은폐한 채 선동에 참여하는 일종의 ‘회색선전’이 나오게 된다. 국정원과 국방부가 보여준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전제국가보다 민주국가에서 주로 나타난다. 대중은 우매하기 때문에 외교안보 정책결정에서 장애물이 된다. 이런 대중을 대상으로 심리적인 ‘겁주기 캠페인’으로 공포가 조장되면 국방비를 증액하기가 수월해지고 북한에 강압적인 정책을 펼치기가 수월해지며 덤으로 야당의 집권도 방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항상 국가의 뼈아픈 손실로 이어졌다. 언젠가 대중이 조작된 여론의 정체를 깨닫게 됐을 때 국가기관의 신뢰는 실추되고 진실도 전달되지 않는 사회적 공황이 초래된다. 남북관계 역시 그들이 바라던 바대로 치명상을 입고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진다. 이를 염려했는지 국방부는 지난 14일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종료되고 난 후에도 밤늦게까지 대책회의를 했다. 이미 댓글을 달던 요원들을 빼돌리고 일부 댓글을 삭제하는 등 은폐활동을 하고 또 다른 거짓말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으로도 안되면 그들은 북한에 대한 공포 조장에 더더욱 매달릴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면 우리 사회는 자기 치유능력을 발휘해 민주 헌정을 회복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애초 그들이 획책한 사보타주로 치닫는 심리전 내전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심리전의 목적과 원칙이 다 붕괴되는 불행한 상황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