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이 몰려와 막말을 퍼부었다! - 확산되는 타이거아이 의혹 방위산업

책상치고 고함지르고....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F-15K 센서인 타이거아이 무단분해 의혹을 따지러 미 국방부 비확산담당 수석부차관보를 비롯한 11명의 조사단 일행이 한국을 방문한 때는 8월말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은 2개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영종도 국제공항으로, 한 팀은 군용기 편으로 오산으로 도착하여 서울의 주한미군 영내에서 합류했다. 도착한 즉시 한국군 관계자를 호출하여 공군 본부 고위관계자와 공군 정비창 관계자가 불려갔다. 이 날 한미 양국의 고위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0대로 보이는 가장 젊은 미 측의 실무자가 격하게 한국 측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당시 이 장면을 목격한 관계자는 “책상을 치면서 고함을 지르고 벽을 주먹으로 치는 등 기고만장한 모습이 볼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마치 사람을 칠 것 같은 격한 분위기에 회의는 난장판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리 측은 “타이거아이가 고장이 자주 나서 혹시 이물질이 들어갔는지 알아보기 위한 정비 활동을 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미 측은 막무가내였다. 공군이 타이거아이의 봉인을 뜯은 때는 올해 6월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한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행을 이끌고 온 랜 댄 피엔 수석부차관보도 주한미군이나 미 대사관에서도 말을 함부로 하기로 이미 소문이 파다한 인물로 알려졌다. 거듭되는 미 측의 추궁에 우리 측은 “타이거아이의 고장이 유난히 많아 F-15K 임무수행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한국 공군은 어떤 정비활동도 할 수 없도록 타이거아이에 대한 정비 매뉴얼 자체가 없고, 이로 인해 고장이 나도 속수무책”이라는 점을 설명했으나 미 측은 “이미 계약조건에 명기된 사항을 재론하지 말라”며 우리 측의 항변을 일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우리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 측이 유난히 한국의 정비활동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군 안팎에서도 의문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미국을 다녀온 한 인사는 “미국은 한국이 한국형전투기(KFX), 일명 보라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극도로 예민해있다”며, “한국이 타이거아이를 분해한 목적이 현재 탐색개발 중인 한국형전투기에 적용할 기술을 빼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언젠가 한국형전투기가 양산이 되는 날이면 한국의 미국 전투기 시장이 날아 갈 판이다. 더불어 그는 “만일 한국이 보라매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이와 같은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의회 수출승인 제로

 

파문이 확산되자 한·미 양국은 지난 9월 18일부터 1주일간 합동 조사를 진행했으나 무단으로 공군이 타이거아이 부품을 분해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이 사건 자체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으나 정작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기술 차단 의도는 더더욱 고조되었다. 그 첫 번째 조치가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의 한국 판매에 미 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온 것. 최첨단 기술이 내장된 전략 정찰기를 한국에 내줄 수 없다는 ‘경계론’이 의회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이 도입하려는 거의 모든 무기에 대한 수출승인에 제동이 걸려 올 하반기에 들어와 수출승인 실적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수입하지 못하면 무기 개발 자체가 어려운 국내 체계종합업체는 이미 비상이 걸렸다. 모 방산 업체는 9월에 미국으로 임원을 보내 수출승인을 해달라고 통사정했으나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언제는 무기를 사라고 압력을 넣으면서 한국의 방산기술의 자립은 저지하는 이중적 행태라는 것이다. ‘무기는 사되 기술은 넘보지 말라’는 냉혹한 논리에 우리 방위산업이 발전할 수 없는 핵심적 이유가 숨어 있다.

한편 한국형전투기사업의 경우는 작년 1월에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항공산업발전기본계획에서 국내 독자개발을 포기하고 제3자가 총개발비의 1/3을 부담한다는 전제 하에서 체계개발을 추진한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해외 투자자가 나서지 않는 한 우리 정부의 독자개발로 한국형전투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이리저리 애물단지가 된 한국형전투기의 꿈은 노태우 대통령이 최초로 비전을 제시한 이래 20년 동안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벌써 전투기를 개발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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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