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막] MB, 핵안보정상회의에 올인하는 이유 사건내막

 

내년 3월 개최되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정일 위원장을 정상회의에 초청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일에서의 깜짝 발언만이 아니다. 정부는 단군 이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50개국 정상들이 들어오는 내년 초대형 국제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약 3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준비단 편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이 참석할 경우를 대비해 일산에 위치한 전시장(킨텍스)를 정상회의 장소로 고려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서울까지 들어오는 것이 부담스러울 경우 여차하면 서울 이북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복안이다. 물론 북한의 참석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대회 장소는 서울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정상회의에 ‘북한 끌어들이기’에 현 정부가 상당한 집착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일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정부가 북한 대표 참여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더군다나 4월말 평양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한데 대해 “북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일축한 정부다. 카터의 평양 방문 이전부터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카터는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저질렀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을 전혀 믿지 않는다”라며 카터가 어떤 성과를 가져오던 간에 인정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청와대 의중을 눈치 챈 조․중․동을 비롯한 유력언론은 카터 방북 전후에 일제히 그를 비난하는 논평을 내보냈다. 그런 정부가 김정일 위원장이 전혀 참석할 것 같지 않은 국제회의에 ‘비핵화를 조건으로 참석하라’는 ‘진정성 없는’ 제안을 한 배경에 의문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드러나지 않은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일 발언이 나오기 전에 필자에게 “내년 3월의 정상회의는 4월 총선, 12월 대선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라며 “이 중차대한 행사에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북한의 방해공작”이라고 말한다. 작년 G20 회의 당시에도 보여 졌지만 국제회의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집착은 세간의 예상을 초월한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표명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가 실려 있는 국제회의지만, 여기에서는 북한과 이란 핵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부각된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면 이는 “공화국 고립화를 위한 국제적 책동”이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공개적인 반발과 함께 각 국 정상이 들어오는 영종도 공항에 GPS 방해전파로 항법장치를 교란한다거나 여타 어떠한 식으로든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국제회의는 엉망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겪이다.  

이런 정부의 걱정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작년 11월에 개최된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비굴할 정도로 역력했다. 그 대표적인 사안이 바로 조지워싱턴호의 서해 전개를 적극적으로 차단한 것. 애초 조지 워싱턴호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5․24 조치에 따라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서해에 전개될 예정이었다. 9월부터 총 3차례 미국은 “조지 워싱턴호를 서해에 보내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했으나 우리 정부는 “G20 정상회의 이전에 오는 것은 곤란하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러한 한미 간의 갈등은 10월 19일에 절정에 달한다. 이미 조지 워싱턴이 서해로 출항한 상황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이 게이츠 미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오지 말라”고 통보함으로써 한미 간에 갈등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G20 회의가 끝나자마자 정부는 다시 5․24조치로 경도되기 시작했다. 11월 말에 조지 워싱턴호를 서해에 불러들여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하고 연평도에게 전례 없는 고강도의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바로 11월 23일에 일어난 연평도 포격 사건이다.

계속되는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정부가 핵안보정상회의, 즉 G50에 대한 북한의 방해를 차단하기 위해 고려했던 방안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핵 안보정상회의 의제에서 북한 핵문제를 제외하는 방안이다. 이 문제를 미국과 협의하기 위해 우리 정보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직접 나서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미국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북한 ‘대표’를 초청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내년 회의 이전에 남북관계를 안정시키고 비핵화의 비전을 여는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플랜 B'가 존재한다는 강력한 암시였다. 이러한 초대형 프로젝트는 우리 정보기관에 의해 한 동안 관리되었다. 올해 초만 해도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대표라고만 했지 김정일 위원장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그런데 4월에 이 대통령의 독일 발언에서는 초청 대상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아닌 김정일 위원장으로 바뀌어 있다. 북한이 초청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인을 하나 더 추가한 셈이다. 특히 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교체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 지다가 유임이 결정된 시점도 바로 4월이다. 이들이 직위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국제회의에 초청하는데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다짐을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북한이 국제회의 참석하려고 핵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북한의 거절을 염두에 두고 있는 행보인 것처럼 보인다. 최초 북한의 회의 참여를 염두에 둔 기획 프로젝트가 적당히 북한을 약 올리는 것으로 변질된 양상이다. 그러나 정부가 자청해서 북한으로부터 뺨을 맞고 반발을 사는 진정한 이유는 뭘까?

북한이 핵안보정상회의를 방해하려는 의도와 명분을 사전에 잠식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우리가 이만큼 북한에 성의를 보였으니 국제회의를 방해하지 말라’는 식의 정치적 제스쳐로 해석될 수 있다. 북이 반발할 때 ‘초청할 때는 거부하더니 왜 방해하냐’는 말을 할 수 있는 명분 축적용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초 정부 관계자 설명에 의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G50 행사의 원만한 성사이지 북한 대표 초청이 아니었다. 내년 정상회의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관심은 G50으로 한껏 고양된 정부의 위상을 국내 여론에 시위함으로써 총선에서 야당의 바람을 잠재우고 더 나아가 12월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도모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는데 있다. 이는 2008년 촛불시위 정국으로 정권이 위기에 처했을 무렵 베이징의 아시안게임 선수단을 귀국하지 못하고 하고 일시에 귀국시켜 시청 앞에서 환영행사를 개최하려던 정략적 태도와 유사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이나 정상회의와 같은 이벤트를 국내정치에 적극 활용한다는 이명박 식 ‘보여주기 국정철학’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평화와 번영 보다 단기 이익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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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