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코로나19는 드론 배송에 날개를 달아줄까 우주항공

drone3.jpg » 지에스칼텍스가 2020년 6월8일 제주시에서 시연한 드론 배송. 지에스칼텍스 제공

지에스칼텍스의 제주 드론 배송 시연

지난 8일 오전 제주시 서쪽을 흐르는 무수천 인근 지에스칼텍스의 무수천주유소에서 드론(소형 무인항공기)을 이용한 택배 시연 행사가 열렸다. 드론의 임무는 지에스25 편의점 앱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주유소에서 인근 펜션(1.3km)과 초등학교(0.8km)까지 배송하는 것이었다. 이날 드론이 배달한 물품은 펜션 손님이 주문한 도시락과 음료 세트(3kg), 학생들이 주문한 간식거리(2kg)였다. 왕복 2km 남짓한 거리를 비행하는 데 걸린 시간은 5~6분. 이날 행사를 연 지에스칼텍스의 청사진은 전국에 산재한 주유소를 배송 거점으로 드론 단거리 배송 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당분간 한 달에 한 번씩 드론 시험배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dro0.jpg » 드론 배송 과정. 구글 윙 유튜브 장면 모음.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 첫 드론 배송 시작

지난 10일 미국 버지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소도시 크리스천스버그에서는 구글의 드론 자회사 윙이 학교 도서관 책을 드론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드론 배송 사업이 시작된 이 도시에서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다. 윙은 이곳 말고도 핀란드 헬싱키와 오스트레일리아 2개 도시에서 드론 배달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수십억명의 발을 묶어버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드론 배송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윙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드론 배달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봄에는 1주일 동안 3곳에서 1천건의 배송을 달성한 적도 있다고 한다.
drone1.jpg » 아마존이 2013년 처음 선보인 배송용 드론 `프라임 에어'. 아마존 제공

2013년 아마존 베이조스가 불지른  드론 배송의 꿈

4차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드론의 시절이 마침내 오고 있는 것일까?
애초 군용기로 개발된 드론의 주된 용도는 카메라를 싣고 목표 지역을 날면서 촬영, 감시, 정찰하는 것이다. 이 드론을 물품 배송으로 연결시켜 미래 사업 모델로 제시한 사람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다. 그는 2013년 12월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시뮬레이션 영상을 보여주면서 드론 배송의 미래상을 펼쳐 보였다. 당시 그는 이르면 2015년까지 ‘옥토콥터(octocopter, 날개 8개 드론)’로 주문한 지 30분 안에 물품을 배달하는 드론 택배 서비스 ‘프라임 에어'(Prime Air)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배달 물품의 90%가 5파운드 이하이므로 거의 전 물품을 드론으로 배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었다.
dr11.jpg » `드론 배달' 검색 빈도 추이. 2013년 12월 갑자기 급증했다. 구글 트렌드

7년이 지났지만 아마존은 여전히 "시험중"

그의 발언은 순식간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구글 트렌드를 보면 그의 발언이 있던 12월의 `드론 배달'(drone delivery) 검색 빈도는 11월보다 100배나 증가했다. 많은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드론 배송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무인항공기 시장조사업체 언맨드 에어스페이스(Unmanned Airspace)에 따르면 드론 배송 시장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27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드론 배송은 여전히 시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나라나 지역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배송 지역이나 물품 등이 매우 제한돼 있다. 
특히 열풍의 주역인 아마존은 시뮬레이션 영상 외엔 아직도 이렇다할 시험 배송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몇달 안에' 드론 배송을 시작하겠다고 공언까지 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미국 인터넷 미디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전현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물어본 바에 따르면 아마존은 8월31일을 드론 배송 디데이로 잡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시험 단계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drone2-wing-page-hero.jpg » 구글 윙 드론

중국 일본 등 세계 27개국서 추진중

2019년 4월 미 연방항공국으로부터 첫 드론 배송 승인을 받은 업체는 아마존이 아니라 구글의 윙이었다. 2014년 첫 시험 배송에 성공한 윙은 승인에 앞서 안전성 입증을 위해 7만번 이상의 시험 비행과 3천번 이상의 시험 배송을 실시했다. 2019년 10월엔 미국의 화물운송 대기업 유피에스(UPS)의 자회사 유피에스 플라이츠 포워드(UPS Flight Forward Inc)가 인증을 받았다.
드론 배송을 위해선 비가시권 비행 승인이 필수다. 미 연방항공국(FAA)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모든 드론은 가시권에서 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행 고도는 400피트(약 120미터) 이내를 유지해야 하고, 물건을 떨어뜨리면 안된다, 착륙하거나 줄을 내려뜨려야 한다. 
중국에선 전자상거래업체 제이디닷컴이 2018년 11월 드론 배송 첫 승인 받은 이후 지금까지 7곳(산시성, 장쑤성, 하이난 등)에서 드론 배달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 업체는 2019년 1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도 학생 가방과 책을 시험 배송했다.
일본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은 2016년 이후 섬이나 재난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시험 배송을 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2019년 2월 드론 딜리버리 캐나다(DDC)가 대형 화물 드론 콘도르(Condor)로 180kg 화물을 200km 거리까지 배송하는 시범을 보였다.
프랑스 우체국(Le Groupe La Poste)은 2016년, 아일랜드우체국은 2019년 4월 우편물 드론 배달 서비스를 시험 실시했다. 그러나 대부분 제한된 지역에서의 시험 성격이 짙다.

drone-5eda61393ad8616b4d7ac5b5.png » 드론 배송 개념도. 아마존

기술 혁신 더 필요...경제성도 아직은 미흡
 
전문가들은 드론 배송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기술 혁신이 더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현재 30분이 채 안되는 비행시간이 확 늘어나야 한다. 적재 용량도 지금의 2~3kg 수준에서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효율이 높은 배터리 개발이 필수적이다. 또 도심에서 드론을 띄우려면 정밀한 자율비행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이동체사업단장은 "도심의 빌딩 숲이 지피에스(GPS), 통신을 방해하고 빌딩 사이로 돌풍이 불 수도 있어 도심 드론 비행엔 불안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4~8개 이르는 회전날개가 유발하는 항공 소음도 골칫거리다. 도시 배송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동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현재 드론의 기술로는 정밀 자율비행을 할 수 없다"며 "3~4년 안에 도심 드론 배송이 실용화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성에서도 아직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 할레비텐베르크대 연구에 따르면 드론은 기존 배달 수단보다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한 번 비행에 몇kg짜리 짐꾸러미 한 개만 배달할 수 있는 드론과 수십~수백개를 한꺼번에 나를 수 있는 택배 차량은 비용 효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강왕구 단장은 비행경로가 복잡하지 않은 도서지역 드론 배송이 가장 먼저 시작되고 이어 드론택시가 등장하고 난 뒤, 마지막으로 도심 드론 택배가 실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drone-Zipline-Drone-Delivery-2019.jpg » 집라인의 의료용품 드론 배송.

도서산간 배송은 지금도 가능...의료용품이 1순위

현재의 기술 수준과 수요로 볼 때 드론 배달이 가장 유망한 지역은 배송 수요가 많은 도시가 아니라, 도로나 철도가 닿지 않는 외진 곳이다. 소량의 물품을 배달하기엔 기존 배송 수단으로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곳이 대상이다. 육지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섬 지역이 1순위 후보다. 
드론 배송 물품으로는 의료용품이 첫손에 꼽힌다. 물품 수요의 시급성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의료용품은 드론 배송의 가치가 더 부각되고 있다. 특히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저개발국에선 드론이 매우 유용한 배송 수단이다. 의료용품 드론 배송이 처음 선을 보인 곳도 2016년 아프리카의 르완다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드론 제작업체이자 배송 업체인 집라인이 르완다에서 병원에 혈액제제를 공급한 것이 최초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밴드 유투(U2)의 보노(Bono)가 2019년 9월 집라인 이사진으로 합류하면서 이 회사의 의료용품 드론 배송은 한 단계 도약했다. 2016년 20억달러 규모의 임팩트투자펀드 `더라이즈펀드'를 공동설립한 보노는 2019년 5월 집라인에 거액을 투자해 개도국 의료용품 공급 시스템 지원에 나섰다. 이에 힘입어 집라인은 현재 가나, 르완다에서 의료용품 드론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르완다에선 배달 비용을 정부가 지불하는데, 오토바이 배달 비용과 거의 같다고 한다.
dr33.jpg » 집라인 드론은 수직이착륙 대신 발사대를 사용한다. 유튜브 갈무리

아프리카 가나는 전국 드론 배송망 구축


집라인이 2019년 4월 시작한 가나의 의료용품 드론 배송은 현재 2천개 의료시설을 대상으로 하루 600편을 띄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드론 배송 네트워크다. 의사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물품을 주문하면 3분 내에 드론 출발 명령을 내리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시스템을 통해 공급하는 혈액의 절반 이상은 산후 출혈로 고통 받는 산모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가나 대통령 나나 아쿠포아도는 당시 발표한 성명에서 "가나인 누구도 응급상 필요한 약을 공급받지 못해 숨지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며 " 이것이 가나가 세계 최대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드론 배송은 가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의약품 공급을 구현하는 길로 가는 중요한 단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집라인의 드론은 수직 이착륙이 비탈진 전용 발사대를 이용해 날아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0.5초 안에 시속 60km로 하늘로 이륙한다. 목적지에 도착해선 낙하산으로 물건을 투하하고 발사대로 복귀한다. 드론이 발사대에 근접하면, 개구리가 혀를 내밀어 곤충을 낚아채듯 로봇팔이 드론을 잡아끈다. 길이 3센티미터의 고리로 드론의 꼬리 부분에 빗장을 걸어 발사대에 고정시킨다.
2019년 9월엔 아일랜드에선 공항에서 섬까지 인슐린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시험 비행이 이뤄졌다. 당시 21km 거리를 왕복 비행하는 데 걸린 시간은 32분. 치즈 생산지로 유명한 영국 스코틀랜드의 이너헤브리디스 제도의 멀섬에서는 하루 네번 의료용품을 드론으로 배송한다. 스코틀랜드의 90개 섬 지역에 의료용품 드론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시험판이다. 스코틀랜드는 와이트섬에서도 같은 시험을 진행중이다. 
드론 배송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의료용품 드론 배송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집라인은 5월26일 미국에서 의료용품 드론 배송을 시작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캐너폴리스 드론물류센터에서 노반트 헬스가 운영하는 헌터스빌 의료센터(Monstersville Medical Center)에 의료용품을 전달해주는 32마일(51km) 거리의 드론 배송이다. 노반트 헬스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15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다.
유피에스(UPS)와 약국체인 시브이에이스(CVS)도 손을 맞잡고 의료용품 드론 배송에 뛰어들었다. 플로리다주의 유명한 은퇴자 마을 `더 빌리지' 주민들에게 처방약품을 드론으로 배송해주는 일이다. 마을에서 0.5마일 떨어져 있는 시브이에스 약국에서 유피에스의 드론을 이용해 배달한다. 드론이 마을 중앙에 처방약품을 떨어뜨리면 유피에스 직원이 이를 골프카트에 싣고 집까지 전해준다. 직접 집까지 드론으로 배달할 경우 자칫 사람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온라인 약국 '필팩'을 인수한 것도 드론 배송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drone5-Wingcopter.jpg » 윙콥터

자동관제시스템 개발중...한국은 2020년대 중반 돼야 할 듯

이들 나라에 비하면 한국의 드론 배송은 걸음마 단계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우정사업본부와 대한통운 등 일부에서 드론 시험 배송을 몇차례 시도한 적이 있을 뿐이다. 대한통운 등 앞장서서 드론 배송을 시도했던 물류 및 유통 업체들은 기술과 사업성이란 벽에 부닥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드론 기술 개발과 제작 여건도 열악한 편이다. 현재 상업용 드론 제조업체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의 DJI를 비롯해 49개국 247개사로로 추정된다. 한국도 15개 안팎의 업체들이 여기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미국, 중국 등에 비하면 대부분 영세한 편이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지에스칼텍스가 국내 대기업에서는 처음으로 드론 배송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일부 대기업이 드론 배송을 미래 사업으로 설정했지만, 구체적인 미래상을 그리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육해상로에 구애받지 않고 물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론 배송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정부가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드론교통 전담 부서를 신설한 데 이어 최근 ‘드론활용의 촉진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드론법)’을 제정해 시행하는 등 다시 불씨 살리기에 나선 이유다. 정부는 앞으로 드론 실증 시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드론특별자유화구역을 지정할 예정이다. 홍일산 국토교통부 첨단항공과 사무관은 "올해 11월에 첫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론 배송 지역은 1단계 도서산간, 2단계 도시 외곽, 3단계 도심으로 단계적 확대를 추진한다. 드론 배송의 최대 관건은 자동으로  비가시권을  비행하면서 장애물을 피하고 이·착륙할 수 있게 해주는 자동관제 시스템(UTM) 구축 여부다. 정부는 이를 항공우주연구원, 항공안전기술원 등에 맡겨 2022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국에서의 드론 배송 상용화는 그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면기사(2020.6.22.)

출처
세계 드론 배송 현황
구글-유피에스 드론 배송 승인
드론 배달 서비스 27개국 명단
드론 배달 효율 연구
스코틀랜드의 드론 배송
골드만삭스 드론 보고서
컨버세이션의 드론 배달 기사 모음
지에스칼텍스 드론 배송 보도자료
전자통신연구원 자료
아마존 드론 배송
아마존 프라임 에어
드론 시장 전망
이동준 교수 인터뷰
드론 배송의 한계
강왕구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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