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로나’ 와중에도 부의 격차는 멈추지 않았다 사회경제

wealth1.jpg » 미국의 대표적 억만장자들. 왼쪽부터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제프 베이조스. 미국정책연구소 웹사이트서 인용

미 싱크탱크 보고서 ‘수지맞은 억만장자’

미국인 2200만명 일자리 잃는 동안

최상층 부자 자산 2820억달러 늘어


코로나19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지구와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부의 불평등도 그 가운데 하나다. 삽시간에 전 세계 200여개국으로 번져간 팬데믹에 직면한 인간은 모두 같은 배를 탄 운명공동체일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존의 경제 활동이 일시에 중단되면서 가진자와 없는자의 차이는 오히려 더욱 극명해지고 있다.   행진은는자는 코로나19로 생계가 더욱 막막해진 반면, 가진자는 새로운 부의 증식 기회를 거머쥐고 있다.

‘주식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이런 현상을 고발한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의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가 최근 발표한 `2020 수지맞은 억만장자'(Billionaire Bonanza) 보고서에 따르면, 3월18~4월10일 3주 동안 미국에서는 2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2820억달러(약 345조원)나 증가한 3조2290억달러(약 4000조원)가 됐다. 수익률로 따지면 거의 10%에 이른다. 4월22일까지 기간을 넓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이 기간 중 실업자 수는 26000만명 늘고,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3080억달러(377조원)로 10.5% 늘었다. 코로나19가 빈부격차 노출을 넘어 빈부격차 심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wealth2.jpg » 미국의 억만장자 중 상당수는 팬데믹 와중에서 오히려 자산이 급증했다. 정책연구소 웹사이트서 인용

베이조스, 올들어 250억달러 껑충…“같은 배를 탄 척하지 말라”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세계 최고 부자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자산은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9.99% 하락한 3월12일 `검은 목요일'에 1050억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4월15일 현재 그의 순자산은 지난 1월1일 대비 250억달러(30조7천억원) 늘었다. 보고서는 이는 2018년 온두라스 국내총생산(GDP) 239억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화상회의 플랫폼 업체 줌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에릭 유안(Eric Yuan)은 증시가 곤두박질칠 때도 자산이 늘어났다. 지금까지 늘어난 자산이 26억달러(3조2천억원)에 육박한다. 연구소는 이들을 `팬데믹 폭리자'(pandemic profiteers)로 명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10일까지 미국 최상층 부자 170명 가운데 34명은 자산이 수천만달러씩 늘어났다. 특히 베이조스, 유안과 맥킨지 베이조스(베이조스 전 부인), 스티브 발머(마이크로소프트), 존 앨버트 소브래토(실리콘밸리 부동산 업체), 일론 머스크(테슬라), 조슈아 해리스(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로코 코미소(미디어컴) 8명은 10억달러 이상 치솟았다.

연구소에서 불평등 및 공동선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척 콜린스(Chuck Collins)는 보고서에서 "우리는 자애로운 억만장자가 위기에 처한 인류를 위해 자기 자산의 0.0001%를 나누는 이야기를 읽고 있다"며 "그러나 사실 그들은 수십년간 세법을 흔들어 공중보건 인프라 구축에 쓰였을 수도 있는 세금을 줄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에서 “진정 우리는 취약한 층과 보호받는 층, 건강보험이 있는자와 없는자, 대중교통 이용자와 개인제트기 이용자, 현장 노동자와 안락한 집(또는 요트)에서 원격출퇴근하는 자 사이의 뚜렷한 사회경제적 차이를 목격하고 있다”며 억만장자들을 향해 “같은 배를 탄 척하는 짓을 멈추라”고 쏘아붙였다. 미국 억만장자들의 자산 증가 규모는 1990년 이후 30년 사이에 1130%나 된다. 이는 같은 기간 중위층의 자산 증가율 5.36%보다 200배 이상 많은 것이다. 반면 1980~2018년 사이에 억만장자들이 납부한 세금은 자산 대비 비율로 79%나 감소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wealth3.jpg » 드림웍스 창업자인 미국의 억만장자 데이비드 게펜(David Geffen) 소유의 초호화 요트 ‘라이징 선’. 그는 3월말 바이러스를 피해 `라이징 선'으로 자신을 격리시켰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의 자산은 4월27일 현재 포브스 집계 기준 81억달러로, 억만장자 순위 199위에 올라 있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은 비공개 상태로 전환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중산층, 금융위기 상처 안은 채 ‘코로나19’ 소용돌이로

 

보고서는 또 억만장자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입은 손실을 만회하는 데는 30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0~2020년 사이에 미국의 억만장자 자산은 80.6% 증가했다. 이는 2010~2016년의 미국 가구당 평균 자산증가율 15.1%의 5배가 넘는다. 반면 미국 중산층의 순자산은 2019년까지도 2007년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금융위기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팬데믹 소용돌이에 휘말린 셈이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팬데믹폭리감시위원회를 설치하고 자산 은닉을 방지할 기업투명성법을 제정하는 한편, 10%의 백만장자 긴급소득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지난 4월7일 발표한 포브스의 `2020년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와 포브스·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실시간 순위를 토대로 작성했다. 포브스 리스트에 따르면 올해 세계의 억만장자는 2095명이며, 이 가운데 미국인 억만장자는 614명이다.


출처
보고서

업데이트

6월초까지 11주새 5650억달러 증가, 2100만명 실업

https://www.fastcompany.com/90513689/since-the-pandemic-began-american-billionaires-are-now-more-than-half-a-trillion-dollars-richer?

포브스에 따르면 3월18일~5월19일까지 미국 억만장자 600명 자산 4340억달러 증가/같은 기간 미국인 3800만명 해고

https://www.forbes.com/sites/tommybeer/2020/05/21/the-net-worth-of-americas-600-plus-billionaires-has-increased-by-more-than-400-billion-during-the-pandemic/#3a74dffe4a61

미국 억만장자들의 부 증가 규모

https://www.statista.com/chart/22068/change-in-wealth-of-billionaires-during-pandemic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