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를 배제하는 스포츠 생생육아 칼럼

 내 사랑 다엘

배제를 배제하는 스포츠

놀이와 배려 통해 운동이 주는 활력 알아가는 재미

제1193호
 
엘이 참여하는 탁구모임  정은주

 

 

다엘이 또래와 관계 맺기를 어려워했던 이유 중 하나는 스포츠 활동에 있었다. 다엘의 학교 남학생들은 야구와 축구에 몰입해 틈나는 대로 함께 운동하며 어울렸다. 다엘도 참여하려고 몇 번 시도했으나 통 끼지 못하는 걸 보고 운동엔 아예 소질이 없나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다엘이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혼자 힘으로 능숙하게 타는 걸 보면서 운동감각이 떨어지지 않음을 알게 됐다. 그러면 왜 팀 스포츠에 끼지 못하는 것일까? 사회성이 부족한 엄마 탓인가? 야외활동을 충분히 못해서 운동을 회피하게 된 걸까?

 

탁구에 재미를 느꼈다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면서 한 가지 이유를 알게 됐다. 저학년 시절 다엘은 대근육(몸의 가슴, 등, 팔, 어깨, 복부, 허리, 하체, 종아리 등 큰 부위의 근육) 발달이 늦어 달리기가 능숙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팀 운동 참여가 어려워서 점차 다른 아이들과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더 이상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달리기도 잘하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운동에 접근할지가 중요했다.

 

청소년 농구교실에 데려가봤지만 다엘은 긴장만 잔뜩 하고 선뜻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러던 중 희소식이 들렸다. 다엘의 학교 아빠들이 아이들과 탁구모임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모임 명칭은 ‘놀자go’. 지금 당장 아무 생각 없이 놀자는 뜻이란다. 다엘의 아빠가 동행해 처음 참석한 날 아이는 의기양양하게 귀가했다. 탁구가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학교 아빠들이 돌아가며 다엘에게 탁구를 가르쳐줬다. 그날 친구 아빠가 휴대전화로 보내준 문자 내용은 이렇다. “다엘이 탁구를 잘하더군요. 몇 주만 더 배우면 게임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심한 배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사 시절 늘 만나던 광경은 남학생들이 쉬는 시간에도 쉴 새 없이 운동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여학교 운동장은 점심시간에도 텅 비어 있었다. 원래 여아들의 운동감각이 떨어져서 그럴 리가 없다. 사회화 과정에서 그들의 활동을 억제하는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진 탓일 것이다. 나 역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둔한 운동신경을 타고났다는 확신으로 러닝머신에서 뛰는 것 외에는 어떤 운동도 하지 않았다.

 


자전거타기가 준 에너지

 

그러나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내 몸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활력소를 만들어내는 주체임을 알게 된 것이다. 다엘의 아빠는 어린 시절 유난히 힘들었던 가정환경 속에서도 축구에 몰두하면서 빗나가지 않고 컸다고 말하곤 했다. 스포츠가 주는 힘은 상상 외로 크다. 일상의 운동도 그렇지만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활약을 보며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 누나에게 열광했던 꼬마 다엘이 이제 10대가 되어 평창겨울올림픽을 맞는다. 스포츠가 주는 화합의 메시지와 새로운 생기를 기대한다.

 

정은주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웰다잉 강사

(* 이 글은 한겨레21 제 1193호(2018. 1. 1)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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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딸이 뇌종양으로 숨진 후 다시 비혼이 되었다. 이후 아들을 입양하여 달콤쌉싸름한 육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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