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재두루미 마지막 서식지 도로 관통하나 윤순영의 시선

김포시, 김포 사우동~고촌 1.2㎞ 4차로 건설 추진…수도권 재두루미 마지막 도래지

환경부 10년 동안 3차례 반대 의견, 김포시는 도로 규모 줄여 환경영향 없이 '편법' 추진  


크기변환_dns재두루미김포L8074453.jpg » 홍도평 찾은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천연기념물 제203호)재두루미.

 

 김포시 홍도평은 먼 옛날부터 기러기의 땅이었다. 김포 팔경 중의 하나가 홍도낙안(紅島落雁)이다. 곧 ‘홍도에 기러기 내려 앉는 모습이 아름답다’ 하여 선인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홍도평에는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와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재두루미가 해마다 가을이면 찾아온다. 그러나 수도권에 남은 이들 진객의 마지막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김포시가 홍도평을 관통하는 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도로가 들어서는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고촌읍 향산리는 재두루미 도래지로서 그동안 환경 파괴 논란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재두루미와 큰기러기가 겨울을 나면서 먹이를 먹고 쉬는 곳임을 고려해 한강유역환경청은 그동안 김포시의 '시도 5호선' 건설 사업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 김포시는 주민 숙원사업임을 들어 편법을 써서라도 도로 건설을 추진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크기변환_dnsYS2_7388.jpg »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큰기러기.  

크기변환_dnsYS3_5376.jpg » 김포시 북변동과 걸포동, 사우동에 걸쳐 위치한 홍도평.


 김포시는 환경영향평가법이 만들어지기 전인 지난 2004년 시도 5호선을 길이 1.2㎞ ,폭 35m, 면적 4만2200㎡에 걸쳐 건설하기로 입안했다. 이 사업은 2008년까지 3차례에 걸쳐 김포시가 개발사업 협의를 환경부에 요청했으나 "철새의 취식지이자 이동통로에 도로 등의 개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부 의견을 받았다.

 

 그러나 김포시는 중앙 정부의 반대에도 2007년 이곳을 도시계획시설에 편입시키는 등 도로 건설을 포기하지 않았다. 최근엔 다시 민선 6기 공약사항 실천과 시민 숙원사업 해결"을 내세워 '시도 5호선 도로건설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아웃.jpg » 시도5호선 개설 계획 지도.

 

 이번에 김포시가 내놓은 방안은 도로계획의 규모를 축소해 환경부의 반대가 뻔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빠져보자는 것이다. 애초 도로 설계에서 도로에서 사면을 옹벽으로 바꿔 도로면적을 줄이고 국도 48호선과의 연결교차로를 제외하는 내용이면 도시계획 시설의 증가 면적이 10% 미만이어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변경된 도로는 길이는 같지만 폭은 20m(4차로)로 축소됐다.

 

 김포시는 올해 안에 철새 대체서식지 마련 등 용역과 보완설계를 마치고 내년에 도로구역 고시와 보상을 거쳐 2016년에는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누차 이 사업에 반대해 온 환경부가 이런 '편법'을 용인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크기변환_dnsCRE_7960.jpg » 한강변의 펼쳐진 홍도평의 모습. 도심 재두루미의 마지막 도래지이다.

 

 현재는 김포 시민회관 교차로, 공설운동장 앞 사거리, 사우사거리, 풍년마을사거리, 김포보건소 앞을 지나면 농수로와 계양천부터 도로가 끊겨 있다. 계양천 넘어 홍도 평을 가로질러 2012년 개통된 김포한강로 고촌IC와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크기변환_dnsYSY_3617.jpg » 김포시청에서 바라본 사우중로의 모습. 홍도평을 지나 (시도5호선) 김포 한강로와 연결될 계획이다. 

크기변환_dnsYSY_3904.jpg » 시도 5호선은 사진 왼쪽 누런 논을 가로질러 김포 한강로와 연결된다.  

 지난 10년간 김포시는 홍도평야의 시도 5호선의 개설에 매달려 왔다. 주민들 상당수도 도로 개설을 반기고 있다.

 

김포시는 그동안 재두루미를 지역개발을 위한 보물로 키우기는커녕 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간주해 왔다. 재두루미의 가치와 실태를 잘 모르는 시민들도 당장 눈앞의 불편과 재산상의 불이익만을 고려해 재두루미를 외면했다.

 

 크기변환_dns000053.jpg » 재두루미 120여 마리가 월동을 하고 있는 2001년도의 홍도평 모습, 이제는 기록사진에서만 볼 수 있다.

 

 홍도 평에는 지구상에 5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재두루미 30여 마리가 한강하구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 하구에 인접한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는 1970년 대 중반까지 재두루미 3000여 마리가 월동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간척사업으로 인해 갯벌이 농경지로 변하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재두루미는 1992년 12월 홍도 평에서 7마리가 월동하는 것을 필자가 처음 관찰했다. 이후 보호 노력 덕분에 그 수가 최대 120마리로 늘어났지만 현재 무분별한 농지매립으로 이제는 30여 마리가 월동을 하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크기변환_dns001.jpg » 일출과 함께 홍도평으로 날아드는 재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dns000030.jpg » 일몰 직전 홍도평에서 먹이를 먹고 고양시 장항 습지 잠자리로 돌아가는 재두루미. 

 재두루미들이 홍도평야를 잊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것은, 부모로부터 이어온 학습 덕분이다. 이 땅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재두루미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올해 이곳을 찾아온 재두루미들은 내년에도, 그리고 그 후로도 계속 잊지 않고 찾아올 것이다.

 

김포시의 노력이 김포가 생명의 희망이 되는 땅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어김없이 올해도 재두루미와 큰기러기는 김포를 찾아온다.


 김포시민 대다수는 재두루미가 해마다 도심 속 북변동, 사우동 풍년마을 아파트 뒤편 홍도평을 찾아온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재두루미가 도심 속을 찾아오는 경우는 홍도평뿐이다, 재두루미는 한강하구에 자리잡은 김포 자연환경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크기변환_dns002-1.jpg

크기변환_dnsDSC_4317.jpg » 20여 년간 홍도평을 잊지 않고 해마다 찾아오는 흰목이 부부. 우측이 수컷이다. 목에서 귀 쪽으로 올라가는 회색선이 끊어 저 목 일부분이 흰색으로 보이고 얼굴 부분이 유난히 흰색으로 보여 지어준 이름이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자연보호를 위해 무조건 반대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인간이 자연의 반려자로서 서로의 공존을 위하여 대안을 찾고 자연의 가치를 접목하여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김포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아 환경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지역 사회와 해당 문제를 논의 하겠다"고 밝혔다.

 

크기변환_dnsL1040132작-1.jpg » 재두루미 뒤로 금파중학교 건물이 보인다. 대도시 도심에 재두루미가 찾아오는 곳은 세계에서 김포밖에 없다. 그 가치는 알아주는 이는 흔치 않다.

 

 재두루미는 결코 개발의 걸림돌이 아니었다. 자연과 함께 가자는 자연의 해답일 뿐이다. 그동안 환경에 무관심하고 개발만 앞세워 상생의 길을 열지 않았던 것이 김포시의 문제다.

 

지난해 김포시 걸포동 걸포 사거리(황금교)에서 48번국도 우회도로를 접속해 김포 한강로에 이르는 시도1호선 확장포장사업이 한강유역환경청과의 협의가 전격 통과됐다.

 

총연장 1.4㎞, 왕복 2차선의 현 도로에 284억 원을 투입해 2016년 12월까지 폭 27~37m의 4차선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시도1호선과 시도5호선은 직선거리로 불과 600여m 떨어져 있다.

 

홍도평 재두루미 월동지를 사이에 두고 2개의 도로가 김포 한강로와 연결되는 것이다. 과연 시도1호선과 2호선 총621억의 투입이 타당한지도 검토 해봐야 할 사항이다.

 

크기변환_dnsYS1_1067.jpg » 재두루미의 착륙 모습.

 

 한강유역환경청은 김포시에 보낸 시도1호선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에서 재두루미 등 철새의 취식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됨에 따라 홍도 평에 대한 보전·관리 방안과 환경영향 저감대책을 강구한 후 공사를 시행할 것으로 요구했다. 이와 함께 겨울철 철새도래지 공사를 지양하고 야간공사 금지, 저소음·저진동 장비사용과 저소음 포장재 사용을 주문했다.

 

이 정도의 저감대책으로 재두루미 도래지가 무사할지는 모르겠다. 그나마 이런 정도의 환경영향평가마저 하지 않는다면 시도 5호선이 재두루미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는 불 보듯 뻔하다.

 

 크기변환_dns홍도평매립DSC_4800.jpg » 무분별한 매립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홍도평.

 

크기변환_dns매립DSC_2049.jpg » 매립 공사로 서식지를 빼앗긴 재두루미 가족은 어디로 가야 하나. 

 과연 김포시는 재두루미 서식지에 대한 보전계획을 수립했는지 의심스럽다. 겨울철 진객 재두루미가 찾아오는 것조차 쫒아버리는 어리석음은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 볼 수없는 수치스런 일로 남게 될 것이다.

크기변환_dnsYS1_0654.jpg »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큰기러기. 

크기변환_dnsDSC_9133.jpg » 홍도평에 내려앉는 큰기러기 무리.

 

 이제라도 시민들의 개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지역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강하구에 위치한 김포는 강과 바다, 평야, 철새를 품고 있는 천혜적인 자연조건과 동아시아 철새들의 중간기착지이자 서식지로 서해와 한강이 만나는 기수지역의 특징을 갖춘 수생생태의 보고다.

 

김포가 지니고 있는 특징적인 자연환경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특화된 도시로서 충분한 경쟁력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갯벌 생태계를 살려 성공한 순천시의 사례가 있지 않은가.

 

크기변환_dns홍도평S3_6381.jpg » 재두루미 개체가 줄어든 홍도평 왠지 재두루미 부부가 외롭게 보인다.

 

크기변환_dns포맷변환_L8080473.jpg » 보리밭에서 휴식을 하는 재두루미 가족, 가운데 새끼 두 마리가 어미에게 보호를 받고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TAG

Leave Comments


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