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본 아내의 임신 - (2)망가지는 몸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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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본 아내의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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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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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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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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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몸매가 망가진다는 속상함, 예전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함께하기 힘든 감정이다. 산모는 진작부터 이를 느낀다. 임신 11주 입덧이 절정에 올랐던 지난해 11월 초 우리 부부는 겨울맞이 옷장정리를 하고 있었다. 가을옷을 차곡차곡 개켜서 집어넣던 아내는 "이제 이 옷들 입을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라고 운을 뗐다. "이제 아줌마인데 싶어서…. 요즘 길거리에서 어린 애들이 예쁘게 꾸미고 나온 것 보면, 이제 '참 예쁘다' 하는 생각도 해. 그런 생각 처음 해봐, 나."
일상이 힘들어진 아내는 입버릇처럼 빨리 낳고 싶다고 말한다. 엎드려서 하는 걸레질이나 계단 오르기 같은 운동이 출산에 좋다고 하니, 산달이 된 임산부들은 이른바 '분노의 걸레질'이나 '분노의 계단오르기' 등을 통해 출산을 재촉한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부터는 아침마다 '오늘 나오려나' 기대하고, 저녁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다 달을 넘겼다. 이제 아기는 4월생이 될 기회는 놓쳤고, 6월까지는 안 갈 것 같고, 아마도 5월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어른들은 "낳아봐라. 안에 있을 때가 편한거다"라고 하신다. 실제 집 근처 빵가게 아줌마네 따님은, 출산 일주일 만에 아이를 어쩔 줄 몰라하며 "엄마, 얘 다시 뱃속에 집어넣고 싶어"라고 했다 한다. 어쩌나. 남편은 아이가 나오고 나서야 뭐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건데, 도대체 그 상황은 어떻길래.
지금 당장은 미지생언지양(未知生焉知養), 곧 '낳지도 않았는데 키우는 것을 어찌 알리오' 하고 생각하고, 아내의 외침에 나도 동참한다. "아가야, 방 빼라~."
** 사진 설명 : 2011년 11월9일 <US위클리>지 표지 "내 몸을 되찾았어요!". 머라이어 캐리는 지난해 4월 쌍둥이를 출산하고 석달 뒤부터 석달 동안 꾸준한 식사조절 및 운동을 통해 30파운드(약 13.6kg) 감량에 성공했다. "임신은 가장 큰 축복이었지만, 움직일 수 없어 내 몸 안에 갇힌 느낌이었다. 내가 얼마나 내 몸을 되찾기 위해 운동했는지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도 화이팅!
** 이 글은 지난 2010년 첫 아이 출산을 며칠 앞두고 개인블로그 '소년적 호기심'(blog.hani.co.kr/oscar)에 올렸던 글입니다.

아이 둘의 아빠인 <한겨레> 정치부 기자. 21세기 인류에게 육아는 남녀 공통의 과제라고 믿는다. 육아휴직 등으로 나름 노력해봤지만 역시 혼자 가능한 일은 아니며,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걸 어렴풋하나마 알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