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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예전에 가슴 아픈 기억이 있었습니다. 한 5년 정도 개를 키웠었는데(이름도 가물가물)... 제가 고3때 집을 다시 지었고, 그 결과 단층집이 4층집이 됐습니다. 겨울철에 완공이 됐는데, 어느날 누나가 들어오면서 "개가 낑낑거린다"고 한 마디 했지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다음날 보니까 개가 얼어죽어 있었습니다. 목줄이 개집 판자 사이에 걸려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동사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신축을 하지않고 계속 단층집으로 살았더라면 한 번이라도 더 살폈을텐데... 너무 슬펐습니다. 꽁꽁 언 우리 개는 혀를 내밀고 눈을 뜬 채 숨이 멎었습니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그 개의 눈을 감겨줬습니다. 그리고 상자에 담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려고 뒷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산길에서 마주친 어느 아저씨의 눈빛이 수상했습니다. 상자에 개가 담긴 것을 알아챈 눈치... 그래서 산중턱에 구덩이를 파고 마치 개를 묻은 것처럼 하고 상자를 다시 들고 내려왔는데... 새로 지은 우리집 옥상에서는 뒷산이 훤히 보였습니다. 거기서 동태를 살피니, 아니나 다를까 그 아저씨가 삽을 들고 제가 파놓은 구덩이쪽으로 다가가는 것이었습니다. 불쌍하게 죽은 우리 개로 배를 채우려는 속셈이었지요. 그런 식으로 악마의 포식을 피해 불쌍한 우리집 개를 양지 바른 곳에 묻어줬습니다. 신순화님의 글을 읽으니 가슴 아픈 옛 생각이 떠오르네요.