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파트7: 관리비 통계 개편하면서도 읍면동 오류 방치

'한국의 아파트 에너지 소비 지도' 시리즈

1. 개관: '아파트 사람들'은 어디 모여 살까?

2. 이산화탄소 유발량 지도1- 수도권과 광역시(상)

이산화탄소 유발량 지도1- 수도권과 광역시(하)

3. 이산화탄소 유발량 지도2 - 도 지역

4. 이산화탄소 유발량 지도3 - 2012년과 2013년 여름

5. 도시와 지방의 에너지 소비 격차

6. 부유층, 중산층, 빈곤층이 사는 법

7. 에너지 대책, 구호보다 정밀한 통계 작성부터


정확성 개선 기대되는 시스템 6월 공개 예정

통계의 기초인 지역 분류법은 여전히 엉터리


지금까지 모두 6번에 나눠서 전국 아파트의 전기·수도 소비 행태를 대도시와 지방, 도시와 농촌, 여름과 겨울 소비 행태, 값비싼 아파트와 값싼 아파트 등 몇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이 작업은 가정의 에너지 소비 행태를 상세하게 분석함으로써 에너지 효율 향상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시도했다. 하지만 이 일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 한계는, 정부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관리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만든 '공동주택관리정보 시스템'의 통계가 너무나 부정확한 데서 비롯된다.

 

먼저 그동안의 분석 내용을 그림으로 요약한 뒤 통계의 문제점을 다루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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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비 통계의 문제점

현재 관리비 통계의 문제점으로는 먼저 전기와 수도 사용 통계를 뺀 나머지 에너지 소비 통계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전기 사용량은 1만3천여개 전체 아파트 가운데 대부분이 수록되어 있고, 수도 사용량도 1만1천여개 아파트 자료가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급탕 사용량은 3000곳, 난방량은 시기에 따라 600-800곳, 가스 사용량은 고작 200여곳만 자료가 있다. 에너지 사용 내용을 파악하는 용도로는 물론이고 각 아파트의 관리비 수준을 비교한다는 주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부실한 통계다.

자료가 있어도 오류로 추정되는 것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2동 답십리청솔우성2차 아파트의 경우 전기와 수도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유발량이 2012년 6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제곱미터당 월 평균 1.68kg에서 2.7kg 수준이지만 2012년 10월은 6배 정도 많은 18.58kg으로 기록되어 있다. 평소 1.5kg에서 1.9kg 수준인 경기도 평택시 지산동 아주1차 아파트의 2013년 4월 자료는 17.87kg에 달한다. 이런 식으로 특정한 달의 자료를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밖에 사용량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아파트까지 걸러낸 결과, 전기와 수도 사용 통계가 있는 아파트 1만1천여곳 가운데 분석에 이용한 아파트는 9000곳 정도밖에 안됐다.

이렇게 통계가 부실한 것은 각 아파트 관리자가 매월 관리비 내역을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면, 관리비 통계를 꼼꼼하게 입력하는지, 입력한 수치가 정확한지 점검하지 않는 한 통계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 통계 시스템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이를 인식했는지 지난해말 관리비 내역을 직접 입력하도록 하는 대신 아파트의 회계전산 시스템에서 직접 전송하게 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입력 방식이 개선된 시스템은 현재 시험 단계에 있고 올해 하반기에는 정식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새 시스템 새 창에서 열기 http://www.k-apt.go.kr | 기존 시스템 새 창에서 열기 http://old.k-apt.go.kr)


■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엉터리 지역 분류

새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 관리비 통계의 문제점 상다수는 해결될 여지가 있다. 각 아파트의 회계전산 시스템에 오류가 없고 정보가 제대로 전송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믿을 만한 통계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시험 운영 중인 시스템을 검토한 결과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다. 각 아파트의 행정구역 분류가 여전히 엉터리여서, 행정동과 법정동이 마구 섞여 있다. 지역 분류는 통계의 기본인데, 이렇게 뒤죽박죽이면 지역 비교는 무의미해진다. 이 점은 지난해 8월의 1차 분석 글 4회 '부실한 아파트 관리비 통계, 더 늦기 전 바로잡아야'에서부터 지적한 것이다.

아래 시험 운영 사이트 화면을 보면 이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현재 시험 운영 사이트에는 서울 강남구의 경우 3개 단지가 등록되어 있는데, 지역은 각각 삼성2동, 일원2동, 일원동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가운데 삼성2동과 일원2동은 행정동이고, 일원동은 법정동이다. 일원동에 속하는 지역의 행정동은 개포2동, 일원본동, 일원1동, 일원2동 등 넷이다. 시험 운영 사이트에 일원동으로 표시된 아파트는 바로 위의 일원2동에 속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서울 송파구에도 법정동인 마천동과 행정동이자 법정동인 장지동이 섞여 등장하고, 부산 금정구 항목에도 법정동인 부곡동과 행정동으로는 부곡동에 속하는 부곡2동과 4동(둘 다 행정동)이 나란히 등장한다. 이런 지역 분류는 혼란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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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분류, 하루 속히 바로잡아야

국토교통부는 하루 속히 아파트 지역 분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사이트 정식 개통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오류를 고칠 여유는 충분하다. 에너지 대책 등 모든 정책은 정밀한 통계 작성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통계의 기본부터 잘못되어서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전체 아파트를 행정동 기준으로 재분류한 자료를 마지막 점검을 거쳐 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 추가 확인 작업을 거쳐 분류 수정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시리즈 끝 -


■ 글 주소: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plug.hani.co.kr/data/1672478
■ 원 자료 새 창에서 보기: 기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관리비 검색 | 시범 운영 사이트 관리비 검색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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