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전차 파워팩 개발의 풀리지 않는 의혹 방위산업

D&D Focus 2010년 1월호 

 

‘관 주도 분리개발 방식’ 남발과

‘실적 지상주의’가 불러온 K-2전차 비극



한국형 전차 양산에 빨간 불이 켜졌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K-2전차에 적용될 엔진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개발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단순한 기술상의 문제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업체보다는 관이 주도가 되는 현 개발방식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안팎의 의문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상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술개발 실적에 더 민감한 국과연 주도 개발의 근원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방위에 날아 온 청전벽력의 소식


지난 2009년 11월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은 한국형전차(K-2) 개발 과정에서 1500마력 엔진의 중대한 결함이 나타나 업체와 양산계약을 위해 내년도 국방예산에 편성한 882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양산을 준비 중이던 K-2전차에 관심을 보이던 국내 업체와 해외 국가들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K-2 전차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3조 9,022억원을 투자하여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국내 연구개발로 370여대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실제 양산된 K-2 전차가 군에 납품되는 시기는 2011년부터다. 그러나 이번에 변 청장이 밝힌 대로 엔진 개발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게 되면 이 계획은 전면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 단가가 78억원인 K-2 전차는 3명의 승무원이 탑승하는 55톤의 최신형 전차로서 최고속도가 시속 70km에 육박하고 수심 4.1m까지 잠수능력이 있다. 음성 및 데이터 통신과 자동 포탄 장전 및 위치 추적 장치가 달려 있는 디지털 전차다. 

체계개발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2,401억원 투자하여 국과연 주관으로 진행되는데, 체계종합은 현대 로템, 주포는 현대 위아, 조준경/컴퓨터는 삼성 탈레스, 포/포탑구동은 두산 모트롤, 특수장갑은 삼양 컴텍이 담당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엔진 파워팩은 체계개발 기간 중에는 독일제 파워팩을 적용하고 초도양산 시기부터 국산 개발품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국과연의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 부분을 합친 파워팩 개발은 체계개발과 별도로 분리한 국과연의 핵심기술 개발사업으로 채택되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722억원(엔진 377억, 변속기 345억)을 투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010년까지 개발이 완료되어야 할 이 사업이 차질을 빚음에 따라 국산 개발 파워팩을 장착한 초도양산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방위사업청의 판단인 것으로 보여 진다.

파워팩은 크게 두산인프라코어가 담당하는 엔진과 S&T 중공업이 담당하는 변속기 부분으로 나뉘어 진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바로 엔진부분이다. 지금까지 개발한 시제품을 시운전하는 과정에서 엔진 구동계 베어링이 손상되는 현상이 7월 28일, 8월 4일, 10월 20일에 발생하여 보완조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1월 15일에 동일한 결함이 또 발생한 것이다. 이에 몇 가지 추정 원인을 파악하여 보완조치를 하였으나 개선되지 않자 방위사업청은 11월 24일에 국회에 이 사실을 최초로 보고하기에 이른다.

이제까지 이러한 결함의 결정적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방위사업청은 “엔진 내부부품의 불안정한 회전으로 인한 윤활유막 파괴로 베어링부 코팅부분이 벗겨지고 있으며, 크랭크축 및 크랭크핀의 미세변형으로 윤활능력이 저하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국․내외 전문가를 동원하여 현장 기술지원을 받아야 파악될 수 있다는 정도다. 국내․외 전문기관과 기술협력을 통해 결함원인 분석 및 보완설계를 통해 최적화 방안 강구한 후에 보완시제를 제작해서 시험평가까지 마치려면 앞으로도 10~15개월의 사업기간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것이다.



미국도 포기한 개발사업


전 세계적으로 전차의 1500마력 엔진을 개발한 나라는 현재까지 독일의 MTU사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도 자체 전차에 파워팩은 독일제를 사다가 쓰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엔진과 변속기는 그 성능도 문제지만 얼마나 연료를 소비하느냐가 전투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양산 후 신뢰성 문제도 입증하는데 몇 년이 소요된다. 운용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차를 생산하는 나라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하느니 차라리 해외도입을 선호하는 추세였다.

이러한 중요한 구성품을 해외 도입하지 않고 국산화한다는 시도 자체는 대단히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이다. 향후 한국형 전차의 해외수출까지 고려한다면 핵심 구성품에 대한 국산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였던 것. 그러나 국방과학연구소가 이제까지 이 사업을 관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에 자문하는 한 전문가의 말이다.

“우리가 파워팩을 국산화하려면 모델이 되는 독일 MTU사의 제품과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의 격차를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와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국내 권위 있는 기관이 어디인지 묻고 싶다. 국과연이 과연 그럴 관리능력과 검증능력을 갖고 있느냐가 문제다. 솔직히 말하자면 국과연이 그런 사전 준비를 충분히 했다기보다는 개발업체의 말을 근거로 ‘쟤네들이 할 줄 안다고 했다’는 식이 면피용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설령 개발업체가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해도 이를 검증해야 했고, 개발 초기에는 위험관리 차원에서 독일 업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국과연은 ‘우리가 다 한다’며 독일 업체를 배제한 것 같다. 이제 와서 이런 상황을 보면 독일 업체는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이다.”

28일,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은 국회에서 사실상 계획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말하며 양산시기 지연을 최대한 방지하려면 초도생산품에는 국산품이 아닌 독일제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털어 놓았다. 변 청장은 만약에 엔진개발이 15개월 지연될 경우 전력화시기를 2012년으로 1년만 지연(제1안)한다면 2012년 전력화 수량에 대해서는 해외업체의 엔진을 적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반면 2년이 지연(제2안)되는 2013년 전력화로 간다면 국산 개발품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껏 방위사업청이 2011년에 도입될 초도생산품에도 국산품을 적용하겠다고 청와대와 국회에 보고한 내용을 전부 번복하는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 전문가의 말.

“초도 생산품에 다시 독일제 엔진이 적용된다고 하면 독일 업체는 엔진 가격을 크게 부풀릴 것이다. 한국의 개발수준이 만천하에 드러나 우리가 가진 패를 다 깐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초래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이 스스로 다 개발한다고 하면서 국수주의적 태도로 나온데 대한 반감까지 더해져 한국은 졸지에 ‘을’의 위치로 전락하고 만다. 방사청의 입장이 점점 더 궁색해 질 것 같다. 한편 방사청은 전력화 시기가 늦어질 경우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에 이미 2011년에 전력화 된다고 큰소리쳐 왔고, 이를 근거로 해외업체들과 협상을 해 온 것이다.”

방사청은 양산 시기의 지연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다. 2011년 전력화를 공언해 온 당사자로서 국제적 위신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국내 업체의 원성이다. 국내 K-2전차 관련 협력업체는 1,400여개이며 여기에 종사하는 인력만도 42,000여명에 달한다. 전력화 시기가 늦어지면 이 업체들의 가동율 저하로 인력 재조정, 구조 조정 등의 문제도 예상된다. 이에 대한 국회 국방위 관계자의 설명.

“정부가 제시한 2011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해 온 업체는 코앞에서 재앙을 맞았다. 대기업이야 그런대로 버틴다 하더라도 양산에 목숨을 걸고 준비해 온 중소기업들이 문제다. 일부 업체는 도산의 위기감가지 느끼고 국회에 탄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엔진 베어링 문제 하나로 전 공정이 마비되는 사태는 국가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들을 첩첩히 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발과정에서 초래될 수 있는 ‘위험관리(risk management)'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다시 이번 K-2전차 개발방식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 첫 번째는 개발 시기다. K-2전차 탐색개발이 끝나고 체계개발이 진행된 때는 2002년부터다. 그런데 파워팩 개발에 착수한 시기는 이보다 3년이나 늦은 2005년이다. 전차의 가장 중요한 구성품 개발이 뒤늦게 착수되었고 이로 인해 처음부터 개발일정은 촉박하여 짜여 져 있었던 것이다. 애초 한국형 전차를 전력화한다는 정책을 수립할 때 초도생산제품부터 국산품을 적용한다는 정책이 있었다면 사전 국내 기술수준을 조사하여 충분한 개발기간을 확보한 정책이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술조사와 개발에 대한 기획이 선행되지 않고 체계개발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나서야 별도의 파워팩 개발 사업이 추진된 것을 보면, ‘체계개발 따로, 핵심기술 개발 따로’ 이루어지는 기획력의 부실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일단 사업을 수주하고 보자는 개발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고려되었어야 할 ‘위험관리’가 체계적으로 수행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사업 쪼개기’는 살라미 소시지


핵심기술 개발의 위험관리는 고도의 기법을 요하는 문제다. 사전에 개발과정을 관리하는 치밀한 마일스톤을 만들어 놓고 중간에 수시로 평가하는 기법과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핵심기술 개발을 계획대로 계속 할 것인지, 아니면 양산시기를 미리 조정하든지 수시로 측정하고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양산을 코앞에 두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그것을 공개하는 방식이 갑자기 국회에서 ‘터뜨리는 방식’으로 이루어 진 점은 과연 핵심기술 개발 절차를 제대로 준수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이다.

한편 국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방위사업청이 이 사업을 관리하면서 드러내는 조급한 실적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개발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직접 체계개발과 별도사업으로 또 다른 개발 사업을 관리하게 되면 개발 실적은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

국과연이 업체의 체계종합 능력을 불신하면서 직접 개발 사업을 챙기는 풍토가 문제라고 본다. 기업이 체계종합을 하면 어떻게든 기간 내에 상품화가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하는 속성이 있다. 그런데 국과연은 제품화보다는 개발실적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업체주도 개발을 더욱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과연은 그러한 취지에 부합되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체계개발을 업체가 하고 국과연은 핵심기술에만 전념하는 정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가 표방해 온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것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여전히 정부 주도, 국과연 관리가 일반적이라는 여론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하나의 무기체계를 개발하는데 국과연이 여러 사업으로 나눠서 개발 사업을 관리하는 일은 비단 K-2 전차만이 아니다. 예컨대 대한항공이 수주한 무인정찰기 사업의 경우도 기체제작과 센서개발이 별도 사업으로 분리되어 각기 국과연이 관리하고 있다. 이럴 경우 체계종합 업체인 대한항공은 무인정찰기의 핵심 개발내용의 현재 진행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즉 문제해결 능력이 없는 것이다. 이런 식의 ‘사업 쪼개기’는 잘게 썰어서 먹기 좋은 ‘살라미 소시지’와 같다. 핵심 무기체계를 개발함에 있어 ‘살라미 방식’은 핵심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특정분야에서는 그러한 방식이 장려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것이 남발되어 업체의 체계종합 능력이 발전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국과연이 만든 하나의 ‘장벽’”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K-2전차 파워팩 개발의 근원적 문제는 여기에 있다는 주장이다.

국과연이 업체 주도를 기피하고 자신이 주도하는 방식의 개발을 선호하는 이유는 국과연의 존립과 이해관계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핵심기술 연구에 치중해야 할 국과연이 연구소가 아니라 ‘개발본부’ 같다는 비아냥도 있다. 이 때문에 별도 개발 사업으로 나뉘어 진 무기체계 사업들은 관련 업체를 다 불러 모아도 전체적인 상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작 개발의 현안 문제점이 무엇인지, 문제의식과 공감대가 없이 자기 분야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파편화된 의식이 주종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론이 있다. 국과연도 백화점식으로 개발 사업을 관여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과연의 한 관계자의 주장.

“어떤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연구에 전념하고 싶어 하지 너절너절한 기술지원이나 관리 업무를 하고 싶어 하겠는가. 국과연은 미래 핵심기술을 지향하는 일류기관으로 거듭나려는 선진화의 열정을 갖고 있고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체계개발은 업체 주도로 가야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업체가 체계종합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과 전문성,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어쩔 수 없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에 파워팩을 별도의 개발 사업으로 설정한 방식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주도 개발사업에 대한 집착이라는 국과연의 속성만을 문제 삼고 마녀사장 식으로 국과연을 비난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스럽지만 않다는 반론이다. 또 다른 관계의 말이다.

“업체 주도로 체계개발을 맡기게 되면 체계종합 업체는 다양한 협력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즉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협력업체가 들어오게 되는 것인데,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는 관급 계약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체계종합업체와 하청계약을 맺는 것보다는 국과연과 계약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국과연과의 직거래로 업체의 위상을 세우는 것을 가장 선호하는 분야는 주로 시스템 분야다. 국내 굴지의 방위산업체인 L사, S사 등이 바로 그들이다.

결국 논쟁의 초점은 한국적 상황에서 업체 주도로 체계종합을 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었는가, 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국과연이 ‘간섭’하고 ‘통제’하는 ‘관치경제’ 속에 안주한다는 비판은 방위산업의 일면 만을 관찰한 편향된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방위산업계도 90년대 이후 괄목할만하게 발전해 왔다.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만큼 체계종합 능력이 신장되어 왔다. 당연히 앞으로 연구개발을 포함한 체계개발도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가야한다는 것이 대세이고 여론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타 분야에 비해 발전 속도가 뒤쳐진 방위산업의 낙후성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여론이 업계에 팽배되어 있다.   



실적 조작의 유혹


한편 정부 획득기관이 전차 파워팩을 국산화하는데 집착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국산 파워팩의 개발이 전차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기대감이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방산 수출에 집착하는 수준은 가히 광적이다. 지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K-2 전차의 ‘퍼주기’ 터키 수출이 문제가 된 적도 있지만 ‘연내 방산수출 10억불 달성’이라는 수출목표 달성은 현 정부 출범 초기에 방위사업청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시한 ‘약속’이자 국민적으로 방위사업청이 존립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이러한 구체적 목표와 비전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기도 하고, 또 국민적으로 지지를 받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접근방식의 합리성이다.

단순히 수치에 집착한 목표 달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보면 중요한 국가이익을 충분히 고려한 수출인가가 문제다. 그러나 최근 이와 관련하여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상부의 지시’로 방산제품 해외 수출 실적을 종합하면서 일반 민수용 제품까지 방산물자 수출실적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는 의혹이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나는 최근 방위사업청이 방산 수출실적을 늘리기 위해 얼마나 집착하는지 놀랐다. 이라크에 한국 업체가 민수용 트럭을 수출한 일이 있다. 이걸 방산물자 수출로 보고 방위사업청 수출 실적에 포함시키려 한 것이다. 방산물자는 엄연히 법으로 정의되어 있는데, 명백한 민수용 물자를 포함시키려는 그 의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해외에 수출한 민간용 디지털 카메라까지도 방위사업청은 방산물자로 포함시키기 위해 법적인 검토까지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이익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단지 방사청의 체면세우기를 위해 이런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일은 또 있다. 방위사업청과 국과연은 최근 업체에 방위산업 핵심기술을 이전한 실적도 부풀리기 시도를 하려 한 정황이 나타났다. 방위사업청이 작성한 업체 기술이전 실적에 정작 국과연 연구개발 담당자가 “우리는 그런 기술을 이전한 적 없다”며 이의를 제기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을 설명한 정부 한 관계자의 말.

“기술 개발자가 실적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방사청이나 국과연이 이전했다고 실적에 명기하려다가 갈등이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은 우리나라의 획득 기관인 국방부,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기술품질원, 국방연구원, 각종 협회와 업체들이 광범위한 참여와 협력으로 국가이익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자신의 이해관계에 함몰되어 공동의 이익을 구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획득 관련 정부 유관기간들이 획득체계개선 검토 과정에서 서로 반복하고 갈등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까 각자 생존을 위해 더욱 경쟁하게 마련이고, 그 속에서 그릇된 실적주의의 유혹에 깊이 빠지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획득 기관과 업체들은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협력자며 동반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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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