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론, 어떻게 봐야 하나 국제안보

 

[중앙일보] 입력 2013.05.18 00:41 / 수정 2013.05.18 01:23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 시점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미 정상 간에도 원론적 수준이긴 하나 논의된 사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작권 전환의 전제였던 국방예산 증강이 이뤄지지 않아 충분한 전환 대비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과 “35년간 매년 북한에 비해 4배 이상 국방비를 쓴 한국군이 아직도 북한에 비해 열세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동맹 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반론이 엇갈린다. 두 갈래 목소리를 들어봤다.


군사주권 행사는 국격 높이는 일 … 예정대로 해야

김종대
월간 디엔디 플러스 21
편집장
만일 우리나라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질서를 주도하고자 한다면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에 절대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세계 15위의 경제력에다 세계 7위의 국방비,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중견국가이면서도 아직도 전시작전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지난 35년간 매년 북한에 비해 네 배 이상의 국방비를 쓴 한국군이 아직도 북한에 비해 열세라며 미군의 도움 없이 전쟁을 기획하고 결심하기조차 어렵다는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내놓는다. 반면 국력이 우리의 7분의 1 수준인 이스라엘은 우리 절반 수준의 국방비를 쓰면서 아랍 부국 3억 인구를 상대로 거의 완벽하다 할 정도의 군사주권을 행사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 아닌가?

 지금의 한·미 연합방위 체제는 미 태평양사령부의 전략 지침에 따라 한반도 전구작전(KTO·Korea theater operation)을 책임지는 1개 예하 부대장에게 한국 안보의 중요한 결정을 의존하는 비정상적 체제다. 미군 4성 장군인 한미연합사령관은 평시 한반도 위기 판단, 전쟁 기획, 연합 연습 등 군사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다가 막상 한반도 유사시엔 미 태평양사령관에게 그 지휘권이 예속되는 예하 부대장에 불과하다. 태평양사령부의 동북아 전략지침에 의존하는 연합사령관은 미 의회 청문회에 매년 업무보고를 하는 반면에 한국 국회에는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또한 우리 합참이 전략적인 지침을 부여하려고 하면 “불필요한 간섭”이라고 무시해 왔다. 따라서 현 연합사령부 체제에서 한·미가 동등하게 군사주권을 행사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다. 1994년 한반도 전쟁 위기에서 당시 게리 럭 한미연합사령관은 미 백악관과 합참에 가서 전쟁 문제를 협의한 반면에 한국 정부에는 그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에 월터 샤프 사령관은 우리 합참의장이 “항공력에 의한 대북 응징계획을 협의하자”고 하자 “그건 한국 정부 소관”이라며 아예 발을 뺐다. 남북한 국지전에 연루되지 않으려는 그가 한 일은 미 본토의 지침을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재량권 없는 연합사령부는 한국 안보의 자산이지만 동시에 짐으로도 작용해 왔다.

 언젠가 있을지 모를 한반도 유사시에 우리는 한반도 통일이냐, 분단 유지냐를 결정하는 동북아 차원의 전략적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군사 당국의 대화 파트너가 작전의 단위인 연합사령부가 아니라 전략의 단위인 미국의 합참의장이나 태평양사령관이 돼야 한다.

 전작권 전환이 되면 군사작전은 중견 군대로 성장한 한국군이 주도하고 세계 최강인 미군이 지원을 맡는다. 전시와 평시로 이원화된 현재의 비효율적 지휘체계 문제점도 해소돼 지휘 통일도 도모할 수 있다. 바로 이런 미래가 동맹과 주변국을 관리하면서 통일과 번영의 국가 대전략에 바탕을 둔 한국군의 청사진이다.

 주권에 바탕을 둔 새로운 안보체제에 과거 군 수뇌부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한·미 간 전작권 전환 합의가 가능했다. 비록 어려움이 있더라도 동맹과의 합의는 지켜야 한다. 이제 와서 이를 번복하면 과연 이것이 제대로 된 안보이며, 앞으로 우리가 무슨 국격을 논할 수 있겠는가?

김종대 월간 디엔디 플러스 21 편집장


전환 준비 미흡 … 계획이니 지킨다는 건 곤란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환수)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정부는 환수 준비가 차질 없이 이행되고 있으므로 계획대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완전한 국가 주권행사를 위해선 전작권 환수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전환 시기는 재검토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우리의 안보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런 만큼 준비 실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 문제점을 2015년 12월 1일 이전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2005년 10월 국방의 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권국가로서 전시작전권은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고 천명했고 국방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방개혁 2020’ 계획을 수립했었다. 이때 가장 큰 전제는 국방예산을 향후 15년간 연 8% 이상 증가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무현정부에서만 연 8% 이상 늘었을 뿐이다. 이명박정부에선 전환시기를 2012년에서 3년 연기했고 4% 내외의 국방예산만 늘었다. 약속한 수준의 절반만 인상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 준비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당초 계획을 집행하려면 향후 3년 동안 국방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의 전면 남침은 최소 72시간 전에, 국지도발은 48시간 전에 인지해야 한다. 유사시 전장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정보전력이 필요한 것이다. 1990년 현역으로 있을 때 향후 10년 동안 주한미군 수준의 자주정보전력 건설 방안을 기획한 적이 있다. 23년이 지난 지금 당시 기획했던 내용의 절반 수준도 구현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3년 내 그것을 완성할 수 있을까.

 타격 전력이 충분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 잠수함, AN-2기, 공기부양정 등은 유사시 우리의 주된 위협이다.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이 또한 3년 동안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기 쉽지 않다.

 전시 한 달 이상을 버틸 수 있는 탄약과 수리 부속 확보, 그리고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수 있는 지휘 구조를 준비하고 이를 통합 지휘하는 지휘통신체제를 구축하는 일도 쉽지 않다. 계획됐던 예산이 100% 뒷받침된다고 해도 차질 없이 준비하기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기종 선정, 가격 협상, 성능 시험 평가, 부대 건설, 훈련 등을 하는 데 3년의 기간은 턱없이 짧다.

 우리 군이 한미연합체제하에 있는 한 정부도 정치권도 국민도 많은 예산을 투입해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군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실질적인 전쟁 대비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전작권을 환수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계획이니 환수한다는 건 옳지 않다.

 차제에 정부 부처, 국회,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구성하자. 객관적인 평가와 검증을 거쳐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자. 국방기획문서로만 하지 말고 법으로 뒷받침해 정권이 바뀌어도 장관이 바뀌어도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하자. 국가 안보는 한 번 삐끗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일제시대를 경험하지 않았나. 안보엔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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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