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먹었어?> 어디까지나 요리만화 입니다만?
퇴근길, '균형잡힌 식사'의 꿈은 스러지고 퇴근길 만원 버스에 시달리며 머릿속 저녁 메뉴는 수없이 바뀐다.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설 때만 해도 오늘만큼은 영양 균형을 맞춰 밑반찬 외에도 볶거나 무친 반찬 두 가지에 국까지 끓여 먹으리라 결심하지만 추위에 떨며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며 '날이 추우니 무친 반찬은 포기하자'고 생각한다. 정류장에서 혹시 기다리면 한산한 버스가 오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에 버스를 한 대, 두 대 보내는 사이 기운이 쪽 빠진다. 결국 만원 버스에 서서,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야구 중계를 보는 이를 부러워하며 ...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동양인이 그리는 '동양의 신비'
오리엔탈리즘, '남'에 대해 쉽게 말하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을 대상화하는 서구의 시선을 가리킨다. 흔히 말하는 ‘동양의 신비’, 순종적인 이미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발달된 항해 기술과 무역 및 영토 확장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서구는 중세 말기부터 꾸준히 아랍권, 아메리카 대륙, 아시아에 접촉해 왔다. 태곳적부터 존재하던 땅을 ‘신대륙’이라고 부르거나 인도가 아닌 아메리카 대륙에 살던 이들을 ‘인디안’이라며 편의대로 이름을 붙이면서 말이다. 오리엔탈리즘은 이 과정에서 다른 문화권을 타자화 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한 ...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 이기는 행복을 뒤로 하고
경쟁, 경쟁, 경쟁 몇 년 전 입사 면접 때의 일이다. 열 댓 명의 지원자들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과제는 자기소개였다. 순서를 지정해주지 않고 손을 들어 원하는 순서대로 자기 소개를 하게끔 했는데 이런 방식에서는 언제나 맨 먼저 하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경쟁자'들이 멋들어진 소개를 하면 할수록 기다리는 사람의 긴장도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물론 첫 사람에게 심사위원들의 집중도도 가장 높을 터다. 자기 소개를 하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 지원자가 손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그는 "말주변이 없어서 빨리 끝내려 나왔다"며 말문을 열었지만,역...
<씨엘> 속물적인 소녀의 세계 구원기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당신뿐? 어느 날 세계에 거대한 악이 똬리를 틀었고 그 때문에 세계가 멸망할 위기이며 그 악을 멸할 능력자가 오직 나밖에 없다면. 소년만화의 물색 없는 주인공들은 정의며 명예며 국가며 의무며 희생이며 온갖 어깨에 힘 줄 수 있는 말들을 장착한 채 기쁘게 모험을 떠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 차례 목숨의 위협을 겪고 (주인공은 안 죽지만) 동료의 죽음에 통곡하고 악의 무리를 척살해 가며 소년은 성장한다. 모험 중에 만난 아름다운 여인과의 로맨스는 최고의 포상. 모험이 끝나면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던 소...
청춘만화(2) <허니와 클로버><눈부시도록>
사랑에 관해 사랑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어릴 적 배웠던 ‘가난한 사랑 노래’에서처럼, 가난? 내 주변 수많은 유부남들의 한탄처럼, 결혼?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고 싶은 결혼 적령기 남녀들에게는, 조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30대 이상이 되어 결혼을 하고 나면 드라마에서 나오는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은 통상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 같다. 아내나 남편을 헌신적으로 사랑할 수도 있고, 법적인 문제를 떠나 사랑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사회에서 매우 예외적인 사람으로 취급된다. 사회에서 그들에게 부여...
청춘만화(1) <허니와 클로버><눈부시도록>
너무 다른 두 '청춘' 청춘의 경계가 되는 시기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정의돼 있진 않지만, 한국에서는 흔히 대학시절을 '청춘'이라 부른다. 개개인의 삶의 맥락에서야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 사회가 나이에 따라 부과하는 권리와 의무를 중심으로 볼 때 이는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한국 사회는 구성원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는 자아니 몸이니 관계니 다른 발달 영역은 무시하고 좌뇌의 특정 영역의 발달만을 촉진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권리는 물론 '교육권'. 이 좌뇌 훈련 자체가 권리이자 의무다. 여기에 '아동 노동을 하지 않아...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 비극이 사라진 까닭은
요즘은 분노조차 오래 가지 않는다 늦은 저녁 식사를 하려 막 숟가락을 들 무렵 회사에서 급한 지시가 떨어졌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20통이나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심지어 중간중간 통화 중이라는 신호에 혹 내 전화만 안 받는 게 아닌가 의구심까지 들었다. 통화가 된 다른 담당자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무성의에 이유없는 고자세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췄고 또 다른 담당자는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단 몇 글자에 불과한 사실을 알아내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다 식어버린 밥을 씹으며 내일 꼭 저 담당자들을 직접 찾아가 담판을 지으리라 하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