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담그고 첨벙첨벙 신선놀음 따로 없네 제철여행

[매거진 esc] 여행 
물 맑고 숲그늘 시원한 강원 평창 오대천변 하오개·막동·장전계곡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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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계곡엔 아담한 폭포와 소들이 이어진다.

“한 놈만 걸려라.”

참을성이 한계에 이른, 분노에 찬 표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막동리, 오대천변 하오개계곡 들머리에 주민들이 내건 펼침막의 문구다. 계곡에 쓰레기를 버리면 고발조처하고 쓰레기 처리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경고문이다. “오죽하면 이러겠어요?” 막동리 주민들은 “몇년 전까지 피서철이면 쓰레기 치우느라 주민들이 딴 일을 못 했다”고 했다. “잔뜩 싸짊어지고 와선 다 먹지도 않고 내팽개치고들 가는 거야. 치우라고 하면 ‘뭔 상관이냐’며 대들어요. 사람두 아녀.”(막동리 전 이장 전영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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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동리 도로변에 내걸린 펼침막.

자, 각자 만든 쓰레기 되가져간다면, 청정 물길 간직한 오대천변의 아담한 골짜기들에서 ‘걸려들 걱정’ 없이 한나절 쉴 수 있다. 평창의 고봉들인 가리왕산·중왕산·백석산 동쪽 자락에서 오대천으로 흘러드는 하오개계곡·막동계곡·장전계곡이다. 곧 마무리될 장마철 직후에 찾아가면 좋을 곳들이다. 울창한 숲그늘과 찬 물살이 기다린다.

오대천 따라 나타나는 아담한 세 골짜기

오대천은 오대산 자락에서 발원해, 진부면 거쳐 정선 조양강으로 흘러드는 넓고 수량 풍부한 물줄기다. 59번 국도를 따라 굽이치는 이 물길 서쪽 산자락, 하류 방향으로 하오개계곡·막동계곡·장전계곡 들머리가 차례로 이어진다. 국도 따라 3㎞ 거리 안에 세 계곡 입구가 다 있다. 세 곳 모두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길이 3~6㎞ 정도의 작은 골짜기지만 가물 때도 일정 수량을 유지하는 깨끗한 물길이다. 규모는 작아도, 곳곳에 구르다 멈춘 큼직한 바위들이 눕고 서서 아담한 폭포와 물웅덩이들을 만들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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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계곡.

세 골짜기 중에서도 가장 규모 있고 수량 풍부한 곳이 장전계곡이다. 평창군 진부면과 정선군 북평면이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서 가리왕산 북쪽 자락으로 뻗어오른 계곡이다. 많이 알려진 까닭에 몇년 전까지 쓰레기 수거량도 가장 많았던 골짜기지만, “작년부터 ‘한 놈만…’ 현수막을 내건 뒤론 쓰레기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10여년 전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땐, 한여름에도 찾는 이 적은, 덜 알려진 청정 골짜기였다. 요즘은 피서객이 몰리면서도 주민과 피서객의 노력으로 깨끗한 물길을 유지해가는 모습이다.

장전리(장쟁이)의 ‘장전’은 ‘긴 밭’을 뜻한다고 한다. 막동리에서 5대째 대를 이어 살고 있는, 이장 경력 22년의 전영철(81)씨가 말했다. “옛날 윗장전 골짜기에 아주 긴 밭이 있었어요. 그래서 장전리가 됐지.” 장전계곡은 털보산장(옛 장전분교 터) 앞에서 둘로 갈라지는데, 왼쪽을 대궐터 골짜기, 오른쪽은 암자골이라 부른다. 50년 전까지 170여집이 골마다 화전을 일구며 살았지만, 지금은 20여집이 산다. 토박이는 4집만 남았다.

장전계곡엔 맥국 가리왕의 대궐터 전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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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계곡의 작은 폭포.

장전계곡 입구에서부터 두 골짜기가 만나는 이곳까지 2㎞가량이 물에 발 담그며 쉴 만한 골짜기다. 좁은 도로지만, 여기저기 차를 세울 만한 갓길이 마련돼 있다. 차갑고 맑은 옥빛 물을 담은 웅덩이들과 아담한 폭포들이 자못 매력적인데, 더 환상적인 것은 이 물길 대부분이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다는 사실이다. 숲그늘 밑 바위에 앉아 찬 물에 발 담그고 도란도란 속삭이고 재잘거리는 연인·가족들이 많다.

갈림길 왼쪽 골짜기의 대궐터는, 옛 삼한시대 춘천에 본거지를 둔 맥국의 가리왕이 이곳에 피난와 머물렀던 데서 비롯한 이름이다. 가리왕산 이름도 그렇고, 산자락의 고개인 말목재(마항재)도 가리왕의 행적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 계곡에서 유명한 것이 이끼계곡이다. 대궐터 지나 올라가다 보면, 작은 다리 왼쪽으로 푸른 이끼 덮인 바위들이 빼곡한, 작은 골짜기가 열린다. 어두운 숲그늘 속으로 가파른 이끼바위 골짜기가 뻗어 있다. 찾는 이가 많아 훼손 우려가 커지면서, 차단 철책을 설치해놨다. 이끼 감상은 철책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규모 작아도 수량 일정
아담한 폭포·바위 절경
이끼바위 골짜기도 볼만해
청정자연 위해 쓰레기 안 남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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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계곡 상류의 이끼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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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계곡 상류의 이끼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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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동계곡.

규모 작지만 깨끗한 물길 막동·하오개 계곡

막동계곡 들머리는 장전계곡 앞에서 진부 쪽으로 약 1㎞ 떨어진 도로변에 있다. 회전식당(현재는 도로확장공사 일꾼 식당), 아담한 사설 캠핑장 지나면서 계곡이 시작된다. 장전계곡보다 작은 규모지만 아담한 폭포와 소, 깨끗한 물줄기는 매한가지다. 막동계곡에서 가장 볼만한 경치는 계곡 초입의 삼단폭포와 깊고 너른 소다. 어두운 숲그늘 밑의 폭포와 푸른 물웅덩이가 냉기를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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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개계곡의 개망초·루드베키아 꽃밭.

하오개계곡은 막동계곡 입구에서 오대천 상류 쪽으로 2㎞쯤 떨어져 있다. 좁고 짧은 물길이지만, 군데군데 작은 폭포와 소들이 나타난다. 물놀이보다는, 잠시 쉬며 탁족을 즐길 만한 곳들이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더 올라가면 펜션·산장들이 모여 있는 화의리 마을이 나타난다. 길은 산으로 이어져 고개 넘어 오대천 상류 쪽 수항리로 이어진다.

오대천변 절벽 위 청심대도 들러볼 만

오대천변의 세 골짜기 오가는 길에 잠시 들러볼 만한 경치가 있다. 진부면소재지에서 오대천변 59번 옛 국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마평리 강변 절벽 앞에서 심하게 굽은 지점을 만난다. 청심교차로 옆 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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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천변의 청심대(마평리). 강릉 기생 청심이 몸을 던진 곳이다.

절벽 위 정자 옆으로 커다란 바위(예기암)가 솟은 곳이 청심대다. 청심은 조선 태종 때 기생으로, 강릉부사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부사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자 이곳까지 따라왔다가, 동행이 어렵자 절벽 위에서 몸을 던졌다고 한다. 정자는 1927년 지역 유지들이 세운 것이다. 절벽 반대편 밑에는 청심을 기리는 사당이 있다.

평창/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평창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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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곳 장전계곡 안에 털보민박식당(털보산장)과 우미정 등 식당이 있고, 막동계곡엔 계곡 들머리의 회전식당이 유일하다. 59번 국도 도로확장공사 일꾼 전용식당(함바)으로 운영 중이지만, 일반인 식사(뷔페식 백반)도 가능하다. 진부면소재지 하진부리 일대에 식당이 즐비하다. 부일식당과 부림식당은 산채백반(사진)과 산채정식을 내는 곳으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푸짐한 왕갈비(돼지)탕을 내는 명진왕갈비탕도 있다. 20분쯤 거리의 대관령면 횡계리엔 황태요리를 내는 식당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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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을 곳 장전계곡과 막동계곡 안에 펜션이 여러 곳 있다. 털보산장은 독립식 방갈로 민박을 운영한다. 진부면소재지 상·하진부리에 서림호텔 등 모텔이 몇곳 있고, 월정사 들머리엔 켄싱턴플로라호텔이 있다. 대관령면의 용평리조트·알펜시아리조트도 진부면소재지에서 20~30분 거리에 있다. 두타산자연휴양림 등 평창 일대 휴양림의 숙박시설은 이미 7월말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평창 여행 문의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742, 330-2399, 월정사관광안내소(진부면) (033)330-2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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